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 소설 - 연재/탑의 마도사

<27화> 탑의 마도사

NioN 2024. 11. 1. 14:48

제 27 화 커넥션의 중요성

 
 오후 중 화창할 낮. 수업과 수업의 중간. 예의 따라 유벤이 도서실에서 자습하는 린에게 참견하고 있었다.
 
“린, 나는 중요한 사실을 간과했어. 학업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둬도 소용없어”
 
“흐~응”
 
 린은 적당히 맞장구를 치며 교과서 책장을 넘긴다.
 
“뭐야 그 태도는”
 
“딱히”
 
테오로부터 유벤의 배경을 들은 후 린 안에서 그녀에 대한 심정에는 미묘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다. 린이 그녀에게 품었던 새로운 감정, 그것은 연민이었다. 그동안 린은 그녀에 대해 동경하는 것과 비슷한 감정을 갖고 있었다. 그녀는 아무리 바래도 손이 닿지 않는 존재, 자신과는 상관없는 다른 세계의 거주자. 그래서 그녀가 그 경계선을 넘어 관여해오는 거세 린은 당황하고 동요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녀의 사정을 알고 귀족들도 여러가지 힘든 것임을 알게 되자 일종의 동정과 친밀감 같은 것이 샘솟았다. 린 안에서 유벤을 냉정하게 보는 여유 같은 것이 생겨나고 있었다.
 
“뭐 됐어. 린, 인생을 성공시키기 위해 필요한 것. 당신은 뭐라고 생각해?”
 
“글쎄, 모르겠는데:
 
“그건 커넥션, 즉 인간 관계야”
 
(호오)
 
 린은 유벤의 말에 흥미를 가졌다.
 사실, 지금까지 유벤이 말했던 것들 중에서 가장 유익한 말이였다.
 
“흠”
 
 린은 책을 덮고 그녀 쪽으로 돌아선다.
 
“계속해봐”
 
 유벤은 린의 의젓한 태도에 걸리는 것을 느끼면서도 말을 이어간다.
 
“인간은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 다른 사람의 도움을 주고 받아야 큰 일을 할 수 있어. 그건 아무리 위대한 마도사라도 변하지 않을꺼야”
 
“흠흠”
 
 린의 주의를 끄는 것에 만족하며 말을 이어간다.
 
“그리고 인간 사회에는 상하 관계가 있어. 귀족과 노예, 상사와 부하, 정부와 국민”
 
“그렇네”
 
“슬프지만 상하관계가 있는 쪽이 많은 인원을 동원할 수 있어. 효율적으로 사회를 움직일 수 있어. 게다가 인간 사회는 상하 관계에 의해서 취직할 수 있는 직업이 정해져 있어. 일반적으로 사회의 보다 상층부에 위치하는 것이 보다 고도로 많은 사람에 대한 영향력을 가지는 직업을 가지는 거야. 반대로 말하면 사회의 하층부에 위치한 사람이라도 상층부의 사람과 친해지면 그 영향력을 이용할 수 있어. 
 그렇기 때문에 상류 사람과 인맥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거기서 중요한 것이 학원이야. 학교를 단지 공부하는 장소로 보는 것은 얕은 생각이야. 중요한 것은 또래 아이들과 함께 공부하고 교류 할 수 있다는 것. 실사회에 나가기 전에 사교 훈련을 하기 위한 절호의 장소가 된다는 것이지. 학원이라면 세계 각국에서 마도사의 재능을 가진 또래 아이들이 많이 모여들지. 게다가 우리는 세계 공통 언어인 마법어를 말할 수 있어. 
 외국 귀족 자녀들과 친목을 다지는 것도 가능해. 학원은 열심히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고 수업 학점을 받는 장소일 뿐만 아니라 장래 경력을 위해 유망한 친구들과 연결되는 곳이기도 한 것이지. 학원에서의 교우관계가 장래의 마도사로서의 공적에 현저한 차이를 만들어.
 알겠어?”
 
“과연. 그래서 너는 상류 계급 아이들에게 적극적으로 말을 걸거나 다과에 많이 참석하고 있는 셈이군”
 
“뭐, 그런거지”
 
 유벤은 자랑스러워하면 가슴을 펴고 있다.
 린은 그녀의 지론에 순순히 감탄했다. 마냥 속물인 줄만 알았는데, 그녀 나름대로 훌륭한 마도사가 되기 위해 여러가지 생각을 하고 있구나, 라고
 
“너도 이야기를 듣고 인맥이 중요하다는 걸 알았지. 그럼 묻겠는데, 나 같은 신분 낮은 사람이 상류층 사람과 커넥션을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해?”
 
 린이 그렇게 묻자 유벤은 히죽히죽 심술궂은 미소를 지었다.
 
“커넥션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것. 그건 신분이야. 그래서 노예인 당신에게는 기회가 없습니다. 아쉽게 됐네요~”
 
“너한테 기대했던 내가 바보였어”
 
 린은 책상으로 돌아가 다시 책장을 넘겼다.
 
“앙? 뭐야 그 말투는. 저기. 이쪽 보라고”
 
(도움 되는 이야길 들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린은 실망해 다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쪽 보라고 말했잖아. 어이, 임마”
 
 유벤은 지팡이로 린의 의자를 찌른다. 그다지 힘을 주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마법의 힘으로 린의 의자는 덜컹덜컹 흔들렸다.
 
