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 소설 - 연재/탑의 마도사

<30화> 탑의 마도사

NioN 2024. 11. 19. 19:59

제 30 화 시장의 실패

 상급 귀족인 세레카는 빛의 다리를 건너며 아래에서 벌어지는 혼미를 보고 있었다.

“무슨 일이야 세리카. 서두르지 않으면 늦는다고”

 세레카의 스승인 검은 로브를 입은 남자가 다그친다. 그러나 세레카는 멈춰선 채 그 날카로운 시선을 아래쪽으로 향하고 있다. 그녀의 은테 안경 안쪽에 있는 눈은 사냥감을 노리는 매처럼 엄격하게 공장의 모습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 눈동자는 그녀의 회색 머리와 어울려 엄격하게 다가가기 힘든 인상을 주고 있다.

“어이, 세레카. 뭐하고 있어”

“...있잖아. 유인. 왜 그들은 이렇게 비효율적인 일을 하고 있지?”

“뭐?”

“좀 더 고도의 마법을 쓰면 되잖아”

 그녀는 아래쪽을 가리켰다.

“이것은 요컨대 완성된 제품을 박스에 담아 출하하고 있는 것이겠지. 마법진과 정령을 구사하면 더 쉽게 할 수 있을거야. 왜 안 그래?”

“저런 방법밖에 몰라서 그래”

“그럼 왜 그들의 감독자나 스승은 다른 방법을 가르치지 않지?”

“무능한 하층계급의 잔꾀라는 겁니다. 세레카 아가씨”

 유인은 익살스러운 듯 입꼬리를 일그러뜨리며 말했다. 세레카는 유인의 태도에 눈살을 찌푸린다. 귀족 계급에 비해서는 세상 물정에 밝아서 스승으로 고용하고 있지만, 그의 선민사상에 서투른 가치관과 거드름 피우는 말투는 아무래도 마음에 들 수가 없었다.

“시간이 아까워서 그렇다. 감독자나 스승에게는 그들을 위해 시간을 할애할 여유도 의리도 없다. 그들에게 고도의 기능을 가르치는 것보다 봉급을 깎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생각이다”

“.......”

 세레카는 아직도 납득하지 않은 듯 했다.

“저 지팡이”

“뭐야?”

“왜 저런 조악한 지팡이를 사용하게 하는거야? 저런 지팡이로는 작업도 쉽지 않잖아”

“저건 쓰라고 있는게 아냐. 그들이 스스로 즐겨 사는거지”

“스스로 좋아서?”

“싸니까. 그들은 싼 것에 눈이 멀어 조악한 물건을 낚아챈 거지”

“그럼 파는 쪽은? 상회는 왜 일부러 싸구려를 파는거야? 비싼 것이 이익도 많이 나는거 아냐?”

“그렇지도 않아. 조악한 제품은 금방 부서져 교체되기 때문에 가격이 싸도 장사가 성립되는 거다. 결과적으로 이익을 회수 할 수 있다”

“그게 뭐야. 사기 같은거 아냐?”

“그렇다고 할 수 있지. 하지만 수요와 공급만 맞아 떨어지면 사기가 아니라 장사를 잘한다는 이야기지”

“그런건 궤변이야”

“네 말도 이해하지만. 그러나 이 상황, 투박하지만 값싼 물건들이 시장에 넘쳐나는 이 상황을 원했던 것은 다름 아닌 이들 구매자인 거야. 상회도 별로 그들에 대해 강매한 것은 아니지. 단지 상품을 가게에 진열했을 뿐이다. 산 것은 그들 자신이야. 설사 그들이 얼마나 가난해지든 그것은 상회의 알 바 아니다. 본인 책임이란 거다”

“본인 책임? 본인 책이라고요?”

“그렇지. 본인 책임이다. 얼마나 일의 능률이 떨어지고, 얼마나 시간을 낭비하고, 얼마나 임금이 떨어지든 그들은 조악한 싸구려 물건을 계속 산다. 당연히 상회로서도 더 싸고 조악한 제품을 시장에 공급하지 않을 수 없다. 봐봐, 세레카 양”

 유인은 세상의 진실을 보여주듯 손을 벌려 지상의 혼미를 보여준다.

