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9 화 빛의 다리
공장 안은 유난히 조용했다. 모두 작업을 하면서도 그들, 공장에 갑자기 나타난 상급 귀족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기 때문이다. 다들 상류 귀족이 왜 여기 있는지 궁금해한다.
상급 귀족 자제들은 그런 분위기에 아랑곳하지 않고 입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건 그렇고, 지저분하네"
“더럽기도 하고, 다른 길로 가자”
“안 돼. 수업 시간까지 연구소에 가려면 이 구획을 지나야 제시간에 도착 할 수 있어”
“하지만 발 디딜 틈도 없는걸”
그들은 아무래도 이 작업장을 통과해서 반대편 엘리베이터까지 가고 싶은 것 같았다. 그러나 도중에는 작업 공간이나 광차의 선로가 드문드문 배치되어 있고, 게다가 마도구나 제품의 부품이 여기저기 흩어져 그들의 앞길을 막고 있다.
“네! 여러분. 제게 제안이 있습니다”
풍성한 밤색 머리를 기른 여학생이 손을 들며 말했다. 린은 작업하면서도 그녀의 보송보송하고 부드러워 보이는 머리카락에 그만 눈길을 빼앗기고 만다.
“마법의 힘을 쓰는 거죠. 건너펀에 도착하는 방안을 다 같이 생각하지 않을래요?”
“그냥 생각만 하면 재미없어. 누가 가장 좋은 안을 내놓을지 승부를 보자고”
“내침김에 내기할까? 일등한 놈에게는 모두에게 각각 반지를 선물로 주는 걸로”
“좋아. 그 제안 받아들이지”
“그만하자. 나중에 혼날거야”
“그럼 넌 채점 담당인걸로”
“에~, 뭐가 그게” 한 여학생이 불복하 듯 말한다.
린은 그들의 대화를 듣고 조금 설랬다. 그들은 왠지 실력자로 보였다. 그들이 어떤 마법을 쓸지 흥미로웠다.
“그럼 우선 나부터”
그들 중 한 남학생이 한 발 앞으로 내딛는다.
“이런 건 쉬워. 건너편까지 다리를 만들면 돼”
그는 지팡이를 들고 주문을 외웠다.
“지면이여, 솟아올라라”
그의 주문에 호응해 공장 바닥이 올라와 다리를 형성해간다. 열기는 그의 앞에서 시작되어 공장 반대편까지 뻗어나갔다. 그 과정에서 사이에 있는 마도구나 제품의 산, 광차의 선로, 그리고 인간이 밀쳐져 간다. 공장은 아비규환에 휩싸였다.
“우와아아아”
“꺄아악”
흩어진 것은 주위에 있는 것을 튕겨내고, 또 그 튕겨 나간 것이 주위의 것을 튕겨낸다. 그 흐름은 린과 테오의 작업장까지 파급력이 전해졌다.
“저 녀석들... 무슨 짓을”
테오는 제품 더미를 지키려고 했지만 때를 놓쳤다. 제품의 산은 허무하게 무너져 버린다. 찰칵 하는 소리가 무심하게 울렸다.
“좋아. 가능하겠어”
땅의 열기가 공장의 절반 정도까지 온 마당에 주문을 외운 학생은 성공을 확신했다. 그러나 바로 바닥의 융기(隆起)가 멈췄다.
“어, 어라?”
“마력이 끊긴거냐?”
“아니, 땅이 모자란 모양이군. 더 이상 하게되면 함몰될거다”
“이상하네. 저쪽까지 갈 줄 알았는데”
“제대로 계산하지 않아서 그래”
그들은 공장의 외침 같은 것은 아랑곳하지 않고, 튕겨져 나간 마법에 대해 못 쓰게 만든다.
“좋아. 다음은 내 차례야. 바람이여”
두 번째 학생이 주문을 외운다. 질풍이 공방 전체에 휘몰아치는 풍력으로 가벼운 부품은 날아간다.
다시 공장 안에 비명이 울려 퍼졌다.
모두들 질풍과 그에 날리는 물건으로부터 몸을 지키기 위해 머리를 감싸고 그늘에 숨었다.
린도 케틀라를 감싸며 자신의 머리를 지킨다.
“어때? 이걸로 방해되는 것은 날아갔다고”
그러나 바람의 힘으로는 가벼운 것밖에 날리지 못했다. 공방에는 금속을 포함한 무거운 물건도 푸짐하게 널려 있다.
“전혀 안되잖아”
“음. 생각보다 어렵네. 어떻게 하면 좋을까”
두번째 이후 좋은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는 학생은 없는 것 같아 그들은 말문을 연다.
“땅도 안 되고, 바람도 안 되고, 다른 좋은 방법이 있나?”
