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화> 메이드 인형 시작합니다
다시 사페리온으로
사페리온 왕국 동부에서 레이바나국까지 사적으로 단독으로 조사한 이츠키는 많은 재료와 마법 기술을 가져왔고, 그 모든 것이 흥미로웠다.
이츠키는 젤크 가문의 방에 틀어박혀 연구하는 나날이 계속되었다. 가끔씩 레온티나가 상대하라고 윽박지르기도 했지만, 그마저도 포함해서 충실하게 연구했다.
몇 달이 지나 연구가 어느 정도 마무리될 무렵, 도미닉이 이츠키를 면담하러 왔다.
“오랜만이야, 이츠키군. 건강해 보여서 다행이야.”
“도미닉 씨도 변함없는 것 같네요. 상회도 순조롭다고 들었습니다”
젤크 가문의 응접실에서 마주한 두 사람은 웃음을 터뜨리며 서로를 바라본다.도미닉은 온화한 태도를 보이지만, 성그란루체에서 가장 큰 규모의 플라티보로스 상회의 주인이다. 표정 따위는 얼마든지 꾸밀 수 있고, 무엇보다 바쁜 사람이다. 오늘 이곳에 온 것도 단순히 얼굴을 보러 온 것은 아닐 것이다.
“실은 너에게 부탁할 게 있어서 말이야”
자, 왔다.
이츠키는 표정을 짓지 않으려 애쓰며 경계를 강화했다.
“나를 사페리온 왕국까지 데려다줘라”
“사페리온으로요?”
“그래, 너도 알다시피 우리 상회는 사페리온에서 완전히 철수했으니 전이 마법진도 사용할 수 없지않겠나?”
이츠키가 개발한 전이 마법진은 스폰서인 플라티보로스 상회의 대형 시설에 설치되어 있었다. 전이문을 여는 데에는 많은 마법사가 필요해 많은 물품을 보낼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지만, 평소에는 거의 만날 일이 없는 먼 곳의 임원들과 직접 의견과 정보를 교환할 수 있다는 장점은 매우 컸다.
하지만 그 전이 마법진도 상회가 사페리온에서 완전히 철수한 현재는 사용할 수 없다.
또한, 철수라고 하면 경영상의 이유처럼 들리지만, 실제로는 그 나라에서의 불법 행위와 스파이 행위가 발각되어 철수한 것이다.
이츠키는 그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굳이 말할 필요를 느끼지 못해 말하지 않았다.
“그래서 너의 전이 마법으로 보내줄 수 없을까 해서 말이야”
“그렇군요. 그런 건가요?”
전이 마법 개발자이자 공간 마법에 높은 적성을 가진 이츠키는 마법진이나 다른 마법사와의 연계 없이도 단독으로 전이 문을 열 수 있다. 물론 한 번에 사페리온 왕국까지 갈 수는 없고 마력 소모가 크지만, 그래도 육로로 가는 것보다는 빠르다. 무엇보다 국경 검문소를 통과할 수 있다는 것은 큰 장점이었다.
“알겠습니다. 도미닉 씨에게는 신세를 졌으니 맡겨주십시요”
“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워. 네가 있으면 안심할 수 있단 말이지.”
이츠키의 색다른 대답에 도미닉은 목소리를 높여 기뻐했다.
“그래서 가는 곳은 왕도 마즈치나 잉글라우로 근처인가요?”
“아니, 그런 도시 지역은 아니야. 좀 더 시골이지”
도미닉은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바멜이라는 시골 마을이다. 오래된 친구를 만나러 가려고”
오랜 친구. 도미닉의 말에는 거짓이 없었지만, 모든 것을 말한 것은 아니었다. 이츠키는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었지만, 그것을 입 밖으로 꺼낼 만큼 무례하거나 경솔하지 않았다. 무언가 계획하고 있을 것이라는 것을 예상할 수 있었기에, 치밀하게 준비해 나가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이 여정 끝에 기다리고 있는 재회만큼은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한 남자의 회고
성위력 637년 어느 달 어느 날
젤크가의 레온티나로부터 이츠키라는 남자를 소개받았다.
그가 고안한 전이 마법은 정말 흥미로웠다. 그리고 그도 단순히 마법을 생각만 한 것이 아니라 그 쓰임새에 대해서도 이해하고 있었다. 부족한 부분도 있지만, 꽤 괜찮은 인재다.
나는 그의 연구를 돕기로 했다.
성위력 637년 어느 달 어느 날
이츠키가 고안한 전이 마법의 실험 보고서가 도착했다.
실험은 성공적이었다. 두 곳에 열린 전이문은 성공적으로 연결되었다.
가동에 많은 인원과 마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실용화까지는 아직 시간이 걸리겠지만, 의미 있는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의 발전을 기대해 본다.
성위력 637년 어느 달 어느 날
이전에 개발한 『순연의 수정』의 효과는 좋았다. 목적대로 마족들의 대가 지불을 미룰 수 있었다.
하지만 마족은 계약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이 마도구에 대한 그들의 심증은 좋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의 요구의 틈새를 파고드는 형태로 소원을 충분히 이행하지 않는 경우가 빈번히 발생한다. 또한 '순행의 수정' 을 파손, 분실하면 그들의 추궁과 보복을 피할 수 없다.
역시 이 방법으로는 안 된다. 이성의 수호자이자 파괴자인 그들을 건드리지 않는 것이 무난할 것이다.
