번역 소설 - 연재/메이드 인형 시작합니다

<199화> 메이드 인형 시작합니다

NioN 2024. 12. 5. 20:10

토끼는 달을 보고 울부짖는다③ 

 
 

 기보산 마을을 습격한 다음 날, 도적들은 도망친 아이를 잡으러 간 동료들을 기다렸지만, 시간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는 그들을 못마땅하게 여긴 도적들은 현재 붙잡은 아이만 인신매매에 팔아넘겼다.

 돌아오는 길에, 팔러 갔던 이들은 도망친 아이를 찾으러 갔던 일행의 변해버린 모습을 발견했다. 어젯밤에 동료를 한 명 죽인 것에 대한 앙갚음으로 괴롭히는 줄 알았는데, 그 반대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에 일행은 당황했다.


 그 와중에도 도적의 머리 한 쪽은 냉정했다.

 동료를 죽인 사람이 누구인가. 관료라면 시체를 남기지 않을 것이고, 한 명 정도는 살려서 정보를 흘리게 할 테니 그 선은 없다. 무사가 동업자인지는 알 수 없지만, 다행히도 일을 끝내고 연회를 위해 식량을 사러 갔고, 습격한 마을은 외부와의 교류가 거의 없는 곳이라서 다행이다. 그는 함부로 움직이지 않고 이 마을에 숨어들어 상황을 살피는 신중한 방법을 택했다.
 
 이 판단은 결코 틀리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동료를 죽인 소녀가 산속에 숨어 도적들을 죽이기 위해 산속에 숨어 있을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그리고 식량을 구하러, 혹은 소수의 여행자를 습격하기 위해 마을을 떠난 도적들은 하나같이 돌아오지 않았다.

 도적은 한 손으로 셀 수 있을 정도로 줄어들었다. 이쯤 되면 누군가 자신들을 매복하고 노리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식량도 바닥을 드러냈고,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어진 도적들은 모두 동시에 흩어져 산을 내려가는 내기를 했다.

 비가 내리는 저녁 무렵, 계획은 정해졌다.

 각자 다른 경로로 이동해 누구도 만나지 않고 산기슭에 도착했다.

“나쁘게 생각하지 마”

 두목은 부하를 먼저 보내고 자신은 기수를 바꿔 탈출을 시도한 것이다. 이제 눈앞에 있는 다리를 건너면 끝이다.
 하지만 빗소리와 섞여 들리는 발소리에 머리는 걸음을 멈췄다.
 다가오는 발자국 소리. 등을 돌리면 위험하다.
 머리는 허리에 찬 칼에 손을 얹고, 절대 뒤를 돌아보지 않는다.

 불현듯 눈앞에 다가온 검은 덩어리. 재빨리 몸을 돌려 피한다.
 방금 전까지 머리의 목이 있던 자리에 파란 섬광이 지나간 것은 다음 순간이었다.
 심장 박동이 빨라지고 가슴 속이 뜨거워지며 뺨에 식은땀이 흐른다.
 나는 뛰어나가며 칼을 휘둘렀지만, 상대도 가볍게 피했다.

 서로 거리를 두고, 그리고 처음으로 상대의 모습을 인정했다.

“어린애라고? 설마 ......”

 달려든 것은 반수인 소녀였다. 제대로 먹지 못한 탓인지 몹시 말라비틀어졌지만, 이슬빛 머리카락 사이로 보이는 보름달 같은 황금빛 눈동자는 살의가 넘쳐흐르는 듯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그래서 머리는 이 산에서 마을을 습격했을 때 도망쳤던 아이를 떠올렸다. 지금까지 자신들을 쫓고 있던 것이 그 아이라고는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 하지만 방금 전에 눈앞에 던져진, 지금은 바닥에 굴러다니는 덩어리에 시선을 내리자, 그것은 출발하기 전 헤어진 부하들의 목이었다.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이 아이에게, 이 어리고 초라한 여자아이에게 자신들 도적단은 궤멸당했다.

 머리가 칼을 다시 잡으려는 순간, 소녀는 낮은 자세로 돌진해 왔다.
 땅바닥을 기어가는 일격에 종아리가 베여 머리의 몸이 기울어졌다. 그 순간 소녀는 뛰어올랐고, 푸른 칼날이 머리의 어깨를 베어버렸다.

“뭣!”

