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9화> 메이드 인형 시작합니다
dead dance on the palm⑦
이츠키는 파니키아 요새의 문지기에게 제3기사단 대장을 보여주며 요새의 책임자인 장군에게 부탁했다.
이 요새에 전이 마법진을 설치했을 때 이미 안면이 있던 그는 이츠키와 도미닉을 흔쾌히 받아들여 전이 마법진 사용을 허가해 주었다.
두 사람은 요새의 식당으로 안내되어 식사와 마력 회복약을 제공받았다.
“......"
이츠키는 음식을 입에 넣으며 생각에 잠겼다.
사자강림은 발동 시, 부활한 사자의 사고에 제한을 가할 수 있다.
생각의 자유도를 높이면 생전의 기술을 재현할 수 있지만, 그 행동은 시전자의 의도를 벗어날 우려가 있다.
반대로 생각을 강하게 제한하면 시전자의 지시에 충실하지만, 자기 판단을 할 수 없어 생전의 기술을 충분히 발휘할 수 없다.
오필리아는 전자의 경우로, 도중에 말을 잘 들어주었지만, 유명한 마도사였던 그녀라면 자신을 옭아매는 제한의 틈을 파고들어 자신을 해칠 가능성도 있었다.
추격자의 정체도 능력도 알 수 없지만, 그녀를 제거하기에는 딱 좋은 타이밍이었을 것이다.
(데려가서 레티에게 오해를 사면 곤란하니까).
그렇게 생각하며 마음을 정리하고 있는데, 식당 밖에서 병사들이 분주하게 뛰어다니는 모습이 보였다.
“무슨 일이 생긴 모양이군.”
“방금 전의 적이 쫓아온 걸까요?”
“그 오필리아가 그렇게 빨리 패배할 것 같지는 않은데.......”
도미닉의 말에 이츠키도 고개를 끄덕였다.
이츠키는 자리에서 일어나 병사 한 명을 불러 세우고 물었다.
“넵, 요새에 몬스터가 접근하고 있다고 해서 방어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이 요새는 마족의 서식지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을 테고, 가끔씩 몇 마리씩 오는 정도일 텐데? 많은가?”
“아니요, 한 마리인 것 같습니다만, 미확인 종의 마물이라 경계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정체불명 ...... 아, 아뇨, 멈춰세워서 미안해요. 무운을 빕니다.”
소속이 다른 사람에게도 기꺼이 가르쳐 준 젊은 병사에게 이츠키는 진심으로 감사하며 경례를 했다.
“하하, 감사합니다!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달려가는 병사의 뒷모습을 배웅하고 자리로 돌아간 이츠키에게 도미닉은 신묘한 표정을 지었다.
“이츠키군, 귀국은 예정보다 일찍 하는 것이 좋을 것 같군.”
“네, 저도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플래그 같지 않은가, 이 상황. 아까의 병사, 살아남았으면 좋겠는데, 할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심각한 피해를 입은 나탈리아는 쓰러져 갔다.
서브암은 산산조각이 났고, 블랙호크와 화이트 바이퍼는 놓쳐버렸고, 지금 손에 쥐고 있는 것은 블루하운드뿐이다.
통제 불능이 된 켈라이노의 날개에 타오르는 불길이 붉은 꼬리를 드리우고, 옆에서 보면 마치 유성처럼 보일 것이다.
하지만........
“아직이다 ......”
나탈리아는 낙하하는 풍압에 몸을 맡기며 중얼거리듯 중얼거렸다.
그리고--.
“최종 리미터 해제. 마도핵, 최대 가동.”
그녀는 마지막 족쇄에서 풀려났다.
푸른빛으로 반짝이는 마력 입자가 뿜어져 나와 온몸을 감싸고, 불을 끄는 동시에 부력을 발생시켜 낙하를 막았다.
하지만 몸은 확실히 손상을 입었고, 마력이 빠르게 퍼져나간 충격으로 몸 표면에 균열이 생기고 거기서 푸른 빛이 새어 나왔다.
나탈리아는 그마저도 아랑곳하지 않고 이번에는 반대로 푸른 잔광을 그리며 급상승한다.
얼굴까지 금이 갔지만 아직 전의를 잃지 않고 있다.
비록 온몸이 부서져도 물러서지 않는 이유가 있다.
상처의 자동 회복을 위한 마력마저 차단하고 상대를 쓰러뜨리는 데 집중한다.
“괜찮아, 아직 싸울 수 있어 ......”
블루하운드를 움켜쥐고 상승하면서 수납공간에서 꺼낸 강철 실을 양손과 양다리에 감아 균열로 인한 마력 누출을 막는다.
“흐흐, 이 정도면 포기하지 않을 정도로 강해진 것 같네. 하지만, 이쪽도 손 놓고 있을 수는 없으니까--”
“그것"은 다가오는 나탈리아를 내려다보며 기쁜 듯이 중얼거리며 그 주변에 무수한 마법진을 전개한다.
