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1화> 메이드 인형 시작합니다
흰토끼의 오키와타리(隠岐渡り)③
진쿠로와 이야기를 마친 루리가 방에서나오자 마침 마리제가 복도를 걸어왔다.
“루리 씨, 시키는 대로 츠지히코에 대해 조사해 왔어요. 내친김에 그 와타라는 아이에 대해서도”
마리제는 크루에게 항구 도시를 산책하는 김에, 츠치히코에 관하여 조사해 오라고 지시를 내렸다. 크루들은 마리제에게 충실하게, 방문한 이국을 즐기는 것보다 우선시하고, 츠지히코의 정보를 가지고 돌아왔다.
“흠. 하수인이 있다는 건, 뭐 예상했던 일이지만”
“그래서, 츠지히코가 있는 곳에 칼을 들이댈꺼야?”
“......마리제, 생각이 올리비아와 닮았네, 아니 그렇게 싫은 표정을 할 필요는 없잖아”
얼굴 전체를 찡그리며 혐오감을 드러내는 마리제에게 루리는 자신도 모르게 쓴웃음을 짓는다.
“솔직히 말해, 별로 할 수 있는 일이 없네. 나는 독단전행(独断専行) 할 권한 같은게 없고, 마리제도 타국에서 칼부림 사건을 일으킬 수도 없고”
“그건, 그렇네요......”
마리제로서는 그 와타를 위해 움직여 주고 싶었다. 그것은 의협심이나 정의감도 있지만 그 이상으로 마음이 불편했던 것이다.
와타의 처지는 자신보다 더 괴로웠다. 마리제는 부모님을 잃었지만, 그래도 돌봐주는 친척이 있었다. 와타는 그런 것이 없다. 유일한 육친은 동생 뿐이고 지켜주는 존재가 아니라 자신이 지켜야 할 것이다. 적어도 마리제는 자신보다 와타가 더 힘들다고 생각했다.
그렇기 때문에 그만큼 엄격한 태도를 취한 자신은 뭔가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마리제는 경솔하게 움직이지 못한다. 삼촌 부부와는 서로 타산적인 관계로 정은 없지만 그래도 의리는 있다. 베르가호 크루도 이제는 자신을 흠모해 주는 부하들이다. 그들에게 폐를 끼치는 짓은 피하고 싶다.
“뭐, 딱히 없다고는 말했지만, 전혀 없다고는 말하진 않았어. 그래서 마리제에게는 두가지 해주었으면 하는 일이 있어”
그 내용을 들은 마리제는 잠시 생각한 뒤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카즈타의 아버지는 구전이라는 관리의 비정규 협력자였다.
벌이는 결코 많지 않았지만 정의감이 강한 아버지를 카즈타는 존경하고 있었다. 그래서 아버지가 요즘 마을에서 난동을 부리는 난폭자에 대해 조사를 하고 있는 것도 특별히 의문스럽게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츠지히코는 와타의 아버지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흉포했다. 신변 냄새를 맡은 사람이 있다는 것을 깨닫자 재빨리 상대의 집을 알아내고, 한밤중에 침입한 것이다.
“둘 다, 절대 나오면 안돼!”
아버지가 저항하는 동안 어머니는 카즈타와 남동생을 벽장에 밀어 넣었다.
“쳇, 고작 시간 끄는게 목적인거냐. 뭐, 피맛 만큼은 칭찬해 주겠어”
어두운 벽장 안에서 떨고 있는 동생을 필사적으로 껴안았다. 그래야 내 목구멍 깊숙이 올라온 난동을 참을 수 있었다.
소리가 조용해지고 벽장에서 기어나오자 부모님은 변해버린 모습으로 일이 끝나 있었다. 온몸을 도려내고 피를 빨아올린 시신에 생전의 모습은 없었다.
인근 사람들은 눈에 띌까 두려워 죽은 어린 두 사람과 관계하려 하지 않았다. 관리가 부모의 원수를 갚아주리라 믿었지만 보통 관리 등 흡혈귀인 츠지히코의 상대는 아니었다.
그래서 자기가 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루리라고 자칭하는 여자에게 타일러져 일단은 집에 돌아갔지만, 냉정해져 보면, 아까 만난지 얼마 안 된 상대를 그렇게까지 신용할 수 있을 리가 없다.
역시 스스로 해야 한다. 그런 생각이 들어 어둑어둑해지기 시작한 시각에도 불구하고 복수하러 떠나려고 집 문을 열었다.