“시장에는 조악한 물건들이 넘쳐나지. 이것은 그들이 원했던 것이지”

 공장 바닥에는 무참히 부서진 지팡이가 여기저기 굴러 쓰레기 더미를 이루고 있다.
 사람들은 왜 자신들이 이런 꼴을 당하는지도 모르고 서로 상처를 주고받고 있었다.

(뭐 이런 부조리가! 이런 왜곡된 세계, 누가 시정해야 하는거 아닌가?)

 세레카는 이를 갈며 땅 위를 놀려본다.

“그런 것보다 너는 네 걱정을 해라. 과제 리포트 아직 안 냈겠지? 중대생이라고 정신 빼다가는 바로 낙제할거다”

“알아. 시끄러”

세레카는 무력감에 사로잡힌다.

(그래, 다들 자기 일로 정신이 없어. 나조차도 그들을 도와줄 여유가 없어)

 문득 세레카는 남들과 모습이 다른 구획의 존재를 깨달았다. 인부들은 묘하게 침착하고, 모두 비교적 고가의 지팡이를 장비하고 있다.

(저건... 대일의 지팡이인가)

 세레카는 작업자를 지휘하고 있는 것 같은 두 소년을 주시한다. 나이는 자신과 비슷할까. 장난스러운 듯한 새침머리의 아이와 얌전해 보이는 아이로 대조되는 두 사람이었다.

 그들은 앞으로 어떻게 할지 상의하고 있는 것 같았다. 이들의 눈앞에는 지반 융기로 인해 무너져버린 제품과 질풍으로 인해 먼지와 모래투성이가 되어버린 제품이 있다. 모처럼 마법에 의해 만들어진 제품도 저것으로는 출하할 수 없을 것이다.

(어떻게 할 생각이지?)

 세레카는 관찰을 계속했다.




“테오, 이거 어떻하지?”

“무너진 것을 출하하는 것은 무리야. 이쪽 먼지투성이가 된 쪽을 어떻게 해야해”

“근데 이거 청소하는 것도 힘들어”

 제품에는 많은 양의 먼지와 모래가 덮여 있다. 모두 제거한다면 오늘 중에는 끝나지 않을 것이다.

“토네이도라니…, 우리의 마력으로 토네이도를 일으키기에는 파워가 부족해"

“아무것도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어. 요점은 먼지와 모래를 빨아들이면 된다. 대일의 지팡이는 무거운 물건을 운반하기 위한 것이지만, 세세한 것이라도 운반할 수는 있을 것이다. 광범위하게 마법을 걸어 모래나 먼지만 입자 단위로 당길 수 있도록 힘을 조정하는 거야”

“하지만, 일률적으로 모래나 먼지라고 해도 무게는 각각이지, 하나하나의 무게에 맞추어 당기게 되지만……. 그렇게까지 세밀한 조절은 무리야”

“응. 그래서 마법진에서 보조하는 거야. 그러면 미세 조정할 수 있을 거다”

“그렇군”

“린, 지팡이 조작만 맡겨도 돼? 파워는 내가 더 있지만 네가 더 세밀한 조작은 잘할 거야. 마법진은 내가 그린다”

“응. 알았어”

 테오는 작업자에게 제품을 단단히 고정하라고 지시하자 자신은 마법진을 그리기 시작한다.
 린은 테오가 그린 마법진 위에 서서 정신을 집중시켰다.

(너무 힘을 내면 안 돼. 아주 조금만. 산들바람을 일으키듯이)

 집중력이 충분히 높아진 곳에서 지팡이를 들고 주문을 외운다.

“대일의 지팡이여. 제품에 씌워진 모래나 먼지, 그 외 미세한 입자를 주변의 공기로 들뜨게 하라”

 제품의 산과 인 사이에 공기의 흐름이 발생한다. 팔랑팔랑 모래나 먼지가 들뜨기 시작하고 지팡이에 달라붙기 시작한다.

“안 돼. 너무 늦었어. 이래 가지고는 손으로 먼지를 털어내는 편이 빠를거야”

“좋아. 그럼 회전력도 더해보자”

 테오가 마법진을 다시 그리고 린이 다시 주문을 외운다. 그러자 이번에는 제품과 인 사이의 공기가 소용돌이치기 시작한다. 엄청난 기세로 모래와 먼지가 공기째 휘감겨 린의 지팡이에 달라붙는다.

