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 소설 - 연재/메이드 인형 시작합니다
<214화> 메이드 인형 시작합니다
NioN
2024. 12. 11. 15:58
dead dance on the palm②
쏟아지는 강철 실 비를 도미닉은 견고한 마력 장벽으로 막아낸다.
아리아는 착지와 동시에 대지에 파문을 일으키며 무수한 바위 창을 날린다.
도미닉은 이 맹공격을 침착하게 처리하고 틈틈이 마법으로 반격한다.
하지만 상대는 철거미의 상위종, 그것도 아라크네 형태로 변신할 수 있는 개체다. 한 방에 끝날 일이 아니다.
이츠키는 성 그란루체국에서 나름대로 마물을 토벌해 왔지만, 사람을 닮은 형태가 될 수 있는 마물을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현재 상황은 도미닉이 밀리고 있다. 그의 지구력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대로 밀릴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다행히 도미닉과 떨어져 있었기 때문인지 이츠키는 표적이 되지 않았다.
사실 이번 도미닉의 목적이 부도덕한 것임을 짐작하고 있다. 그것에 대해서는 진심으로 관심이 없다. 도미닉이 사람을 죽이든 물건을 훔치든, 과거에 원한을 품고 있든 상관없다.
하지만 이대로 도미닉의 곤경을 방치하면 앞으로의 상회와의 관계에 지장을 초래할 것이다.
그렇다고 끼어들 생각도 없고, 그렇다고 이쪽이 비난을 받는 것도 싫다.
뭔가 쓸 만한 물건이 있는지 주위를 둘러보다가 마당 한 구석에서 시선을 멈춘다.
“여기서 쓸 생각은 없었지만, 주의를 돌릴 수 있을 정도로 사용할 수 있을까?”
이츠키는 격투를 벌이고 있는 한 마리에게 들키지 않도록 몰래 그 장소로 이동했다. 그리고 수납 공간에서 자신의 키만한 큰 천을 꺼냈다. 천이 땅에 떨어지자 그려진 마법진이 이츠키의 마력에 반응해 붉은 빛을 내뿜었다.
그리고 이츠키는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피와 기도가 사슬이 되어 저승에서 영혼을 끌어내려라.
가초의 그릇은 여기에 있다.
가초의 그릇은 여기에 있다.
가초의 생명이 여기에 있다.
그 사람은 죽은 자다.
그 사람은 종이다.
내 뜻에 따르는 그림자 법사다.”
그것은 그가 레이바나국에서 본 강령술을 바탕으로 독자적으로 개발한 오리지널 마법이었다.
"사자강림(死者降隷)<네크로슬레이브>"
시전 완료와 함께 거대한 마력이 소용돌이치며 회오리바람과 불꽃이 되어 거세게 휘몰아친다.
“으악, 이게 뭐야!? 마력이 한꺼번에 빼앗겨 버렸어!”
이츠키는 서둘러 수납공간에서 마력 회복약을 꺼내 단숨에 마셔 버린다. 한 병으로는 부족하다. 두 병, 세 병, 네 병을 꺼내 마신 후 병을 던져 버린다. 그 사이에도 그의 마력은 마법으로 빨려 들어간다.
“이게 뭐야 ......”
이 기괴한 광경에 아리아도 도미닉도 손을 멈추고 주의를 기울였다.
“아차... 약이 다 떨어졌어...”
아슬아슬하게 가지고 있는 약이 다 떨어질 즈음, 마법이 완성되었다.
마력이 수렴, 응축되어 뼈가 되고 살이 되어 형태를 이룬다.
“그런 ......”
세상의 이치에서 벗어난 이치에 맞지 않는 존재를 보고, 아리아는 무심코 중얼거렸다.
“오랜만이야, 아리아”
그 사람은 생전과는 다르게 윤기 있고 우아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헨리 드 시어러는 공정한 사람이다.
올리비아와 펀이엔은 힘차게 문을 열고 헨리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밖으로 뛰쳐나갔다. 영주에게 너무 무례한 행동이었지만, 그는 신경 쓰는 기색은 없었다. 오히려 그녀들의 행동을 당연하게 여겼다.