그곳에는 예상치 못한 인물들이 서 있었다.
“너...”
“이런 시간에 나갈 생각이야?”
마리제의 등장에 와타는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국가 정책이었던 사시미 항 재개발에는 아무래도 성급했던 부분이 있다. 개발 예정 구역의 토지를 너무 넓게 견적 했기 때문에, 매입한 후에야 불필요하다고 판명된 토지가 생겨 버렸다. 새삼스럽지만 비용을 들여 기존 건물의 철거 승인도 나지 않고 그대로 방치되고 있다.
이 상가의 저택도 그 중 하나이며, 츠지히코는 그곳을 근거지로 삼고 있다. 그리고 유유상종은 친구를 부르는 것은 세상에 이치, 츠지히코도 예외 없이, 몇 명의 파락호 건달을 거느리고 있었다.
해가 지고 잠시 지나가는 시각, 밖은 완전히 어두워져 있었다.
저택의 주위에는 망루가 서 있어, 전원이 밤눈의 효과가 있는 종족이다. 게다가 오늘 밤은 보름달이기 때문에, 어두운 밤을 의지해 그들의 눈에서 벗어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한 사람의 망루를 밤바람이 어루만진다. 동시에 그의 의식은 소멸했다. 저택 주변을 둘러보는 것처럼 바람이 달려 나간 후, 파수꾼의 목이 차례차례 굴러 떨어져 갔다.
저택 안의 큰방에서는 츠지히코와 수하들이 술판에 흥을 돋우고 있었지만, 상좌에 앉아 있던 츠지히코는 조용히 술병을 놓았다.
다음 순간 츠지히코가 앉아 있던 자리에서 충격이 일어난다. 천장 뒤에 숨어들고 있던 사람이 급습했는데, 츠지히코는 직전에서 뛰어내려서 피했다.
급습자는 칼을 역손으로 쥐고 바로 아래에 찌를 태세를 취하고 있었다. 만약 츠지히코가 피하지 않았다면 예리한 칼 끝은 그의 정수리에서 아래턱까지 꿰뚫었을 것이다.
“피했나”
급습자는 그다지 놀란 기색도 없이 일어선다.
촛불에 비친 것은 토끼 탈을 쓴 푸른 기모노의 여인. 그러나 본인이 토끼 짐승인지 반짐승인지, 면의 귀 뒤에 자기 앞의 토끼 귀가 나 있는 이상한 모양이 되어 있다.
“꽤나 우스꽝스러운 모습이군. 어디 사람이지? 관리인가?”
남자들은 차례차례 무기를 들고 둘러싸지만, 습격자는 신경 쓴 기색도 없이 시원스럽게 대답한다.
“평범한 칼잡이다”
뜻밖의 대답에 남자들의 입에서 미소가 흘러나온다. 혼자 습격해 온 이유를 짐작하는 사람도 있지만 소수파였다.
“잘난척하지 마라!”
우뚝 선 칼잡이에게, 앞서간 남자가 달려온다.
칼잡이는 곧게 선 채로 아무렇게나 푸른 칼신을 휘날리자 남자의 상반신 전면이 피비말을 올려 소실되었다. 사실, 눈에도 멈추지 않는 속도로 무수한 참격을 반복해, 일순간에 다진 것이다.
실이 끊어지듯 쓰러져 혈육을 토막난 시체에 주위 남자들은 눈앞의 자칭 칼잡이가 방심할 수 없는 상대라고 인식을 고친다.
“어이, 한꺼번에 덤벼라”
츠지히코의 심복이 수하에게 지시를 내린다. 아무리 손을 댄다고 해도 다른 방향에서 동시에 걸리면 그만큼 의식을 깨는 대상이 늘어나 대응 하나하나에 대한 정밀도가 부족해질 것이다. 수의 폭력으로 압살한다는 것은 전술의 기본 중의 기본이다.
제대로 훈련받지 않은 건달이라도 패거리를 짜게 되면 서로의 흉포성을 높이고 양심과 두려움을 덧칠한다. 다소 머리가 도는 사람이 지시를 내리면 이들은 실력 이상을 발휘하는 폭도로 둔갑한다.
“화살처럼 날아서 잡아라”
제대로 된 상대라면”
“우가치(鵜河千)”
칼잡이의 주위에 떠오른 수구는 나선의 궤적을 그리며 비상하여 사냥감을 쫓는 가마우지처럼 빠르고 날카롭게 남자들의 가슴을 파고들었다.