(이 녀석, 이길 수 없어!)

 날아갈 듯, 내일이면 죽어도 웃기지 않을 것 같은 초라하고 마른 아이가 자신보다 더 강하다는 것을 머리는 깨달았다. 이대로 서로 베면 먼저 시체를 드러내는 것은 머리 쪽일 것이다.

(그렇다면...)

 소녀가 야수 같은 움직임으로 베기 시작했고, 머리는 몸을 깎으면서도 간신히 치명상을 피했다. 하지만 방어를 하는 사이, 곧 다리 난간에 궁지에 몰리게 된다.
 이제 끝이라는 듯이 소녀가 다가온다.
 궁지에 몰린 두목은........

“아!”

 웃음을 터뜨리며 몸을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네놈에게 베여서는 안 돼. 이제부터는 나와 운의 승부다! 이제부터는 나와 운의 승부다!)

 소녀와의 칼싸움에서 패배를 깨달은 머리는 내기를 걸었다. 상처를 입은 채로 불어난 강물에 뛰어드는 등 자살행위나 다름없다. 하지만 살아남을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는 오판했다.

“뭐야!”

 소녀는 그의 머리를 따라 다리에서 뛰어내리며 푸른 칼을 휘둘렀다.
 그렇게 소녀와 목이 잘린 시체는 함께 강물의 탁류에 떠내려갔다.





 간음의 나라를 흐르는 팔천강과 강둑을 지나는 일행이 있었다. 당주인 우라토 타츠마사의 아내 고토 히메와 딸 류카, 그리고 그의 호위무사인 진쿠로였다.

“역시 비 온 뒤의 산책은 좋네요”

“코토히메 님, 류카 님, 아직 강은 위험합니다. 부디 가까이 가지 말아 주십시오.”

 비온 뒤의 시원하고 맑은 공기를 즐기는 코토히메였지만, 호위하는 진쿠로는 마음이 편치 않았다. 어린 류카가 동행하고 있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후후, 진쿠로는 걱정이 많구나. 류카, 가까이서 본 강은 어때?”

 방금 전까지 코토히메 옆에 있던 류카미는 어느새 둑을 미끄러지듯 내려와 탁류가 소용돌이치는 강으로 향하고 있었다.

“류카 님~!”

 코토히메와 절규하는 진쿠로 두 사람이 서둘러 따라가자, 류카는 강가에 서 있었다.

“어머니, 진쿠로, 사람이 쓰러져 있어요. 도와드리겠습니다.”

 류카가 가리키는 강변에는 전신에 상처투성이인 반수인 소녀가 떠내려오고 있었다.
 언뜻 보기에는 살아있는지 아닌지 알 수 없었지만, 뱀파이어인 코토히메와 늑대인간인 진쿠로는 소녀의 미세한 숨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타츠마사도 마찬가지였고, 그래서 재빨리 달려간 것이다.

“이건 한시라도 빨리 치료해야 한다”

 달려온 진쿠로가 소녀의 곁에 무릎을 꿇고 주머니에서 수건을 꺼냈다.

 소녀의 얼굴은 피로 붉게 물들어 있었고, 얼굴의 반쪽이 부서진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 손에는 푸른 칼이 단단히 쥐어져 있었고, 그것이 소녀의 생명력을 증명하는 것 같았다.
 타츠마사가 소녀를 지켜보려고 다가갔을 때, 갑자기 코토히메가 큰 소리로 외쳤다.

“만지면 안 돼요!”

 깜짝 놀란 류카와 진쿠로에게 코토히메는 신묘한 표정으로 말했다.

“류카, 당신은, 아니, 우리 뱀파이어는 그 검을 만져서는 안 돼요.”





 소녀가 깨어났을 때 가장 먼저 느낀 것은 역시 고통이었다.
 좁은 시야 속에서 지금 자신이 낯선 곳에 있다는 것을 깨닫고 허둥지둥 자리에서 일어났다.

“...... 윽, 앗!”

 하지만 뇌를 찌르는 듯한 극심한 통증에 무심코 고개를 숙인 채 눈을 감았다.
 손바닥에 닿는 것은 감긴 천의 감촉. 천 아래에 있어야 할 눈꺼풀과 안구가 움직이지 않는 것을 깨닫고, 그 원인일지도 모르는 광경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도적을 죽이기 위해 다리에서 뛰어내렸지만 강물의 거센 물살을 이기지 못하고 그 속에서 바위에 머리를 부딪혀 기절하고 만 것이다.