어쨌든 슈마와 오필리아를 죽인 원수가 지금 이 마을에 온 것이니 말이다.
도미닉 르 갈리엔은 과거 슈마 일행의 파티원 중 한 명이었다.
그는 슈마나 오필리아에 비해 전력은 부족했지만, 대신 연구자로서의 실력이 뛰어났고 협상과 상거래에 능했다. 그래서 그는 의뢰나 성과물에 대해 길드나 의뢰인과 협상하는 일이 많았다. 헨리를 알게 된 것도 그것이 계기가 되었다.
하지만 자신의 연구에 몰두하는 그와 슈마 일행 사이에는 근본적인 가치관의 차이가 있었고, 점차 갈등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오필리아의 임신이 밝혀지고, 파티로서도 이제 슬슬 마음을 추스르거나 해체를 고려해야 할 때, 치명적인 사건이 발생한다. 도미닉이 파티 멤버 중 한 명을 살해한 것이다. 오해나 억울함의 여지가 없는 완벽한 살인이었다. 당연히 슈마도, 오필리아도, 다른 파티원들도 도미닉을 규탄하려 했지만 그는 도망쳤다.
파티원들이 총출동해 그의 행방을 쫓았지만, 잡기는커녕 오히려 역습을 당하는 사람까지 나왔다. 슈마와 오필리어는 도미닉의 역습을 경계해 베르헨 수해 안에 저택을 마련한 뒤 결계로 덮어두었다. 사정을 들은 헨리도 이를 용인했다.
참고로 도미닉에 의한 살인은 흔한 모험가들 간의 다툼으로 처리되어 공식적인 기관의 추궁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으로부터 8년 전, 마침내 도미닉의 행방을 알아낸 헨리는 이번엔 제재를 가하기 위해 강습을 감행했다.
그 결과 슈마는 죽고, 오필리아도 목숨을 크게 단축했다. 두 사람은 도미닉을 찔러 죽인 줄 알았지만, 그는 깊은 상처를 입고도 꿋꿋하게 살아 남았다.
그런 그가 현재 바멜에 와 있다. 그리고 방금 전 바헨 수해로 들어갔다는 소식이 들어왔다.
도미닉의 구체적인 목적은 알 수 없지만, 그에게 있어서는 오필리아의 저택 등 연구 대상의 보물창고일 것이고, 부모의 원수인 남자의 접근은 경계해야 할 것이다.
여기까지가 헨리가 올리비아에게 말한 내용이다.
우선 도미닉이 왜 파티원 중 한 명을 살해했는지.
당시 도미닉은 연구 과정에서 한 가지 가설을 세웠다.
『마물의 시체가 마법과 장비의 재료로 유효하다면, 인류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이는 세상의 모든 가치관을 근본적으로 뒤엎는 것이다.
인류를 마물과 동일하게 취급하는 행위는 공동체 내에서 살인과 시체 훼손에 이르는 동기를 만들어 질서의 붕괴를 불러일으킨다. 일부 종교에서 배척하는 종족이 어떻게 취급되는지는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또한 인류를 악마와 동등한 존재로 인정하는 셈이 되어 윤리적으로나 종교적으로 혼란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의 가설은 옳았다. 모든 인류가 유용한 것은 아니지만, 상위 마법사나 엘프 등은 마족 이상의 효과를 발휘했다.
그렇다면 도미닉의 이번 목적은 아마도......
도미닉이 바멜에 침입한 지 벌써 일주일 정도 지났다. 헨리는 일찌감치 알고 있었지만 오늘까지 올리비아에게 알리지 않았고, 경비대나 군대에도 아직 알리지 않았다.
플라티보로스 상회는 겉으로 드러나는 상품뿐만 아니라 귀족들이 선호하는 뒷거래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런 대형 상회는 사페리온 왕국에게 있어 본거지가 다른 나라에 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귀중한 존재였고, 부정이 드러나면서 없애야만 했던 것을 아쉬워하는 귀족들도 많았다.