“자, 당신의 모든 것을 걸고 달려오세요.”
마법진에서 마력의 총알과 광선이 비처럼 쏟아져 내린다.
그 탄도를 모두 파악해 순식간에 틈새로 몸을 밀어 넣는다. 피할 수 없는 것은 결계로 받아내거나 마력검으로 튕겨낸다.
“그럼 다 내버려둬야지.”
나탈리아의 모습이 잠시 흔들리더니 주변에 같은 모습이 무수히 나타났다. 전투에서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았던 환영 마법이었지만, 나탈리아의 마법이 예전보다 정확도가 높아져서인지 환영은 정지된 모습이 아니라 본체에 이끌려 계속 상승한다.
“그것"은 공격을 이어가면서 어이없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었다.
“쓸 수 없는 것까지 꺼내서 어떻게 하려는 거야. 환영 마법 같은 건 실전 경험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미세한 흔들림이나 기척, 마력의 반응으로 알아챌 수 있어. 그렇지 않더라도 마력의 입자까지 재현하지 못했으니 진짜만 방어하고 있으면 금방 알 수 있을 거야.”
“그것"의 말대로, 나탈리아의 몸의 균열이나 케라이노에서 뿜어져 나오는 마력 입자가 환영에는 없다. 그리고 피할 수 없는 공격에 대해 환영은 무방비 상태인 채로 받아들이고 있지만, 본체는 막으려 하고 있다.
이 모든 문제를 모두 해결한, 실제와 구별할 수 없는 완벽한 환영을 만들려고 하면 소비 마력도, 제어 정확도도 엄청나게 높아진다. 그래서 실전에서 환영 마법의 사용은 비효율적이라고 여겨지는 것이다.
그리고 아무리 여러 개의 환영을 전개해도--........
“둘러싸면 마찬가지야.”
나탈리아의 주변에 섬광이 흐르고, 다음 순간 폭염이 폭발한다.
아까도 보여줬던 중급 화염 마법 에어버스터의 동시 발동.
도망칠 곳 없는 광역 폭파는 피할 수 없는 공간 제압이 되어 나탈리아를 집어삼켰다.
그러나 갑자기 폭발의 화염 덩어리 속에서 창백한 섬광이 뿜어져 나왔다. 수납공간에 보관하고 있었기에 무사했던 레드쿼슬리의 일격이었다.
섬광은 "그것"의 곁을 스쳐 지나갔고, 이내 가늘어지며 사라졌다.
피격당한 고통스러운 반격은 무참히 빗나간 것 같았다.
“그래서 다 알았다고 했잖아.”
“그것"은 재빨리 뒤를 돌아보며 공중으로 마력탄을 발사했다. 그러자 아무것도 없을 것 같은 풍경이 흔들리더니 나탈리아가 나타났다. 그녀는 환영 마법으로 자신감을 사라지게 하면서도 지워지지 않는 마력 입자를 레드 쿼슬리의 섬광을 쫓아 날아다니는 것으로 속여 "그것"의 뒤를 돌아다니고 있었다.
나탈리아는 마력탄의 요격을 받으면서도 멈추지 않았다. 신체의 중요 부위에 결계를 집중하며 계속 나아갔다.
케라이노의 날개가 마력탄에 맞아 검은 날개가 공중을 날았다. 하지만 마력 물질화의 응용으로 결손된 부분을 메워 기능을 유지한다.
나탈리아는 멈추지 않고 기세를 몰아 오른팔을 내밀었다. 손에 쥔 것은 마력이 소진된 레드 쿼슬리가 아닌, 탄창에 마력이 남아있던 블루하운드였다.
블루하운드의 본래 사거리로 따지면 근접 사격에 해당하는 거리.
압축된 마력의 총알이 쾌음과 함께 날아다니며 결계를 뚫었다. 그러나 "그것"은 바로 눈앞에서 고개를 갸웃거렸고, 눈썹 사이를 노린 총알은 머리카락 한 움큼을 베어내는 데 그쳤다.
나탈리아가 추격하기 위해 휘두른 마력검을 "그것"은 즉시 수리한 결계로 막아냈다.
“함부로 접근하지 말라고 했잖아.”
방금 전의 재연결처럼 결계 안쪽에서 "그것"의 손가락이 허공을 쓰다듬는다.
하지만 그 직전, 나탈리아의 양 팔다리가 푸른 인광에 휩싸였다. 그리고 나탈리아의 팔은 아까처럼 분해되지 않았다. 감은 강철 실을 보조로 결계의 응용인 마력 고깔손을 형성하여 물체 부양 조작에 의한 간섭을 막은 것이다.
“그것" 의 기술
“그것"의 기량으로 볼 때, 이 정도의 결계를 깨는 데는 한순간이면 충분했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나탈리아는 결계에 총구를 들이댄 블루하운드의 방아쇠를 당겼다. 그 한 발은 다시 한 번 빗나갔지만, 동시에 다시 결계에 구멍을 뚫었다.
