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 소설 - 연재/메이드 인형 시작합니다

<173화> 메이드 인형 시작합니다

NioN 2024. 11. 21. 13:37

제 173 화 용산명동(竜山鳴動)③

 롱샨령은 폐쇄적이고 배타적이지만 사람의 출입이 없는 것은 아니다. 자치권을 얻고 있다고는 하지만 사페리온 왕국의 일부인 이상은 소액이라도 국가에 세금을 낼 필요가 있고, 그 때문에 신뢰할 수 있는 상가와 보따리상을 통해 금전을 주고 받고 있으며, 영주가 되면 다른 영주와 만나야 하는 경우도 있다.
 드물게 이름을 올리기 위해 용인족을 타고하려는 모험가가 찾아오지만, 그 모든 것이 용인족의 아이에게 되돌아와 공격을 당해 기어가는 체구로 퇴화하고 있다. 그래서 그들은 다른 종족을 깔보고 있었다. 특히 인간은 어느 분야에서나 타 종족에 뒤지는 어설픈 종족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그 인간의, 그것도 아직 얼굴 생김새에 천진함이 남아있는 소녀와 펀이엔이 싸우고 있다.
 그렇다. “싸움”이 되고 있었던 것이다.

 이제 롱샨에는 과거의 싸움을 아는 사람이 한 손에 꼽을 정도 밖에 없다. 신의 보살핌으로 추앙 받은 용인족이 살아있는 날의 영광과 그 지난날을 진정한 의미로 하는 자. 그 중에서도 펀이엔은 전자에 선 무인의 생존자이자 역전의 강자다.

 싸움이 격화되면서 그들도 그 소녀가 보통내기가 아니라고 인정하고 있었다.
 그래도 마지막에는 펀이엔이 이길 것이라고 믿었다. 믿고 있었다고 해도 좋다.

 소녀의 주먹이 펀이엔의 아래턱을 후려치는 순간 이들은 확신했다.

 역린을 건드려 버린 그 아가씨는 죽겠구나, 라고.



 올리비아의 주먹을 맞은 펀이엔의 몸이 떠올랐다지만 튕겨져 나간 허공에서 정지했다. 마치 시간이 멈춘 것처럼 착각하게 만드는 이상한 광경에 기술을 발휘한 올리비아도 저도 모르게 눈이 휘둥그레졌다.

“가아아아아아!”

 펀이엔은 뜬 채로 짐승 같은 방향 틀기로 다시 올리비아에게 덤벼들었다.
 눈은 붉게 핏발을 세우고, 입가에서 침을 흘리며, 대체로 이성이라는 것을 느낄 수 없었다. 그러나 그 때문에 그 움직임에 조금의 용서도 주저도 없이, 항상 최적의 필살을 맞춰온다.

 올리비아는 즉시 회피로 옮겨, 신속한 이동술로 거리를 둔다.
 하지만 펀이엔은 변함없이 올리비아 앞에 있었다. 아무일도 없었다. 라는 듯 펀이엔이 카미카제 0식을 따라붙은 것이다.
 회피가 불가능하다가 판단한 올리비아는 즉석에서 화석(花守)의 자세를 취하지만, 한쪽 팔이 찌그러진 상태에서는 견고함이 절반도채 되지 않는다.

“가아아아!”

 날아오는 주먹의 궤도를 손등으로 빗나가게 하지만 펀이엔이 날리는 공격의 강렬함은 앞선 바가 아니였고, 한 팔로 걷잡을 수 없는 것은 카미카제 0식의 초가속으로 억지로 회피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몇번이나 거리를 둔 탓에, 다음 순간에는 분노하는 용인 눈앞에 있는 것이다.
 방어도 회피도 부족하다면 올리비아의 선택은 정해져 있었다.

“하앗!”