심복은 간신히 피했지만 그 눈앞에는 이미 칼잡이가 서 있었다.
오른손의 푸른 칼과 어느새 뽑은 왼손의 검이 좌우에서 다가와 가위처럼 심복의 목을 절단했다.
“칫, 전멸인가”
그렇게 신음하는 츠지히코의 말대로 이 자리에는 그와 칼잡이 두 사람밖에 남아 있지 않다. 그는 다른 방이나 저택 밖의 하수인도 이미 살해 당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고 사실 그대로였다.
그리고 역시 라고 해야 할지, 츠지히코는 부하들의 죽음에 아무런 감정을 품고 있지 않다.
칼잡이의 짚신이 다다미를 걷어차 한순간에 거리를 줄인다. 순간적인 참수.
하지만 그것은 칼날과 칼날이 부딪치는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튕겨져 나갔다. 되받아치는 칼로 또 한번의 일격. 하지만 그 또한 튕겨져 나간다.
거리를 둔 사람 베기에 츠지히코는 유쾌하게 웃는다.
“처음에는 수문화(水紋花), 그 다음은 우가치(鵜河千) 아라사기리(亜鷺里). 우라토 수호자의 기술이군. 나도 우라토 수호자 후보였지”
츠지히코도 우라토가의 피를 이어받고 있지만, 말단의 분가 취급은 다른 신하와 큰 차이가 없다. 그래도 우라토 가문의 핏줄임에는 변함이 없었고, 어릴 때는 신하보다 높은 지위에 있는 우라토 수호자가 되도록 교육을 받았다.
“본가의 머저리를 섬기다니 어처구니가 없어서 그만두었지만 그래도 기술은 계속 연구했지. 죽기 싫으니까 말이야“
츠지히코는 겉모습이 20대이지만, 그곳은 역시 장명한 흡혈귀. 실제로는 그 10배는 나이를 먹었으니, 그 사이에 우라토 수호자에 대한 대책을 계속해 왔던 것이다.
“너도 꽤나 하는 모양이다만 칼잡이 동자로 있을 때 이 상처를 입혔던 놈만큼은 아니구나”
그렇게 말하고 츠지히코는 자신의 뺨에 난 칼자국을 가리켰다.
“우라토 수호자의 기술은 통하지 않는군. 그럼—”
자신의 기술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은 칼잡이지만, 딱히 놀란 기색없이 조용히 고한다.
“잠시 돌아갈께”
순간, 엄청난 살기에 뿜어져 나왔다.
압박감에 짓눌린 츠지히코의 온몸에 땀이 솟았고 그 다리는 무심코 한발 물러섰다.
다음 순간 역시 칼잡이는 눈앞까지 다가왔다.
한쪽 어깨에서 반대쪽 허리깨로 비스듬히 끼운 것은 거의 우연이었다. 방어 본능에 치여 몸을 뒤로 젖힌 덕분에, 검의 궤도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휘날린 칼날이 왼쪽 허벅지에 육박한다. 직전, 자신의 칼로 막은 츠지히코였지만, 그 정도로 칼잡이는 멈추지 않는다.
거꾸로 베기, 찌르기, 베기, 잘라내기, 오른쪽 베기.
숨도 못 쉬게 하는 맹공은 거칠고, 기술도 아무것도 없다. 오직 상대를 죽일 생각밖에 하지 않는 흉포한 짐승의 검. 이것에 비하면 츠지히코의 검은 아직 귀여운 것이다.
이것들을 츠지히코는 종이 한 장 차이로 피하고, 막고 있다. 앞서 본인이 말한 대로 죽임을 당하지 않기 위해 솜씨를 갈고 닦은 성과다. 그렇다고 여유가 있는 것은 아니다. 방어에 철저함으로써 겨우 막아내고 있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
츠지히코는 참지 못하고 미닫이문을 부수고 저택 마당으로 나간다.
역시 장지문을 찢은 칼잡이가 뛰어오르며 드높이 칼을 치켜들었다.
반쯤 돌아서는 자세가 된 츠지히코는 회피할 수 있는 상태에 있지 않고, 돌아본 눈동자에 칼잡이의 칼날이 비친다.
하현달을 등에 업은 칼잡이의 칼이 츠지히코의 정수리에 내리쳐, 그 칼몸이 닿은 찰나, 츠지히코의 신체가 무산되었다.