그 작은 구멍이 복구되기도 전에 나탈리아는 팔을 집어넣어 굳게 닫힌 문을 부수듯 힘껏 파괴했다.
“대책은 세웠구나. 하지만 중요한 것을 잊고 있어.”
뒤로 날아가면서도 나탈리아에게 쫓기던 "그것"은 미소를 지으며 슬픔이 묻어나는 목소리로 속삭였다.
“나는 죽어도 괜찮은 존재라는 것을.”
나탈리아도 "그것"도 둘러싸듯 주변에 펼쳐진 무수한 마법진. 그 수는 방금 전보다 더 많았고, 모두 상급 마법이었다.
그 위력이 발동하려는 순간--........
“열어라!”
“그것"의 마법진에 응수하듯, 나탈리아의 열여덟 번째 수납공간이 입을 크게 벌려 모든 마법진을 삼켜버렸다.
“아!”
예상치 못한 일인지 "그것"이 살짝 시선을 주변으로 돌렸다. 그 찰나의 틈을 나탈리아는 놓치지 않았다.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찢어지는 비명과 함께 나탈리아의 마력검이 "그것"의 가슴을 관통했다.
온몸이 너덜너덜해 비행조차 간신히 유지하고 있는데, 나는 푸른 마력으로 결손을 보완한 날개를 펄럭이고 있었다.
힘없이 떨어지는 "그것"의 팔을 붙잡아 끌어안았다.
다가오는 땅. 케라이노의 출력을 높여 감속하고 자세를 바꿔 어떻게든 안전하게 착륙했다. 하지만 이제 한계가 왔는지, 마력에 의한 결손 보조를 푼 날개는 뼈대부터 부러져 완전히 망가져 버렸다.
하지만 그런 건 신경 쓰지 않았다.
“오필리아!”
내가 이름을 부르자, 내 품에 안긴 그녀가 살짝 고개를 들었다.
“후후...... 드디어 불러주었구나.......”
알고 있었다.
알고 있었다.
내 전생의 이름은 올리비아에게도 루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이 세상에서 그것을 아는 사람은 오직 한 사람, 오필리아뿐이다.
그래서 눈앞에 있는 그녀는 오필리아 본인임에 틀림없다고, 이름을 불렀을 때 확신했다.
그 오필리아를 나는 ......!
“강해졌구나 ......”
아니야!
나는 이런 일을 하기 위해--!
“항상 미안해 ...... 힘든 역할만 시킨 것 같아 ......”
“그런 ...... 안 돼 ...... 오필리아 ......”
지금의 오필리아의 모습은 예전의 그녀의 최후를 떠올리게 한다.
한때는 도미닉에게 받은 저주로. 그리고 지금은 내 손에 의해 오필리아는--.
“...... 이 몸도 한계가 있는 것 같네요 ...... 그래도 당신 덕분에 올리비아를 죽이지 않았어요 ......”
그녀의 말대로 그 몸은 끝에서 마력의 입자로 변해 사라져 갔다.
부모와 자식이 서로 죽이지 않기 위해 부활한 오필리아를 죽인다.
그렇게 각오하고 이곳에 왔을 텐데, 막상 실행에 옮기고 그 광경을 목격하고 나니 자신이 저지른 일의 무게에 짓눌려버린다. 각오가 부족했음을 깨닫게 된다.
나는 항상 그렇다. 말뿐인 각오와 순간의 흐름에 따라 행동하고, 나중에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후회한다.
“...... 울지마, 나탈리아 ......”
“울면 어떡해 ......!”
얼굴에 생긴 균열에서 마력이 새어나와 시야를 흐리게 한다.
하지만 이건 눈물이 아니다. 마도 인형인 내가 눈물을 흘릴 리가 없다.
오필리아는 미소를 지으며 내 뺨을 쓰다듬는다. 나는 매달리는 듯한 기분으로 손을 겹쳤다.
하지만 내 손 아래에서 오필리아의 손이 부서졌다. 마치 모래상이 파도에 휩쓸리듯 부서져 미세한 마력의 입자가 되어 결국 공기에 녹아 사라졌다.
“아...아...아...오필리어아 ......”
해야 할 말, 하고 싶은 말은 많았지만 말이 나오지 않았다.
“...... 고마워요...마도 인형에 깃든 영혼이 당신이라서 ...... 정말 다행이에요 ......”
“아 ......”
그렇게 말하며 오필리아는 산산조각이 났다. 마력의 입자가 공중에 떠서 반짝이며 사라졌다.
사람의 죽음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도 덧없고 아름답고, 그리고 아무것도 남지 않는 잔인한 소멸이었다.
“...오필...리아 ...... 나는 ...... 그런 ......”
마력 입자가 사라진 허공을 바라보며 멍하니 중얼거린다.
은인을 죽여야만 막을 수 있는 지금의 나는 너무 무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