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28 화 월하미인(月下美人)
자신의 작품의 성장에 크리스티나는 입꼬리가 올라가는 것을 느꼈다.
“그래요. 원래 군에서도 전선에서 약품 조제나 마도구를 정비할 수 있는 인력을 배치해 달라는 요청이 있었는데, 좋은 기회네요.”
인연도 있다. 명분도 있다.
자신들이 무엇을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
그렇다면 행동은 정해졌다.
“가자, 벨로모트 공화국으로.”
정체불명의 마물의 습격을 받아 함락된 나프레테프 요새. 그곳은 지금도 작지만 사나운 이블 체이서가 대량으로 배회하고 있어 매우 위험한 지역이다.
하지만 그 보름달이 뜨는 밤은 달랐다.
“대장님, 밖에 몬스터가 없습니다.”
여러 대원들이 그렇게 보고했다.
그들은 그란루체 군의 정찰대였다.
나프레테프 요새 내부에는 기밀과 물자가 남아 있어 그란루체 군으로서는 완전히 방치할 수도 없었다. 그것들을 가능하다면 회수하고, 그렇지 않다면 완전히 폐기하고 싶었다. 그래서 파견된 것이 바로 그들, 소수의 정찰대였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이블 체이서를 자극하지 않는 거리를 유지하며 상황을 살피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중 연합군의 침공과 민중의 반란이 발발해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할 수 없게 되었다.
그리고 정찰대 대장은 판단을 내렸다.
이블 체이서가 사라진 원인은 알 수 없지만, 이대로 아무런 성과 없이 무의미하게 시간만 허비하는 것으로 끝낼 수는 없다.
“좋아, 이제부터 나프레테프 요새 내부로 잠입한다.”
대장의 지시에 열 명도 채 안 되는 정찰대는 서둘러 행동을 개시했다.
보고대로 요새 외곽을 배회하던 이블 체이서는 완전히 사라졌다.
“역시 한 마리도 없네요.”
“어디까지나 외부에만. 내부는 아직 어떻게 되어 있는지 몰라. 방심하지 마라.”
대원들을 이끌고 요새의 문 앞에 도착했다.
보름달 빛에 비친 성문은 녹아내린 흔적이 역력했다. 문틈으로 내부를 들여다보니 역시 내부에도 이블 체이서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여기저기 굴러다니는 갑옷 잔해 등 이곳에서 벌어진 참극의 흔적은 곳곳에 남아 있었다.
“으아...”
짙게 풍기는 오래된 피 냄새에 젊은 대원이 무심코 입을 다물었다.
“이상하네요.”
“아...”
전투를 진행하는 대원의 중얼거림에 대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상하다니, 무슨 뜻입니까?”
“이렇게 피와 전투의 흔적이 많은데 시체 한 구도 남아있지 않아. 아무리 육식동물의 습격을 받았다고 해도 이렇게까지 없어진 것은 부자연스러워.”
아무리 육식동물 청소부라도 시체를 먹어치우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고, 뼈 등도 어느 정도 남아있을 것이다. 아무리 이블 체이서가 큰 무리였다고 해도 그 작은 몸집으로 뼈도 남기지 않고 다 먹어치웠다고 보기는 어렵다.
의구심을 품으면서도 정찰대는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
“멈춰라”
잠시 후, 선두 대원이 제지하며 성벽 모퉁이에서 앞을 살핀다. 요새 안에서도 유독 심하게 무너진 한 구석에는 수많은 이블 체이서들이 모여 있었다.
“이런 곳에 모여 있었구나...? 저건... 전구(球根)인가?”
자세히 보니 이블 체이서 무리 안쪽에 거대한 전구가 있었다. 어른이 양손을 벌려도 닿지 않을 정도로 큰 전구다.
“저 전구에 무슨 일이 있는 걸까요?”
젊은 대원이 던진 질문에 답이라도 하듯 이블 체이서들에게 변화가 생겼다.
이블 체이서의 몸에서 하얀 인광이 흘러나와 거대한 전구로 빨려 들어간다. 멀리서 지켜보던 정찰대는 그 인광이 마력임을 알아차렸다.
그리고 마력을 다 짜낸 이블 체이서는 아무렇지도 않은 평범한 풀로 변했다. 이것은 마물이 풀로 변한 것이 아니라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간 것뿐이지만, 그들은 그것을 알 길이 없었다.
결국 모든 이블 체이서가 풀로 돌아가자 고밀도의 마력이 전구에 모였다.
구근은 눈부신 빛을 발산하며 싹을 틔우고, 끝에는 사람 키만한 커다란 꽃봉오리를 달았다.
정찰대가 지켜보는 가운데 꽃봉오리가 터지기 시작했다.
연분홍색 꽃잎이 열리고 커다란 꽃이 피어난다.
보름달의 빛을 받아 그림자가 드리워진다. 피어난 꽃 한가운데에 사람이 서 있었다.
“꽃의 정령...”
대원 중 한 명이 중얼거린다.
곡선미 넘치는 몸매와 짙은 초록색 머리카락을 휘날리는 모습은 그렇게 생각하게 할 만큼 아름다웠다.
“이렇게 예쁜 거였어? 저건...”
하지만 대장은 부인했다. 자연이 풍부한 깊은 숲의 꽃의 정령이 이런 참극의 현장에 나타날 리가 없다.
그러고 보니 그 여자의 정체를 짐작할 수 있었다.
“알라우네겠지.”
그것은 처형장이나 살육이 일어난 장소에 나타난다고 하는 식물의 요괴.
그렇다면 이곳에 있던 시체가 어떻게 되었는지는 분명하다.
“아, 사람인가. 여기 있던 군인들인가, 아니면 다른 사람인가... 뭐, 상관없어.”
꽃 위의 여인은 느린 동작으로 벽 뒤에 숨어 있을 그들을 내려다보았다.
“먹어치워라.”
알라우네는 사람과 다를 바 없는 모습으로 사람으로서는 도저히 가질 수 없는 날카로운 송곳니가 늘어선 입을 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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