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5화> 메이드 인형 시작합니다
용사패배
큰 구멍에서 흘러나온 마력이 형태를 이루며 수십, 수백 개의 소총형 마총을 만들어냈다.
이는 마치 대군이 총을 들고 있는 것과 같다.
검은 갑옷이 팔을 들어 올리는 호령과 함께 마총은 일제히 굉음을 내며 불을 뿜어냈다.
방패, 갑옷, 투구, 결계. 그 모든 것이 무의미하다. 어떤 방어에도 총알은 뚫고 들어간다.
아까의 저격은 아직 간격을 두고 있었지만, 이 많은 수의 마총에 그런 걸 기대하는 건 헛수고다.
“뭐야, 이 마법은! 수납 공간과 마력 물질화의 병용! 수납공간을 이렇게 대규모로! 물질화된 마력으로 복잡한 마도구를 재현하다니!”
눈앞에서 맹위를 떨치는 마총의 무리는 울벤트의 마술사로서의 상식에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하늘에 닿을 정도로 넓게 열린 수납 공간도, 마력 물질화로 복잡한 마도구를 구축하는 것도 그의 상식으로는 너무도 파격적이었다.
“말도 안 돼요! 난 모른다고, 저런 마법! 이게 뭐야!
미지의 마법에 당황한 울벤트의 눈썹 사이로 총알이 꽂혔다.
"센티피드"
검은 갑옷의 손에도 검은 구멍이 생기고 마력이 넘쳐난다. 고밀도의 마력이 부품을 형성하고, 수식이 새겨지고, 조립된다.
완성된 마총은 한 자루였지만, 지금까지의 마총보다 훨씬 큰 여섯 개의 총신을 가진 개틀링 건이었다.
검은 갑옷이 손에 쥐자 원형으로 늘어선 총신이 회전하기 시작했고, 회전 속도가 일정하게 유지되는 순간 발사가 시작되었다.
센티피드의 이름처럼 길고 큰 위용을 자랑했다. 여섯 개의 총신이 번갈아 가며 총알을 내뿜고, 그 사격이 끊이지 않는다.
휘두르는 그것만으로도 병사들이 차례로 쓰러진다.
물론 주변에 배치된 소총형 마총의 사격도 계속되고 있다.
단신이었을 검은 갑옷은 하나의 마법으로 군대에 버금가는 전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그란루체 군대는 완전히 와해되었지만, 원래 철수해야 할 요새도 이미 흑갑옷에 의해 파괴되어 도망칠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울벤토도 이미 죽었고, 흑갑옷을 쓰러뜨릴 전력도 없다.
빠른 시일 내에 그란루체 군의 멸망은 시간 문제처럼 보였다.
“우오오오오오오!”
그러나 그곳에서 우렁찬 함성을 지르며 검은 갑옷을 향해 외치는 이가 나타났다.
방금 전에 격추시켰던 프레드가 다시금 황금빛 빛을 입고 빠른 속도로 흑갑옷을 향해 날아왔다.
검은 갑옷이 센티피드를 조준한다.
“칼레드 울프!”
프레드의 검이 내뿜는 거대한 빛의 베기가 마력의 총알을 삼키고 그 끝에 있는 흑갑옷을 향해 다가갔고, 가볍게 날갯짓을 하는 것만으로 피했다.
다가오며 다음 일격을 준비하던 프레드를 큰 구멍에서 자란 라이플이 쏘아올렸다.
자세를 잃고 추락하며 땅바닥을 미끄러지는 프레드. 하지만 몸이 번쩍이며 기세를 몰아 다시 공중으로 떠오르며 검은 갑옷을 향해 날아오른다.
검은 갑옷은 예상치 못한 회복 속도에 놀라며 센티피드를 놓아주고 사라진다.
다가온 프레드는 속도를 높여 검을 휘둘렀지만, 흑갑옷은 쉽게 피했다.
그 틈새에 흑갑옷은 프레드의 몸에 난 상처가 치유되고 있음을 알아차렸다.
“마력의 흐름은, 이건 그란루체 군대 안에서 인가... 이 거리에서 회복 마법을 전달할 수 있을까?”
프레드가 원거리에서 회복 마법을 받고 있는 것을 알아차린 흑갑옷은 마력의 흐름을 읽었고, 그 근원이 그란루체 군대 안에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아직이다!”
프레드는 여전히 전의를 불태우며 검을 휘둘렀지만, 흑갑옷은 마력검으로 이를 쉽게 막아냈다. 빛을 입은 검이 아무리 높은 위력을 지녔다고 해도 너무 크고 단조로운 검줄은 쉽게 처리할 수 있다.
하지만 방금 전 프레드가 입은 상처는 원거리에서 전달되는 회복 마법으로 이미 치유된 상태였다.