 공격일택(攻撃一択)

 숨도 쉴 수 없는 맹공을 동등한 속도와 위력으로 요격한다.
 한쪽 팔의 불리함 따위는 아랑곳 하지 않고, 펀이엔이 내지르는 주먹을 때리고, 차번린다. 그때마다 펀이엔의 강인한 비늘에 약간의 균열이 생긴다.

“이얍!”

 혼신의 발차기가 펀이엔의 배를 강하게 때린다

“그악!”

 괴로움과 함께 날카로운 송곳니 사이로 새어나오는 홍련.
 열린 구강에서 극대화구가 뿜어져 나왔다.
 조금 전에도 마찬가지인지 그 이상의 고열인 곳에다가 올리비아는 주저 없이 주먹을 내지른다.
 파열된 에너지는 폭발하여 불꽃과 모래 먼지를 흩날린다.

‘하아아아!”

 폭염 속을, 치켜든 주먹에 번개를 감싼 올리비아가 뚫고 들어갔다.

“가아아아아아아아앗!”

 용의 포효는 목소리라기보단 충격파였고, 주위 건물을 베어 넘어뜨리며 올리비아를 날려버렸다.
 나뭇잎처럼 흩날린 올리비아는 벽에 내동댕이치기 직전 몸을 돌려 벽을 걷어차 반동으로 튀었다. 화살 같은 날라차기가 펀이엔의 배에 꽂힌다.

“가와아아악!”

 그것이 고통으로 인한 비명인지, 아니면 맹렬한 함성인지는 본인도 알 수 없었지만, 날아간 펀이엔은 그대로 쓰러지지 않고 땅을 도려내면서 버틴다.
 얼마 지나지 않아 올리비아는 땅을 박차고 높이 도약하고 있었다.

 고개를 든 펀이엔이 노려보듯 올려다본 그곳에는 자전을 감싼 한 줄기 유성으로 변한 올리비아의 모습이 있었다.

“이야아아아압!”

 열백의 기합과 함께 압축된 힘이 작렬하고, 뇌광과 먼지가 하늘 높이 치솟았다.



 용인족은 수인이나 드워프 이상의 힘을 품고 있고, 조류 못지 않은 민첩함으로 하늘을 날며 엘프에 버금가는 마력과 수명을 지녔다.
 때문에 그들은 신의 사도로 추양받았고, 그들이 사는 용산은 신성한 땅으로 여겨졌다. 당시 황제에 의해 신전이 세워지고 공물이 봉납되었다.
 용인족도 그것이 자신의 천명이라며 신사를 관장하고 나라의 궁지에는 힘과 지혜를 빌려주었다.

 유구한 때가 지나고 여러 나라가 흥망을 거듭했다.
 그리고 이 시대의 왕조는 신사를 가볍게 여기고 사리사욕을 채우는 도구로 전락하고 있었다. 국토는 거칠어지고, 백성은 곤궁해지고, 치세라는 존재 의의를 잊어버리고 있었다.

 이미 나라의 체구를 이루고 있지 않은, 힘없이 누워 있는 녀석이나 다름없는 대국에, 사페리온 왕국이 침공을 개시한 것은 필연이라고 말할 수 있다.

“설마 이 정도일 줄이야”

“취약한 종족의 모임이라고 얕잡아 본 꼴이군”

 노호(怒号)와 함성이 울리며, 군세의 규모가 싫어도 상기된다.
 사페리온 군은 인간, 복수종인 수인, 드워프에 엘프까지 여러 종족으로 편성되어 있어, 각각의 특성을 살린 운용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용인족이 아무리 종족으로서 뛰어나더라도 다른 종족에게도 한 분야 정도는 대항 할 수 있다. 그것이 덩이가 되어 종족간에 서로가 연계가 된다면 절대적으로 수가 적은 용인족이 갈기갈기 찢기는 것은 필연이었다.