다행히 연구 과정에서 그들의 인식을 방해하는 술식도 개발할 수 있었다. 사용자들이 나를 찾아 올 걱정은 없을 것이다.
성위력 638년 어느 달 어느 날
사페리온 왕국에 파견된ㅁ 알로르드가 부상을 입고 돌아왔다. 다행히 목숨을 건졌다.
그에게 꽂혀 있던 마도 인형의 팔 부분은 매우 고도의 기술로 만들어졌다. 아마 전신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이 기술이 있다면 나의 오랜 꿈이 이루어질지도 모른다.
이후 이 팔을 샘플 No.784라고 부르기로 한다.
샘플 No.784를 분석함과 동시에 팔의 주인과 창조주에 대한 정보를 수집했다.
성위력 638년 어느 달 어느 날
샘플 No.784는 오리하르콘과 세계수를 사용하여 창조되었다. 오리하르콘은 그렇다 치더라도 세계수는 사페리온 왕국이 장악하고 있어 유통되지 않고 있다.
그 땅은 교의 성지이기 때문에 그란루체는 탈환을 원하고 있다. 이를 이용한다면........
성위력 638년 어느 달 어느 날
정보 유출이란 정말 골치 아픈 일이다. 아무리 막으려 해도 유출하는 자나 냄새를 맡는 자가 있기 마련이다.
울벤토 코레아니가 전이 마법을 사용하게 해 달라고 요구해 왔다.
몬스터 퇴치를 내세운 성 그란루체국의 귀족으로서 다비드니스 사막의 육지왕 갈란을 토벌하러 간다고 한다. 하지만 그것은 명분이고, 그 마물의 재료를 얻기 위한 것임이 분명하다. 그렇지 않다면 굳이 전이 마법을 써서 사페리온 왕국보다 더 먼 곳에 있는 토벌 금지 등급이라는 마물을 타깃으로 삼을 리가 없다. 게다가 병력은 코레아니 가문의 사병들만 동원하고, 국가에는 비밀로 하겠다고 하니, 명분은 명분일 뿐이니 기능하지 못한다.
울벤트는 마술사로는 뛰어나지만, 협상이나 뒷수습에는 익숙하지 않다.
하지만 코레아니 가문과는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라 함부로 대할 수 없다.
그를 쓰게 하는 것은 상관없지만, 결과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기왕이면 육왕의 재료를 얻을 수 있다면 행운, 정도로 생각하기로 하자.
어느 달 어느 날
아니나 다를까, 울벤트는 실패하고 돌아왔다.
하지만 전혀 위축된 기색이 없는 것은 본받아야 할 점이다.
성위력 638년 어느 달 어느 날
샘플 No.784의 주인과 제작자가 밝혀졌다.
주인은 마도 인형 나탈리아. 인간과 비슷한 지능을 가지고 있다고 하니 놀라울 따름이다.
창조주는 칠흑의 마녀 오필리아 에드 가든랜드. 그녀라면 이 정도도 납득이 간다. 하지만 현재 그녀는 이미 사망한 상태라고 한다. 설령 살아 있다고 해도 협조를 해주지 않을 테니 마찬가지다.
성위력 639년 어느 달 어느 날
샘플 No.784를 참고하여 저렴한 재료로 마도 인형을 만들었다. 이를 프로치오네라고 명명한다.
데이터 수집을 위해 여러 개를 제작하여 각지에서 운용하기로 했다.
성위력 639년 어느 달 어느 날
전체적인 구조도 문제지만, 마도핵도 아직 부족하다.
예전에 심장 수집가에게 구입한 어린 엘프의 심장을 이용한 마도핵으로도 아직 부족하다. 오랜 세월을 살아온 엘프의 심장이라면 더 많은 마력을 낼 수 있겠지만, 고령의 엘프들은 대부분 세계수 밑으로 은둔하기 때문에 이 또한 구하기 힘들다.
나머지는 사페리온 왕국이 처치 금지 등급으로 분류한 마물인데, 이들에게 손을 대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울벤트의 전설을 밟지 않기 위해서다.
성위력 640년 어느 달 어느 날
사페리온 왕국에서 상회가 일제히 적발되기 시작했다. 아마도 이전부터 어떤 증거를 포착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정말 골치 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어쨌든 중요 기밀의 회수를 서둘러야 한다. 최악의 경우 파기할 수밖에 없다.
성위력 640년 어느 달 어느 날
돌아온 알로르드가 문제의 나탈리아와 마주쳤다. 그쪽도 알로르드를 기억하고 있어서 얼굴을 보자마자 달려들었다고 한다. 그럴 만도 하다.
아무튼, 맡겨둔 프로치오네는 나탈리아에게 모두 파괴당했다.
데이터는 이미 받았지만, 역시 그녀의 성능은 무섭다.
성위력 640년 어느 달 어느 날
기초 설계는 끝났다. 이제 재료만 확보하면 된다. 하지만 그것이 가장 큰 장애물이라고 할 수 있다.
성위력 641년 음력 6월 어느 날
드디어 성국군이 움직인다는 정보가 들어왔다.
국경이 소란스러워지기 전에 행동을 취해야 할까?
이것은 남의 손에 맡길 수 없는 일이며, 비밀리에 이루어져야 한다.
하지만 혼자서 하기에는 어려운 일이다.
역시 그가 적임자인가.
하지만 만약을 대비해 비장의 무기도 준비해 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