수해에 저택을 짓고, 더 나아가 결계로 숨기는 것은 본래 영주로서 용납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하지만 용서했다. 슈마 일행에 대한 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도미닉에게 유예를 주었다.
헨리 드 시어러는 공정한 사람이다.
바멜에서 베르헨 수해의 저택으로 가는 길은 몇 번이나 지나다녔을까.
길이라고 하기엔 풀과 나무가 우거져 익숙하지 않으면 그저 숲으로만 보이지만, 나에겐 소중한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다.
"호화로운 밥, 기대"
"샤"
바멜에서 식량을 대량으로 구입한 탓에 클라릿사와 에리카는 들떠 있지만, 이는 곧 도착할 예정인 아나벨을 환영하기 위한 것이다. 호화로운 밥은 그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요리하는 입장에서는 기대가 되는 것은 기쁘지만,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얘들아, 그건 아나벨 선생님이 오시고 나서야 할 일이야”
그렇게 말하면서도 나 자신도 약간 들떠 있다는 자각이 들었다. 물론 그것은 이 녀석들처럼 식욕 때문이 아니라 오랜만에 아나벨 선생님을 만날 생각에 들떠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문득, 수풀 속에 있는 하얀색 물체가 눈에 들어왔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그것은 스피카리리 꽃봉오리였다.
스피카리리는 내가 환생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올리비아가 나를 위해 꺾어다 준 추억의 꽃이다.
그래, 식탁에 장식해도 좋겠군. 아직 꽃잎이 열리지 않았지만, 애나벨이 올 때쯤이면 꽃이 피어 있을 것이다.
허리를 굽혀 꽃을 따서 수납공간에 넣었다.
자, 이제 갈까?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갑작스러운 굉음이 나무 바다를 뒤흔들었다. 조금 늦게 검은 연기가 피어오른다.
“집 쪽!”
클라릿사가 가장 먼저 반응하며 불온한 말을 내뱉고 뛰쳐나갔다. 나와 에리카도 그 뒤를 따랐다.
몇 그루의 덤불을 넘어가자, 그곳에는 수해의 더 안쪽에서 땅이 곧게 깎여져 있었다.
그 가장자리에 누워 있는 끔찍한 모습에 나는 눈을 크게 떴다.
“아리아 씨!”
그녀는 반신불수, 거미 몸통은 상처투성이에 다리도 몇 개가 없어진 상태였다.
급히 달려가 그녀를 일으켜 세우고 수납공간에서 꺼낸 회복약을 발라주었다.
지금의 나조차도 이길 수 없는 아리아가 이런 큰 부상을 입다니, 보통 일이 아니다. 나는 경계하면서 그 원인이 있을 것 같은 방향으로 시선을 돌렸다.
하지만 검은 연기의 커튼을 뚫고 나타난 그녀에게 나는 움직일 수 없었다.
높게 묶은 검은 머리와 단정한 얼굴, 작은 안경 뒤의 지적인 쌍꺼풀.
그것은 내가 잘 아는, 예전과 전혀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다.
“아, 역시 당신도 있었군요”
그 목소리도 역시 예전과 같았다.
“오필리아 ......”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있을 리가 없다.
무심코 내뱉은 말을 이성이 필사적으로 부정한다.
“건강해 보여서 다행이야”
그녀는 윤기가 흐르면서 부드러운 미소를 짓는다.
행동 하나하나가 내 신경을 거꾸로 건드리고 있었다. 존재 자체가 용서할 수 없다.
“나, 나탈리아...... 도망쳐...... 올리비아를......”
내 품에 안긴 아리아가 신음하듯 중얼거린다. 반신불수가 된 상태에서는 이것만으로도 이미 기적 같은 일이지만, 역시나 목소리는 약하다.
“클라, 에리카, 아리아 씨를 데리고 아가씨와 합류해”
“와, 와우!”
“샤!”
두 녀석들은 아직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지만, 그래도 도망치는 것 정도는 할 수 있을 것이다.