“잊었나? 나는 우라토, 흡혈귀 라고”
달빛은 흡혈귀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게 한다. 오늘 밤은 보름달이 아니지만 원래 피가 엷은 츠지히코에게는 이것으로도 충분하다. 안개가 낀 흡혈귀를 죽이는 것은 우라토 수호자의 기술로도 쉽지 않다.
여기서 츠지히코는 도망을 선택지에서 지웠다.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해서가 아니다. 죽여두지 않으면 이 칼잡이는 다시 자신을 죽이러 온다. 만약 그것이 안개가 될 수 없는 낮이라면, 츠지히코에게 승산은 없다. 지금 죽여두는 수밖에, 츠지히코가 살아남을 길은 없는 것이다.
츠지히코는 안개로 변한 채 등 뒤로 돌아가면, 거기서 실체화해 베기 시작한다. 칼잡이는 돌아보며 받아들이지만 칼과 칼이 부딪히는 순간 츠지히코는 다시 사라진다. 옅은 달빛으로는 안개를 눈으로 쫓기가 어려웠다.
조금 전까지와는 반대로, 츠지히코는 과감하게 공격한다. 안개가 되어 주위를 떠돌아, 사각부터 베기 시작한다.
칼잡이는 츠지히코의 검격을 무난히 피해 푸른 칼로 베어낸다. 그러나 다시 안개로 변해 피한다.
같은 흐름을 몇 번 반복해, 츠지히코는 승기를 찾았다.
달빛을 받고 있는 한, 츠지히코는 몇 번이라도 안개가 될 수 있고 체력 소모도 회복된다. 이 사람이 아무리 잘려도 날이 새도록 체력과 집중력이 있을 리 없다. 오래 끌수록 승리의 저울은 츠지히코에게 기울 것이다.
“귀찮네”
츠지히코의 공격은 칼잡이에게 큰 위협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렇게도 반응이 없는 공격을 반복하는 것은 귀찮고, 무엇보다 상대의 의도대로 진행되는 것이 화가 났다. 원래대로라면 저항당하기 전에 목을 刎매려고 했지만, 츠지히코가 예상 이상으로 시비를 걸었기 때문에, 이처럼 시간이 걸리는 처지가 되어 있다. 하지만, 이것은 자신의 상정이 달콤했을 뿐인 이야기지만.
하지만 더 이상 시간을 들이고 싶지 않은 것도 본심이다. 그래서 인절미는 뒷손을 대기로 했다.
칼잡이는 자신의 칼에 도신에 댄다.
“웅덩이에 가라앉아라, ———”
툭툭 중얼거린 그 말을 츠지히코는 알아들을 수 없었다. 하지만 하는 일은 변하지 않는다.
등뒤에서 칼을 들이대려고 하여—
푸른 날 일 섬
칼을 쥔 팔이 잘려나갔다.
“아, 키아아아아아악!!”
츠지히코는 피가 솟은 팔을 누르고 오랫동안 느끼지 못했던, 동시에 지금까지의 인생에서 가장 큰 아픔에 혼돈한다.
"평상시에는 이름을 묶어서 봉인하고 있는데, 이 칼은 불사 살해로 말이야, 당신 같은 것을 죽이기에는 안성맞춤이야."
불사 살해란 흡혈귀로 대표되는 언데드를 특수한 방법을 사용하지 않고도 죽일 수 있는 무기다
“불사살해라고!? 그런건 우라토 본가에서도 가지지 못한 전설의 검을 왜 네가!”
“산속에서 주웠어”
국보급 유물을 마치 싸구려 무딘 사람처럼 말하는 칼잡이.
진위는 둘째치고, 그 태도에 츠지히코는 혼란스럽기 짝이 없다.
“그리고 명도의 선물로 알려줄게. 참수 동자의 얼굴 상처는 뺨이 아니라 오른쪽 눈이야. 그것도 안구가 찌그러질 정도로 말이야. 내친 김에 말하면 싸워서 생긴 상처가 아니라 강에서 바위에 부딪힌 것뿐인 얼빠진 이유야”
칼잡이는 가면을 벗고, 그 아래의 맨얼굴과 더욱 안대 아래를 넘겨보인다. 상처가 난 눈꺼풀은 붕합되어 두번 다시 열릴리가 없을 것이다.
