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 소설 - 연재/메이드 인형 시작합니다

<193화> 메이드 인형시작합니다

NioN 2024. 12. 4. 19:45

선혈신락(鮮血神楽)②


지난번에는 신종 코로나 발병으로 휴재했지만, 무사히 회복되어 포스팅을 재개합니다.
걱정 끼쳐 드려 죄송합니다.

이번 선혈신락②가 다음번 선혈신락③의 내용이 되었습니다.
지적해 주신 댓글을 받고도 모르고 오랫동안 방치하고 있었습니다.
죄송합니다.




 먼저 대처하려고 한 것은 올리비아였다. 누구보다 빠르게 땅을 발로 차고 움직이는 시체의 머리를 때려눕혔다. 나는 해방된 무녀의 시체를 받아 땅에 눕혔다.

“그 사람은 괜찮아?”

“상처가 깊지만, 최대한 노력해 보겠습니다.”

 회복약을 꺼내려고 수납공간을 열려는 순간, 불쑥 일어난 무녀가 내 목을 물어뜯었다.

“앗!”

“나탈리아!”

 나는 재빨리 몸을 비틀면서 무녀를 떼어내어 던져버렸다.
 구른 무녀가 일어나려고 하는 순간, 목이 공중을 날아가 땅에 떨어졌다.
 목을 베어버린 것은 루리와 같은 우라토 수호자 진쿠로였다.
 진쿠로는 칼을 칼집에 집어넣고 내 앞에 몸을 굽혀 상처를 살폈다.

“나탈리아님, 물렸습니까?”

“어, 아, 네. 하지만 상처는 없습니다”
 
 니쿠로는 말투는 차분했지만 눈빛은 날카로웠고, 거짓말이나 거짓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느껴졌다.
 하지만 보통 사람보다 훨씬 튼튼한 이 마도 인형의 몸에 상처 하나 없는 것도 사실이었다.

“무엇보다도. 마도인형이라면 감염의 걱정은 없을 테고, 물린 것이 당신이라니 불행 중 다행이군요.”

 진쿠로가 뭔가 불온한 말을 하며 일어서자 루리가 몸을 숙여 물었다.

“진쿠로 씨, 무슨 일인가요! 이런 곳까지 시귀(屍鬼)가 나오다니, 다른 우라토 수호자는 뭐하고 있는 겁니까!”

“진정해라. 손님들 앞에서 이러면 안 되지”

“진정될 리가 없지 않습니까! 류카 님은 무사하신 건가요!”

 침착한 진쿠로에게 루리는 당황한 기색을 감출 겨를도 없이 목소리를 높인다.

“저기, 무슨 일이 있었나요?”

 올리비아가 겁먹지 않고 끼어들자, 진쿠로는 잠시 생각에 잠긴 후 대답했다.

“매년 츠에베 축제 날 밤에는 숲에서 시귀가 솟아오릅니다. 그것들을 토벌하는 것도 지팡이 축제의 일부인데, 올해는 예년보다 시귀가 많아서 시간이 많이 걸리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저희도 도와드리겠습니다.”

“이것은 우라토 수호자 역할입니다. 손대지 말아 주세요.”

 올리비아의 제안을, 진쿠로는 잘라 말하며 거절했다.

“류카 님이라면 걱정할 필요가 없겠지요. 봉납무가 열리는 장변제은 결계로 보호되어 있으므로 시귀의 습격을 받을 일은 없습니다”

 진쿠로는 그렇게 말했지만, 올리비아는 역시 불안한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숲 쪽을 바라본다.

“그렇다면 적어도 저만이라도 곁에 있을게요.”

 평소 루리는 귀족을 섬기는 시녀답지 않은 태도를 보였지만, 주인인 류카에 대해서는 진지한 태도를 보인다. 그녀가 있는 숲에서 언데드가 나타났으니 걱정하는 것은 당연하다.

“기다리거라, 루리. 너는 손님들을 저택으로 안내해라”

 금방이라도 뛰쳐나갈 것 같은 루리를 진쿠로가 제지한다.

“손님들을 돌보는 것이 네가 류카 님께 부탁받은 역할이잖아.”

“그건......”

“그리고 류카 님이라면 자신보다 친구의 안전을 우선시하는 건 너가 더 잘 알고 있겠지.”

“......네”

 루리는 발걸음을 돌려 우리에게 저택으로 돌아가라고 재촉한다. 우리도 그 지시를 따랐지만, 루리가 내심 납득하지 못하는 것은 이를 악물고 있는 표정을 보면 누구라도 알 수 있었다.






 올리비아 일행이 돌아가는 것을 배웅한 후, 어둠 속에서 한 장년의 남성이 나타났다. 옷차림으로 보아 고귀한 신분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의 이름은 우라토 타츠마사(竜正). 우라도 가문의 당대 당주이자 류카의 아버지이다.
 진쿠로를 비롯한 신사 관계자들이 일제히 무릎을 꿇었다.

“진쿠로, 상황은 어떤가?”

“현재는 우라토 수호자 15명이 시귀 사냥을 하고 있습니다.”

“총출동은 무리인가?”

“오늘 밤은 보름달입니다. 젊은 친척 분들을 만류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보름달은 흡혈귀에게 힘을 주지만, 동시에 흡혈에 대한 욕구도 강해진다. 나이 든 뱀파이어는 스스로 억제할 수 있지만, 어린 뱀파이어는 충동에 휩쓸려 폭주할 위험이 있다. 이들을 대처하는 것, 아니 대처하는 것이 우라토 수호자의 역할이다.

“예정보다 빠르면서 수적으로도 많군........”

 타츠마사의 말처럼, 시귀의 발생은 예년에도 있었지만, 올해는 예년보다 일찍 발생했고 그 숫자도 예년보다 많았다. 그래서 쫓아내지 못한 한 마리가 신사에 접근해 무녀 한 명이 희생당했다.
 우라토 수호자의 총괄자이자 시귀 토벌의 책임자인 진쿠로의 실수였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이 일에 대해 말하지 않고 처벌을 받을 각오를 하고 있었다.

“오명은 일의 대가다. 더 이상의 희생은 없어야 한다. 모두들 명심하고 행동하라.”

“알겠습니다!”

 지금은 실수를 탓하기보다 사태 해결에 나서야 한다.
 진쿠로의 모습이 어둠 속으로 사라지고 기척이 멀어진다. 무릎을 꿇고 있던 신관들도 일어서서 각자의 대처에 나섰다.

“루리를 사용할 수 없는 것은 조금 힘들지만 어쩔 수 없지”

 이 상황에서 귀중한 전력을 잃는 것은 아쉬운 일이지만, 그렇다고 루리를 내보낼 수는 없는 노릇이다. 만약 루리를 전선에 내보내면 전력이 아닌 장애물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타츠마사는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몸을 굽혀 무녀의 목에 덮어주었다.

“나중에 조문할 테니 지금은 이쯤에서 용서해 주시오. 나는 내 역할을 다하겠소”

 짧게 합장하고 일어선 용정의 눈빛에는 확고한 각오가 담겨 있었다.
 용정의 눈동자는 진홍빛으로 물들었고, 입가에는 흡혈귀 특유의 날카로운 송곳니가 삐죽삐죽 솟아올랐다.

“그는 내가 죽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