“범은 저쪽으로 내려간건가”

“황제는 이미 썩었고, 원군은 단언컨데, 현명하다고 말 할 수 있지”

 모인 용인족 무인들은 패배를 받아들이면서도 오기와 긍지를 관철하기 위해 최후의 출진에 임할 뻔 했다.
 그곳에 난입자가 나타난다. 온몸의 붕대에 피를 묻힌 용인족 여자다.

“이놈들아, 대체 무슨 짓이냐!”

“아이고, 정신을 차렸구나”

“네가 준비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기 때문이지”

 무인들은 가벼운 입질을 하며 어깨를 움츠리는데, 그것이 여자의 신경을 거슬리게 한다.

“무슨 생각이냐고 묻는것이다!”

“최후의 꽃을 피운다. 그것 뿐이다”

“그렇다면 왜 나에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느냐! 이 정도의 상처로 발목을 잡을 것 같더냐!”

 이 여자도 용인족 무인 나부랭이였고, 그 실력은 이 자리에 있는 누구나가 인정하는 바였다. 하지만 이 마지막 특공을, 그녀는 알지 못했다.
 따돌림 당했다고 느낀 여자는 화가 머리끝까지 났지만, 누구나가 따돌리는 듯 쓴웃음만 지을 뿐, 제대로 상대할 마음은 없어 보인다.
 그 중 한 명이 그녀 앞으로 나선다.
 변명 할 생각인 것인가. 그렇게 생각한 여자의 예상과 달리 둔탁한 소리와 함께 주먹이 배에 꽂혔다.

“커, 헉!?”

 여자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아픔에 멀었다.
 아무리 용인족이 뛰어나더라도 그것은 다른 종족과 비교했을 때 이야기일 뿐 동족간에는 그런 우위성이 없다.
 무인들은 쓰러진 그녀에게 한 번도 눈길을 주지 않고 사지로 출진한다.

“잠, 깐 기다리거라..!”

 희미해지는 의식 속에서, 쫓듯이 손을 뻗는 그녀에게, 주먹을 내리친 용인은 잠시 걸음을 멈추고 짧게 말했다.

“용서해라, 펀이엔”

 그것이 동료들과의 영원한 이별이 되었다.

 겨울 눈을 떳을 무렵에는 싸움은 끝나 있었다.
 용인족 무인들은 모두 피격당했지만 사페리온군도 궤멸적인 피해를 입었다. 그래서 용인족의 장은 사페리온 왕국와 협상 끝에 부패한 왕조에게 항복하는 대신, 용인족이 사는 산 일대와 그 주변을 영토로서의 안도와 자치권을 빼앗았다.
 이 성과는 사페리온 왕국은 용인족의 무용을 찬양했기 때문과 다시 적대할 것을 두려워했기 때문이라고도 하지만, 그녀에게는 어느 쪽이든 좋았다.

 전후(戦後)의 부흥에도 참가하지 않고, 음울한 나날을 보냈다.
 전쟁에서 패해 죽을 각오는 되어있었다. 심장을 관통당하든 목이 날아가든, 시체 능욕을 당하든, 동포와 함께 갈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했다.
 하지만 싸우지도 않고 살 각오는 없었다. 쓴 맛을 보면서 혼자 남겨질 것이라는 생각은 못했다.

 그리고 술로 도망쳤다. 어차피 물에 빠질 바에야 쓴 강보다 술이 휠씬 나았다.
 예전에 전우들과도 함께 나눴던 맛이 그리워서 매일 마시며 살았다. 하지만 그 시절의 맛에는 단 한 번도, 한 순간도 맛볼 수 없었다.

 매일 술에 취해, 틈틈이 식부를 벌기 위해 가까운 곳에서 마울을 사냥하고, 용인족의 영역에 발을 들여놓는 모험가라고 하는 무리에 몸을 반쯤 죽이고, 당시의 싸움을 모르는 동파가 신바람이 나면서 선인의 위대함을 주먹으로 때려부셨다. 그런 날들을 반복하고 있었다.
 그저 공허한 시간이 지났다.