아리아를 맡기고, 나는 다시 한 번 대면한다.
“당신은 뭐야? 무슨 목적이지?”
“잊어버렸나? 오필리아야. 알 수 없는 마법으로 소생시켜서 올리비아를 죽이는 데 협력하게 하고 있어.”
인정할 수 없는 말을 두 번이나 했다.
오필리아의 죽음을 모독하고, 더 나아가 올리비아를 죽인다고?
정말 악취미가 심하다.
“올리비아를 해치려 든다면, 네가 뭐든 간에 내 적이다!”
이미 화가 난 나는 블랙호크의 총구를 눈앞의 그것에게 겨누었다.
“어머, 네가 나를 공격할 수 있을까?”
“오필리아는 죽었어. 약해지는 모습도, 숨을 거두는 순간도, 차갑게 식어가는 몸도 모두 기억하고 있어. 시신을 정화하는 것도, 매장하는 것도 내가 이 손으로 했어”
그때의 고통과 절망감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이제와서 비슷한 게 나온다고 해서 속아 넘어갈 정도로, 그런 맘약한 녀석이 아니야!”
“그래. 그럼 네가 얼마나 성장했는지 보여 주겠어. 저기, ---........”
윤기 나는 입술이 말을 내뱉는다. 이어진 글자를 나는 참을 수 없었다.
“그 얼굴과 목소리로”
그것은 이 세상에서 아무도 모르는, 오필리아에게 맡긴 내 전생의 이름이었다.
“그 이름을 부르지 마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제 210 화 다시 한번 사페리온에 대한 묘사에 오류가 있어 수정했습니다.
수정 전
젤크 가문의 응접실에서 마주한 두 사람은 웃음을 터뜨리며 서로를 바라보았다. 도미닉은 호탕한 태도를 보이지만, 성 그란루체 국내 최대 규모인 플라티보로스 상회의 주인이었다.
수정 후
젤크 가문의 응접실에서 마주한 두 사람은 웃음을 터뜨리며 서로를 바라본다. 도미닉은 온화한 태도를 보이지만, 성그란루체에서 가장 큰 규모의 플라티보로스 상회의 주인이다.
아리아는 착지와 동시에 대지에 파문을 일으키며 무수한 바위 창을 날린다.
도미닉은 이 맹공격을 침착하게 처리하고 틈틈이 마법으로 반격한다.
하지만 상대는 철거미의 상위종, 그것도 아라크네 형태로 변신할 수 있는 개체다. 한 방에 끝날 일이 아니다.
이츠키는 성 그란루체국에서 나름대로 마물을 토벌해 왔지만, 사람을 닮은 형태가 될 수 있는 마물을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현재 상황은 도미닉이 밀리고 있다. 그의 지구력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대로 밀릴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다행히 도미닉과 떨어져 있었기 때문인지 이츠키는 표적이 되지 않았다.
사실 이번 도미닉의 목적이 부도덕한 것임을 짐작하고 있다. 그것에 대해서는 진심으로 관심이 없다. 도미닉이 사람을 죽이든 물건을 훔치든, 과거에 원한을 품고 있든 상관없다.
하지만 이대로 도미닉의 곤경을 방치하면 앞으로의 상회와의 관계에 지장을 초래할 것이다.
그렇다고 끼어들 생각도 없고, 그렇다고 이쪽이 비난을 받는 것도 싫다.
뭔가 쓸 만한 물건이 있는지 주위를 둘러보다가 마당 한 구석에서 시선을 멈춘다.
“여기서 쓸 생각은 없었지만, 주의를 돌릴 수 있을 정도로 사용할 수 있을까?”
이츠키는 격투를 벌이고 있는 한 마리에게 들키지 않도록 몰래 그 장소로 이동했다. 그리고 수납 공간에서 자신의 키만한 큰 천을 꺼냈다. 천이 땅에 떨어지자 그려진 마법진이 이츠키의 마력에 반응해 붉은 빛을 내뿜었다.
그리고 이츠키는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피와 기도가 사슬이 되어 저승에서 영혼을 끌어내려라.