“이 방에 가득 물을 모아 연못을 만드는 것은 어떨까. 그리고 배를 타고 건너편까지 건너간다”
누군가가 그렇게 말했다. 공장에 고함이 울려버졌다. 연못 같은 것이 만들어지면 여기 있는 사람들은 모두 물에 빠져 버린다. 더 이상 작업할 일이 아니다. 생명의 위기였다.
“어디서 그렇게 많은 양의 물을 가져올 생각인데”
“생성하면 돼”
“무리야. 네 마력으로는 기껏해야 욕조 하나 잖아”
“음. 좋은 생각이라고 생각했다”
“기각이야. 다른 방법을 생각하자”
공장 곳곳에서 안도의 한숨이 새어나온다. 우선 생명의 위기는 떠난것 같았다. 그러나 아직은 예단을 불허하는데 변함이 없다. 공장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다음과 같은 판단에 대비하고 있었다. 도망가야 할지, 제품을 감싸야 할지, 작업을 계속해야 할지. 이제 공장 안의 사람들이 상급 귀족들의 말 한마디 한마디를 침을 삼키며 지켜보고 있었다.
상급귀족의 면면은 주변 생각은 하지도 않고 이야기를 나누지만 좀처럼 좋은 생각은 떠오르지 않는 것 같았다. 이들은 힘과 아이디어는 있지만 탁상공론이 되기 일쑤여서 실행력이 따르지 않는 듯했다.
이들의 대화가 막힐 무렵 이 행사를 발안한 밤색 머리 소녀가 한 발 앞으로 나선다.
“어이, 뭐하는거야?”
“뭔가 좋은 생각이 난거야?”
“저쪽까지 다리를 놓을거예요”
“그건 아까 해봤잖아. 재료가 부족해. 어디서 재료를 구해올건데”
“빛과... 아주 약간의 수분이 있으면 충분해요”
허공에 손을 내두르다. 그녀의 손가락에는 반지가 끼워져 있다. 린 쪽에서는 그녀의 반지에 파란색 보석이 박혀 있는 것이 보였다.
(반지마법을 사용하는건가?)
린(은 그 어느 때보다 그녀를 주목했다.
그녀는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하얀 빛이 흘러넘치다. 빛은 공기 중의 수분을 매개로 7색으로 분할되어, 공장에 아치를 걸어 간다. 이윽고 7색 빛은 공장을 가로지르는 거대한 육교가 됐다.
“이거 건널 수 있어?”
상류 귀족의 한 사람이 의아하게 묻는다.
빛의 다리를 만든 소녀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다리의 입구인 계단에 발을 걸어 보인다. 그녀는 쿵쿵 발소리를 내며 빛의 다리를 마치 진짜 다리처럼 짓밟아 간다. 그녀는 빛의 다리에 힘입어 가볍게 공중을 산책해 갔다.
“이거야 원. 또 이리위아의 단독 승인가”
“뭐라 할말이 없네. 정말”
상급 귀족들은 한숨을 쉬며 밤색 소녀 이리위아의 뒤를 따른다.
“빛 위를 걷다니 도대체 어떻게...”
지상에 있는 누군가가 중얼거린다.
그들은 빛의 길을 유유히 걸어간다. 엉망이 된 지상의 일 따위는 신경쓰지도 않는다. 그것은 그들의 미래를 암시하는 것 같았다. 땅 위를 꿈틀거리는 자들이 할 수 있는 것은 그들을 부러운 듯이 올려다보는 것뿐이다.
공장에 있는 사람들은 잠시 동안 아름다운 빛의 다리와 그것을 건너는 그들을 넋을 잃었다. 하지만 이윽고 그들은 자신들이 처한 현실을 떠올린다.
그들에게는 달성해야 할 일의 할당량이 있다. 엉망이 돼 버린 작업 공정을 어떻게든 바로잡고 기한에 맞추어야 한다. 흩어진 제품이나 부품, 그리고 도구를 모아 경우에 따라서는 다시 만들 필요가 있다.
공장 사람들의 반응은 다양했다. 모처럼 도착한 제품이나 부품이 파손되어 멍한 사람, 초조한 마음에 자기 반원에게 호통을 쳐 화풀이하는 사람, 다른 반 사람과 싸우기 시작하는 사람, 부상을 입고 웅크리는 사람 등. 어찌 되었든 눈뜨고 볼 수 없는 상태다.
흩어진 자신의 제품을 서둘러 회수하기 위해서 타인의 소지를 막는 일이 공장의 여기저기에서 일어나고, 그것에 발단하는 싸움이 여기저기서 시작된다. 이윽고 공장내는 서로 밀고 당기고 하면서 도구를 주고받는 전장의 양상을 나타내 간다. “비켜” “밀지 마라” 라고 하는 야유가 난무해, 더욱 혼미를 지극히 해 갔다.
다음화, 제 30 화 「시장의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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