“무리하지 마세요”

 소녀는 다급한 목소리에 곁에 있는 어린 소녀를 알아차렸다.
 곱슬곱슬한 검은 머리와 검은 눈동자, 어리고 단정한 얼굴이 눈길을 끈다. 예쁜 기모노를 입고 있어 한눈에 신분이 높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식사 준비는 되어 있지만 ...... 좀 더 차분히 앉아서 먹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으으.......머, 먹을래!”

 고통에 몸부림치면서도 그녀의 말에 대답한다. 여기가 어디인지, 이 소녀는 누구인가. 그런 의문이 어렴풋이 떠오르지만, 극심한 고통과 배고픔 앞에서는 사소한 것에 불과했다.
 소녀는 조금 어리둥절해하며 방 밖으로 지시를 내렸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하인이 가져온 밥상에는 흰죽이 놓여 있었다.
 소녀는 소녀가 내민 그릇과 젓가락을 받자마자 쓱싹쓱싹 비벼 먹었다.
 그것은 별 볼일 없는 백죽이었고, 중상을 입은 소녀를 배려해서인지 매우 밍밍했다. 하지만 이 세상에서 처음 보는 인간다운 식사였다.

“...... 잘 먹었습니다.”

 순식간에 죽을 다 먹은 소녀는 그릇과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많이 다쳤지만 금방 나아질 것 같네요.”

 먹는 모습을 지켜보며, 지금도 온화한 미소를 짓고 있는 이 소녀가 도와주었을 거라고 짐작할 수 있었다. 옷차림이나 방의 모습을 보면 역시 신분이 높은 사람일 것이다.
 혹시 자신이 무례한 태도를 취한 것은 아닌지, 소녀는 불안해졌다.

“늦었습니다. 저는 가온의 당주 우라토 타츠마사의 딸 우라토 류카라고 합니다.”

 그리고 역시 그 소녀는 매우 높은 신분이었다. 당주의 일족이라니, 일개 딸이 볼 수조차 없을 것 같은 고귀한 분이다. 이것이 순박한 시골사람이었다면, 그 심각성을 모르고 편하게 지낼 수 있었겠지만, 안타깝게도 전생에 대한 지식이 있는 소녀에게는 그렇지 않았다.

“강에 떠내려 온 당신을 발견하고 저택으로 데려와 치료해 주었어요. 몸은 크게 다치지 않았지만, 당신의 한쪽 눈은 ...... 완전히 망가졌죠......”

 류카가 안타까운 듯이 말했지만, 소녀는 아까 눈을 누를 때의 느낌으로 알아차렸다. 충격적이긴 하지만, 그것은 자신의 얄팍한 생각의 결과이며, 도와준 그녀에게 미안해할 필요는 없다.
 만약 강에 떠내려왔다면, 그 모습이 얼마나 지저분했을까. 분명히 수상한 자신을 발견하고 도와주었다. 그것만으로도 그녀의 친절함을 알 수 있다.

“그래서 ...... 당신의 이름을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신중하게 말을 고르며 물어보는 류카.

“저는-”

 소녀는 이름을 말하려다 재빨리 입을 꾹 다물었다.

“...... 이름은...없습...니다.”

 소녀는 짜내는 듯한 목소리로 그렇게 대답했다.
 물론 현세의 이름은 있다. 하지만 그 부모님이 지어주고 그 마을에서 불렀던 그 이름을 자신의 이름이라고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이 다정한 은인에게 그 이름으로 불려지길 원치 않았다.

“...그래. 하지만 호칭이 없는 건 불편하네요”

 류카는 잠시 생각에 잠긴 후 다시 입을 열었다.

“루리라는 이름은 어때요? 당신의 아름다운 머리카락을 보고 연상한 이름인데, 너무 안이하게 생각한 건가요?”

 그 이름은 소녀의 가슴에 뚫린 구멍에 딱 들어맞았다.
 한 쪽밖에 없는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렸다.

 환생했지만 환경은 열악했고, 부모는 가축처럼 취급했다.
 마을을 도망쳐도 두려움은 사라지지 않았고, 짐승처럼 싸우는 나날이 계속되었다.
 소녀는 이 날, 이 순간, 드디어 '루리' 라는 사람이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