가초의 그릇은 여기에 있다.
가초의 그릇은 여기에 있다.
가초의 생명이 여기에 있다.
그 사람은 죽은 자다.
그 사람은 종이다.
내 뜻에 따르는 그림자 법사다.”
그것은 그가 레이바나국에서 본 강령술을 바탕으로 독자적으로 개발한 오리지널 마법이었다.
"사자강림(死者降隷)<네크로슬레이브>"
시전 완료와 함께 거대한 마력이 소용돌이치며 회오리바람과 불꽃이 되어 거세게 휘몰아친다.
“으악, 이게 뭐야!? 마력이 한꺼번에 빼앗겨 버렸어!”
이츠키는 서둘러 수납공간에서 마력 회복약을 꺼내 단숨에 마셔 버린다. 한 병으로는 부족하다. 두 병, 세 병, 네 병을 꺼내 마신 후 병을 던져 버린다. 그 사이에도 그의 마력은 마법으로 빨려 들어간다.
“이게 뭐야 ......”
이 기괴한 광경에 아리아도 도미닉도 손을 멈추고 주의를 기울였다.
“아차... 약이 다 떨어졌어...”
아슬아슬하게 가지고 있는 약이 다 떨어질 즈음, 마법이 완성되었다.
마력이 수렴, 응축되어 뼈가 되고 살이 되어 형태를 이룬다.
“그런 ......”
세상의 이치에서 벗어난 이치에 맞지 않는 존재를 보고, 아리아는 무심코 중얼거렸다.
“오랜만이야, 아리아”
그 사람은 생전과는 다르게 윤기 있고 우아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헨리 드 시어러는 공정한 사람이다.
올리비아와 펀이엔은 힘차게 문을 열고 헨리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밖으로 뛰쳐나갔다. 영주에게 너무 무례한 행동이었지만, 그는 신경 쓰는 기색은 없었다. 오히려 그녀들의 행동을 당연하게 여겼다.
어쨌든 슈마와 오필리아를 죽인 원수가 지금 이 마을에 온 것이니 말이다.
도미닉 르 갈리엔은 과거 슈마 일행의 파티원 중 한 명이었다.
그는 슈마나 오필리아에 비해 전력은 부족했지만, 대신 연구자로서의 실력이 뛰어났고 협상과 상거래에 능했다. 그래서 그는 의뢰나 성과물에 대해 길드나 의뢰인과 협상하는 일이 많았다. 헨리를 알게 된 것도 그것이 계기가 되었다.
하지만 자신의 연구에 몰두하는 그와 슈마 일행 사이에는 근본적인 가치관의 차이가 있었고, 점차 갈등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오필리아의 임신이 밝혀지고, 파티로서도 이제 슬슬 마음을 추스르거나 해체를 고려해야 할 때, 치명적인 사건이 발생한다. 도미닉이 파티 멤버 중 한 명을 살해한 것이다. 오해나 억울함의 여지가 없는 완벽한 살인이었다. 당연히 슈마도, 오필리아도, 다른 파티원들도 도미닉을 규탄하려 했지만 그는 도망쳤다.
파티원들이 총출동해 그의 행방을 쫓았지만, 잡기는커녕 오히려 역습을 당하는 사람까지 나왔다. 슈마와 오필리어는 도미닉의 역습을 경계해 베르헨 수해 안에 저택을 마련한 뒤 결계로 덮어두었다. 사정을 들은 헨리도 이를 용인했다.
참고로 도미닉에 의한 살인은 흔한 모험가들 간의 다툼으로 처리되어 공식적인 기관의 추궁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으로부터 8년 전, 마침내 도미닉의 행방을 알아낸 헨리는 이번엔 제재를 가하기 위해 강습을 감행했다.
그 결과 슈마는 죽고, 오필리아도 목숨을 크게 단축했다. 두 사람은 도미닉을 찔러 죽인 줄 알았지만, 그는 깊은 상처를 입고도 꿋꿋하게 살아 남았다.