“남들이 멋대로 부르기 시작한 것이라 집착도, 생각도 없지만, 악용되는건 화가 나는걸”
“설마, 네가 참수 동 — “죽어라” — 자”
칼잡이의 칼은 츠지히코의 목을 관통해 이번에야 말로 그 목숨을 끊어 베었다.
다음날 아침, 관공서 앞에서는 많은 사람들로 붐볐고, 관리들은 그 대처에 분주했다. 관공서 앞에 츠지히코와 그 일당 전원이 노출되어 있고, 게다가 그것이 누구의 소행인지 불명이므로 당연하다. 적어도 이런 일을 하는 인물이 제대로일 리가 없다.
악당이 맞고 그 이상의 칼잡이가 나타났다는 정보는 순식간에 사시미 항을 누볐다.
그러나 그렇다고 사람들의 살림이 멈추는 것은 아니다. 특히 이국의 인간에게 있어서, 정보로서 알아 둘 가치는 있어도 감정을 흐트러뜨릴 일은 아니다.
그리고 카즈타도 생각한 바는 있지만, 하루하루의 양식을 얻을 필요가 있다는 것에는 변함이 없었다.
“그 짐은 저쪽이야”
“알았어”
마리제의 지시에, 와타가 안은 짐을 나른다. 어른들에게는 쉽지만 아이들에게는 힘든 크기의 짐을 약간 비틀거리면서도 안고 가는 모습을 베르가호 크루들은 자신들의 작업 틈틈이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지켜보고 있다.
거기에 와타의 동생 니스케에게 순서가 돌아왔다. 와타보다 두 살 아래로 조금 피부색이 얇고, 얌전해 보이는 남자아이다.
"마리제 씨, 네코메 가게의 구입품의 준비가 끝났습니다"
니스케가 가져운 서류를 받은 마리제는 기재된 내용을 흝어보며 문제가 없음을 확인한다.
“수고했어. 다른 일이 없으면 휴식을 사이에 두고 다음 서류 작업을 부탁해”
어젯밤 루리가 마리제에게 부탁한 것은 두 가지.
하나는 와타가 초조하지 않게 막는 것.
또 하나는 체재중에 카즈타와 니스케를 고용해, 부모를 슬퍼한 두 사람에게 조금이라도 수입을 주는 것이었다.
행동적인 카즈타는 짐 옮기는 것의 보조를, 아직 어리고 체력이 없는 니스케에게는 서류나 물품의 확인을 시키고 있다. 니스케는 나이에 비해 확실히 하고, 읽고 쓰는 것이나 계산도 어느 정도 할 수 있으므로, 마리제로서는 큰 도움이 되었다.
사시미항에 친숙한 사람이 있는 것은 편리하기 때문에, 두 사람이 원한다면 이대로 정식으로 고용해도 좋다고, 마리제는 생각하고 있었다.
“수고했어. 이것 좀 꽂아줘”
베르가호의 작업장에 루리가 얼굴을 내밀어, 손에 들고 있던 꾸러미를 내민다. 내용은 어제 들른 찻집의 경단이다.
“너희들, 루리 씨가 새참을 가져왔어. 휴식을 취하자”
마리제의 신호에 크루들은 손을 멈추고, 새참을 받으러 모여든다.
와타도 작업을 중단하고, 루리의 곁으로 온다.
“그, 고마워”
절도 미수를 용서해 준 것. 마리제에게 고용해 달라고 말해 준 것. 츠지히코를 치기 위해 움직여 준 것. 카즈타는 갚을 수 없을 정도의 은혜를 루리에게 느끼고 있었다.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 이야, 내가 뭘 하기 전에 끝나있던걸”
루리는 호언장담할 입장이 아니라며 웃더니, 그 밖에 볼일이 있다고 해서 일찍 떠났다.
그러나 카즈타의 후각은 루리의 몸에 희미하게 남는 피 냄새를 놓치지 않았다. 그것은 관공서 앞에서 노출되어 있던 츠지히코의 목과 같은 냄새였다.
카즈타는 루리의 등을 배웅하면서 어제 그녀가 자칭한 직업을 떠올린다.
“저기, 하녀는 어떻게 하면 할 수 있는거야?”
근처에 있던 마리제와 니스케에게 묻자, 둘이 나란히 미묘한 얼굴을 한다.
"우선 가명을 쓰는 놈에게는 무리겠지."
"그 말투도 그래, 와카네 누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