"호넷"
검은 갑옷이 날갯짓으로 거리를 벌리며 중얼거리자, 큰 구멍에서 자란 소총에 날개가 생겨나더니 차례로 큰 구멍에서 날아올랐다. 도망치는 그란루체 군을 상공에서 공격했다.
지금까지는 한 방향에서 쏘기만 했지만, 하늘을 날아다니는 날개 달린 라이플 호넷의 위협은 그에 비할 바가 아니다. 조준도 정확하고, 확실하게 요점을 쏴서 즉사시켜 버린다. 아무리 마술사의 회복 마법이 뛰어나도 죽은 자를 되살릴 수는 없다.
“네 상대는 나잖아! 녀석한테 손대지 마!”
“아까부터 계속 공격해 왔는데 이제 와서 무슨 소린가. 게다가 너희들은 군대고 여긴 나 혼자다.”
무너져 가는 그란루체군. 그리고 흑갑옷은 프레드로 이어지는 마력의 흐름을 감지하고 그를 회복시키고 있는 마법사가 있는 곳을 파악하고 있다.
“맞아라!”
프레드가 검을 휘두르자 즉시 칼날을 돌려 베고, V자형의 거대한 빛의 칼날이 날아오른다.
“맞을 리가 없잖아!”
직격인 줄 알았던 그 순간, 검은 갑옷의 몸이 머리, 몸통, 팔다리로 쪼개지며 광검을 피했다.
인간에게 있을 수 없는 능력에 놀란 프레드의 눈앞에서 분열된 몸체가 날아오르더니 다시 합쳐져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와 검은 날개를 펼친다.
“인간이 아니야!”
“인간이라고 말한 기억이 없는데. 넌, 지금까지 이 세상에서 무엇을 보고 있었던거지?”
“괴물이냐!”
검은 갑옷이 수납공간에서 꺼낸 저격총을 들고 프레드에게 겨누었다.
“큭!”
허둥지둥 몸을 비틀어 피한 직후, 마력의 총알이 뚫고 지나갔다.
“피한걸로 여기나?”
검은 갑옷의 말과 동시에 프레드가 받고 있던 회복 마법이 끊어졌다.
“레이첼!”
그 의미를 알아차린 프레드가 무심코 뒤를 돌아보니, 저 멀리 뒤쪽에서 총알을 어깨에 맞은 레이첼이 무릎을 찔렀다.
하지만 치명상은 아니었다. 레이첼은 스스로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프레드는 잠시 안도하는 순간, 눈앞에서 상공에서 호넷이 달려들었다.
귀를 찢는 총소리와 함께 온몸에 총알을 맞은 레이첼은 순식간에 살덩어리가 되어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레이체에에에에에엘!”
연인의 처참한 죽음에 절규하는 프레드였지만, 검은 갑옷은 멈추지 않았다.
“독스”
밤색 날개를 펄럭이며 다가오는 검은 갑옷이 왼팔에 가위를 형성한다.
“큭!”
프레드는 가위를 막기 위해 재빨리 검을 들어올렸다. 하지만 커다란 독스는 검을 꺾어 프레드의 왼팔을 베어버렸다.
“우, 아아아아!”
피가 튀고 팔이 공중을 날아다니며 비명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그마저도 끊어내려고 가위가 다가온다.
“이쪽이다, 괴물!”
검은 갑옷의 얼굴에 헝겊 주머니가 던져져 먼지가 퍼져나갔다. 그리고 잠시 후, 먼지가 눈부신 빛을 발산했다. 이는 마력이 담긴 마정석을 부순 먼지와 헝겊 주머니에 적힌 수식에 의한 것으로, 말하자면 섬광탄의 마도구였다.
단순한 빛이라면 아무리 강렬해도 마력을 감지하는 흑갑옷에 눈부시게 빛나지 않겠지만, 마력을 띤 섬광은 흑갑옷의 감각을 마비시켰다.
그 틈을 타 말을 탄 디노가 프레드를 붙잡아 끌고 갔다.
검은 갑옷이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프레드의 모습은 그란루체 군대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섬광탄으로 인해 호넷의 공격도 끊겼지만, 그란루체 군은 이미 궤멸된 상태였다. 가만히 놔두면 연합군이 추격해 올 것이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버티고 있던 흑갑옷은 우울함을 달래기 위해 밀어붙이기로 결심했다.
“부수고, 그 부리를 피로 물들여라.”
검은 구멍이 사라지고 대신 허공에 마법진이 그려진다.
“끝없는 갈망이야말로 쾌락이다”
마법진에서 거대한 통이 뻗어나간다.
“만찬이 시작되었다”
그것은 총신이었다.
“화염신을 쪼아대는 대독수리”
거대한 포구에서 거대한 포탄이 발사되어 그란루체 군과 나프레테프 요새를 관통했다.
이날 나프레테프 요새는 완전히 파괴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