그런 그가 현재 바멜에 와 있다. 그리고 방금 전 바헨 수해로 들어갔다는 소식이 들어왔다.
도미닉의 구체적인 목적은 알 수 없지만, 그에게 있어서는 오필리아의 저택 등 연구 대상의 보물창고일 것이고, 부모의 원수인 남자의 접근은 경계해야 할 것이다.
여기까지가 헨리가 올리비아에게 말한 내용이다.
우선 도미닉이 왜 파티원 중 한 명을 살해했는지.
당시 도미닉은 연구 과정에서 한 가지 가설을 세웠다.
『마물의 시체가 마법과 장비의 재료로 유효하다면, 인류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이는 세상의 모든 가치관을 근본적으로 뒤엎는 것이다.
인류를 마물과 동일하게 취급하는 행위는 공동체 내에서 살인과 시체 훼손에 이르는 동기를 만들어 질서의 붕괴를 불러일으킨다. 일부 종교에서 배척하는 종족이 어떻게 취급되는지는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또한 인류를 악마와 동등한 존재로 인정하는 셈이 되어 윤리적으로나 종교적으로 혼란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의 가설은 옳았다. 모든 인류가 유용한 것은 아니지만, 상위 마법사나 엘프 등은 마족 이상의 효과를 발휘했다.
그렇다면 도미닉의 이번 목적은 아마도......
도미닉이 바멜에 침입한 지 벌써 일주일 정도 지났다. 헨리는 일찌감치 알고 있었지만 오늘까지 올리비아에게 알리지 않았고, 경비대나 군대에도 아직 알리지 않았다.
플라티보로스 상회는 겉으로 드러나는 상품뿐만 아니라 귀족들이 선호하는 뒷거래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런 대형 상회는 사페리온 왕국에게 있어 본거지가 다른 나라에 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귀중한 존재였고, 부정이 드러나면서 없애야만 했던 것을 아쉬워하는 귀족들도 많았다.
수해에 저택을 짓고, 더 나아가 결계로 숨기는 것은 본래 영주로서 용납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하지만 용서했다. 슈마 일행에 대한 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도미닉에게 유예를 주었다.
헨리 드 시어러는 공정한 사람이다.
바멜에서 베르헨 수해의 저택으로 가는 길은 몇 번이나 지나다녔을까.
길이라고 하기엔 풀과 나무가 우거져 익숙하지 않으면 그저 숲으로만 보이지만, 나에겐 소중한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다.
"호화로운 밥, 기대"
"샤"
바멜에서 식량을 대량으로 구입한 탓에 클라릿사와 에리카는 들떠 있지만, 이는 곧 도착할 예정인 아나벨을 환영하기 위한 것이다. 호화로운 밥은 그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요리하는 입장에서는 기대가 되는 것은 기쁘지만,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얘들아, 그건 아나벨 선생님이 오시고 나서야 할 일이야”
그렇게 말하면서도 나 자신도 약간 들떠 있다는 자각이 들었다. 물론 그것은 이 녀석들처럼 식욕 때문이 아니라 오랜만에 아나벨 선생님을 만날 생각에 들떠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문득, 수풀 속에 있는 하얀색 물체가 눈에 들어왔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그것은 스피카리리 꽃봉오리였다.
스피카리리는 내가 환생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올리비아가 나를 위해 꺾어다 준 추억의 꽃이다.
그래, 식탁에 장식해도 좋겠군. 아직 꽃잎이 열리지 않았지만, 애나벨이 올 때쯤이면 꽃이 피어 있을 것이다.
허리를 굽혀 꽃을 따서 수납공간에 넣었다.
자, 이제 갈까?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갑작스러운 굉음이 나무 바다를 뒤흔들었다. 조금 늦게 검은 연기가 피어오른다.
“집 쪽!”
클라릿사가 가장 먼저 반응하며 불온한 말을 내뱉고 뛰쳐나갔다. 나와 에리카도 그 뒤를 따랐다.
몇 그루의 덤불을 넘어가자, 그곳에는 수해의 더 안쪽에서 땅이 곧게 깎여져 있었다.