 어느날 거미 마물을 데리고 산을 오르는 인간 무리를 발견했다. 이곳이 용인족의 영역인지 모르는냐, 아니면 솜씨를 시험해 보겠다 라고 말하면서 덤벼드는 무모한 패거리냐며 어이없어 하면서도 여느 때와 다름 없이 배제에 나섰다.

“뭣?”

 정신을 차려보니 자신이 땅에 쓰러져 있었다.
 눈앞에 선 검은 머리의 검은 눈동자의 검사에게 베였다고 이해하는데, 잠깐의 시간이 필요했다.
 설마 용인인 자신이 지난번처럼 수로 밀렸다면 모를까, 단 한 사람의 인간에게 베일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괴로운 나머지 그렇게 말하자 검사는 검을 어깨에 메며 대답했다.

“당신, 자신이 죽어도 된다고 생각하고 있지? 죽을 각오로 담가오는 놈은 무섭지만, 그저 양아치가 되어 있을 뿐인 놈은 전혀 두렵지 않아”

 검사의 말은 나카로운 칼날이 되어 그녀의 마음을 찢었다.
 이에 이르러서야 그녀는 비로소 자신의 참상을 이해했다.

“여기 근처에 발을 들여놓으면 안 되는 줄은 몰랐어. 얌전히 되돌아갈테니 서로 아픔을 나눈 것으로 용서해줘”

 나는 상처 하나 입지 않은 주제에 아픔을 나눴다는 뻔뻔함을 느꼈지만, 이때 펀이엔에게 그런 일은 아무래도 좋았다.
 지난 전쟁 이후, 이 몸에 상처를 입힌 이 남자를 잊어서는 안 된다. 잃어가던 용인족으로서의 자부심이 가슴속에서 살아나며 호소한다.

“기다리거라, 자네, 이름을 대거라!”

 몸부림치듯이 일어나 부끄러움도 외문(外聞)도 버리고 소리쳤다.

“나는——”

 검사는 이름을 말한 뒤 동료를 데리고 길을 되돌아갔다.

“잊지 않으마. 잊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해서 펀이엔은 다신 자손심을 되찾았고—

“그 남자가... 죽었어?”

 —또 잃어버렸다.

 다시 생각하게 된지 십여 년. 조금씩 과거에 대한 마음의 정리가 되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그 남자 같은 강자가 또 있지 않을까 싶어 영토에 오는 행상인에게 물어보니 그런 말을 들었다.
 만났을 때의 그는 아직 젊고, 수명으로 죽을 나이는 아니다. 그렇다면 전사인가, 아니면 병인가, 물고 늘어지듯 물었지만 행상인도 자세히는 몰랐다.

 안절부절 못하고 롱샨을 뛰쳐나와 인근 영지의 모험자 길드로 달려갔다. 좀처럼 롱샨에서 나오지 않는 용인족의 등장에 주위는 어수선해졌지만 아무래도 좋았다. 직원에게 물어보니 행상인의 정보가 진실이라고 판명되었다.
 그리고 어떻게 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정신을 차렸을 땐 집에 있었으니 돌아왔겠지만, 그건 아무래도 좋았다.

 왜 그가 죽었을까?
 그 젊은 나이에 용인의 몸에 상처를 입힐 정도의 강자가 왜.
 왜 자신은 이렇게 남겨지는 걸까.
 왜 이리도 죽을까.
 이럴 바엔 죽었어야 했어
 그 전쟁터에서 전우와 함께.
 저 산길에서 그 남자의 칼로.

 스스로 목숨을 끊을 수는 없다. 그런 짓을 하면 전우나 남자를 황천에서 볼 면목이 없다.

 죽지 않고 구멍 난 그릇에 술을 따르는 날들을 반복했다.
 몇 번 더 반복해야 하는가.
 앞으로 몇 번, 이 공허한 밤을 넘겨야 하는것인가.
 자신을 들뜨게 만들어줄 사랑스런 강자가 없는 이 세상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