“흡”

 린은 먼지투성이가 된다.

“좋아 성공이다”

 제품에서는 깨끗하게 분진이 제거되어 출하 가능한 상태로 돌아간다. 테오는 다시 포장 지시를 내렸다.

“이것으로 일단 할당량 만큼은 출하 할 수 있겠군. 그건 그렇게 이 마법 좋네. 방 청소에도 사용할 수 있다. 이 마법의 이름은 글쎄……, 전자동 청소기라고 이름 붙이자”

“저기, 태오 형. 이번에는 제가 먼지로 뒤덮여 있는데요”

 테오가 홀로 열에 빠져있자 린이 항의의 목소리를 높인다.

“흠. 마법발동자가 먼지투성이가 되어버리는 것이 이 마법의 과제네. 발동자와 청소 대상 사이에 공기와 먼지를 분리하는 필터 같은 것이 필요한가”

"그렇군. 그래서 발동자는 먼지로부터 보호받는군. 아니 그게 아니라! 테오, 자기가 먼지투성이가 되고 싶지 않아서 나한테 시켰잖아!"

“미안미안. 오늘은 돌아오는 길에 목욕하고 빨래하러 가. 목욕비와 빨래비, 경비로 안 떨어지면 내가 낼 테니까."

 달래듯 테오가 말했다.

"으으. 이쪽은 어떻게 하지?"

 린이 옆으로 넘어져 버린 제품군을 가리킨다. 가능한 한 많이 지키려고 했지만 역시 얼마간은 허사가 되어버렸다.

“이쪽은 제조부에 반납이군. 복원하든지 새로 만들어 달라고 하든지 할 수밖에 없어”

"이거 수리비나 누가 낼까?" 린이 으르렁거리며 말한다.

"저 상급 귀족들이 함께 변상하게 할 게 뻔하잖아. 아주 당당히 기물 파손하고 간 저 칠칠이들이"

 테오는 욕을 하며 파손된 제품의 수와 제조 로트를 재빨리 확인한다.

“이거 어떻게 해야 할지 감독님께 여쭤볼게. 잠깐만 여기 부탁해도 될까?"

"응. 맡겨줘"

 테오는 린에게 그 뒤의 조치에 대해 몇 가지 말을 전하자 인파 사이를 뚫고 달려나갔다.


“유인이 봐. 걔네들" 세레카는 다시 유인에게 말을 걸어 린과 테오를 가리켰다.

"응? 뭐야? ...호오. 좋은 지팡이를 사용하고 있군."

"게다가 술식도 궁리하고 있어" 세레카가 테오가 그린 마법진을 가리키며 말했다.

“우수하네. 귀족이라면 나름대로 위를 목표로 할 수 있었겠지만, 그 신분으로는……"

 유인은 어깨를 으쓱하며 말하며 그만 흥미를 잃었다. 잽싸게 앞으로 나아가 버리다.
 그래도 세레카는 구원받은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조금만 힘이 났다.
 세레카는 다시 한번 린과 테오를 돌아본다. 그들 두 사람은 이 지옥 같은 현장 속에서 놀듯이 일하고 있다.

(이런 열악한 환경에서도 제대로 궁리해서 노력하는 아이도 있어. 나도 힘내자)


 린은 인부들이 정신없이 움직이는 것을 멍하니 바라보며 조금 전 상급 귀족들이 날리던 마법을 떠올린다.

(엄청난 힘이었구나)

 그들은 머리는 별로 좋지 않아 보였지만 힘은 진짜였다. 강력한 정령을 거느리고 있거나 혹은 고도의 마법 지식을 갖추고 있음에 틀림없었다.

(커넥션이라……)

 린은 유벤투스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마그릴 헤임에는 상급 귀족도 포함한 엘리트가 많이 소속되어 있다. 헤딘 숲 탐색대. 거기서 다시 그들을 만날 수 있을까)

 헤딘의 숲 탐색은 며칠 앞으로 다가왔다.


                      다음화, 제 31 화, 「불합리한 세금 징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