그 가장자리에 누워 있는 끔찍한 모습에 나는 눈을 크게 떴다.
“아리아 씨!”
그녀는 반신불수, 거미 몸통은 상처투성이에 다리도 몇 개가 없어진 상태였다.
급히 달려가 그녀를 일으켜 세우고 수납공간에서 꺼낸 회복약을 발라주었다.
지금의 나조차도 이길 수 없는 아리아가 이런 큰 부상을 입다니, 보통 일이 아니다. 나는 경계하면서 그 원인이 있을 것 같은 방향으로 시선을 돌렸다.
하지만 검은 연기의 커튼을 뚫고 나타난 그녀에게 나는 움직일 수 없었다.
높게 묶은 검은 머리와 단정한 얼굴, 작은 안경 뒤의 지적인 쌍꺼풀.
그것은 내가 잘 아는, 예전과 전혀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다.
“아, 역시 당신도 있었군요”
그 목소리도 역시 예전과 같았다.
“오필리아 ......”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있을 리가 없다.
무심코 내뱉은 말을 이성이 필사적으로 부정한다.
“건강해 보여서 다행이야”
그녀는 윤기가 흐르면서 부드러운 미소를 짓는다.
행동 하나하나가 내 신경을 거꾸로 건드리고 있었다. 존재 자체가 용서할 수 없다.
“나, 나탈리아...... 도망쳐...... 올리비아를......”
내 품에 안긴 아리아가 신음하듯 중얼거린다. 반신불수가 된 상태에서는 이것만으로도 이미 기적 같은 일이지만, 역시나 목소리는 약하다.
“클라, 에리카, 아리아 씨를 데리고 아가씨와 합류해”
“와, 와우!”
“샤!”
두 녀석들은 아직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지만, 그래도 도망치는 것 정도는 할 수 있을 것이다.
아리아를 맡기고, 나는 다시 한 번 대면한다.
“당신은 뭐야? 무슨 목적이지?”
“잊어버렸나? 오필리아야. 알 수 없는 마법으로 소생시켜서 올리비아를 죽이는 데 협력하게 하고 있어.”
인정할 수 없는 말을 두 번이나 했다.
오필리아의 죽음을 모독하고, 더 나아가 올리비아를 죽인다고?
정말 악취미가 심하다.
“올리비아를 해치려 든다면, 네가 뭐든 간에 내 적이다!”
이미 화가 난 나는 블랙호크의 총구를 눈앞의 그것에게 겨누었다.
“어머, 네가 나를 공격할 수 있을까?”
“오필리아는 죽었어. 약해지는 모습도, 숨을 거두는 순간도, 차갑게 식어가는 몸도 모두 기억하고 있어. 시신을 정화하는 것도, 매장하는 것도 내가 이 손으로 했어”
그때의 고통과 절망감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이제와서 비슷한 게 나온다고 해서 속아 넘어갈 정도로, 그런 맘약한 녀석이 아니야!”
“그래. 그럼 네가 얼마나 성장했는지 보여 주겠어. 저기, ---........”
윤기 나는 입술이 말을 내뱉는다. 이어진 글자를 나는 참을 수 없었다.
“그 얼굴과 목소리로”
그것은 이 세상에서 아무도 모르는, 오필리아에게 맡긴 내 전생의 이름이었다.
“그 이름을 부르지 마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제 210 화 다시 한번 사페리온에 대한 묘사에 오류가 있어 수정했습니다.
수정 전
젤크 가문의 응접실에서 마주한 두 사람은 웃음을 터뜨리며 서로를 바라보았다. 도미닉은 호탕한 태도를 보이지만, 성 그란루체 국내 최대 규모인 플라티보로스 상회의 주인이었다.
수정 후
젤크 가문의 응접실에서 마주한 두 사람은 웃음을 터뜨리며 서로를 바라본다. 도미닉은 온화한 태도를 보이지만, 성그란루체에서 가장 큰 규모의 플라티보로스 상회의 주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