“야, 뭐하는거야, 어이”
 
 린은 순간적으로 책상에 매달림으로써 간신히 의자에서 굴러 떨어지는 것을 막았다. 의자는 투당 소리는 내며 쓰러진다.
 
“여기좀 앉아봐봐”
 
 유벤은 지팡이로 바닥을 툭툭 두드렸다. 린은 그녀의 말대로 바닥의 정좌한다.
 
“너 나한테 바보 취급당해서 억울하지 않아? 항상 그렇게 헤실헤실 하고 자신이랑은 상관없다는 표정을 하고 있고.. 대충 대꾸하기만해봐. 애초에 넌 말이야......”
 
 유벤은 팔짱을 끼고 혼내듯 호통을 치는가 하면 장황하게 설교를 시작한다.
 
(이게 뭐야. 내가 뭘 잘못한건가?)
 
 옆에서 보면 린이 나쁜짓을 해서 혼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왜 내가 유벤에게 설교를 들어야 하는데......)
 
“넌 어떻게 생각해. 네 생각을 들려줘”
 
 린은 어쩔 수 없이 자신의 생각을 말하기로 했다.
 
“있잖아, 유벤. 넌 뭔가 착각하고 있는거 같은데. 난 지금 대우에 꽤 만족해”
 
 유벤의 얼굴이 굳어졌다. 린은 또 뭔가 그녀 안에 지뢰를 밟아버린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신경쓰지 않고 이어갔다.
 
“내 고향은 정말 빈곤한 곳이였어”
 
 린은 고향에서의 삶을 떠올린다. 린의 고향 밀른령은 결코 넉넉하지 않지만 대범한 곳이였다. 물론 린은 노예로서 노동에 힘써야 했고, 가족이 없는 것을 외롭게 느끼지 않았다. 하지만 이웃들은 모두 린의 처지를 불쌍히 여겨 다정했다. 같은 노예 동료들이나 평민 계급의 사람들도 모두 린을 가족처럼 대해주었다. 
 그런데 전쟁이 일어나면서 모든 것이 이상해졌다. 이웃 나라 병정들이 밀른령으로 몰려와서 다리와 도로를 파괴하고 작물을 베어 집집마다 불을 질렀다.
 다행히 병정들은 밭만 헤맸을 뿐 사인(死人)은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그것이 역효과를 낳았다. 토지가 황폐해져 수확할 수 있는 작물이 줄어드는 한편 인간의 수는 변하지 않았다. 밀른령에서는 사람들을 부양하기 위한 식량이 부족했다. 린은 자기 곁에 도착해야할 음식이 날이 갈수록 적어져서 배고픔을 느꼈지만, 그보다 더 괴로운 것은 여태껏 다정했던 사람들이 차가워져 가는 것이었다. 
 밀른령에서는 말다툼이 끊이지 않아 식량 도난이 빈번했다.
 모두들 집의 열쇠를 굳게 잠그고 서로 의심하는 암귀가 퍼져 단번에 서먹해져 갔다. 전쟁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예를 들면 아이가 과수원에 들어가 과일을 서리 해도 하나정도는 허락해주었다. 그러다가 이내 매질로 변했고, 이윽고 투옥으로 변했고, 급기야는 사형까지 당하는 아이까지 나왔다.
 
“그야 여기보다 더 높은 곳에 갈 수 있었다면 하고 생각하지 않은건 아니지만. 그래도 고향 생활에 비하면 지금은 풍요롭고 교육도 받을 수 있어. 희망이 있어. 나는 만족해. 내게는 너와 달리 무리해서 위를 목표로 할 이유도 없으니까”
 
“만족? 만족이라고?”
 
유벤은 분노로 몸을 떨었다.
 
“너 알아? 신분이 낮으면 신분이 높은 놈들에게 바보 취급을 당해”
 
“신분이 높아도 바보 취급은 받을텐데”
 
 린은 이 탑에 와서 처음 알았지만 평민 계급 간의 잡담에서 가장 흥분되는 것은 귀족의 추문에 관한 화제였다.
 
“하핫. 그럼 언제까지나 그렇게 있어. 이제 곧 너도 이 탑의 진정한 무서움을 알게 될테니까”
 
 유벤은 그렇게 말하고는 얼른 떠나버린다.
 린은 멍하니 그녀가 떠나는 것을 배웅했다.
 
 
 그날 밤, 린은 유벤이 말한 모든 것이 끊임없이 머리에 박혀서 좀처럼 잠을 이룰 수 없었다.
 그 말을 들은 그 자리에서는 크게 개의치 않았지만, 나중에 생각하면 뭔가 중대한 일인 것처럼 여겨졌다. 그녀의 말투에는 심상치 않은 구석이 있었다.
 린은 유벤이 했던 말에 대해 테오에게 상담해보았다.
 
“냅둬. 걔는 우리를 겁주고 싶어서 필사적이야. 애초에 녀석이 여기 있는 기간은 우리랑 크게 다르지 않잖아. 그 녀석이 이 탑의 뭘 알고 있다는 거야”
 
 테오가 그렇게 말해주었지만 그래도 린은 불안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요즘 평화로 린은 잊고 있었지만, 이탑의 주민은 아이에게 맹수와 싸우게 할 만한 일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집단이다. 이대로 끝날 것이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었다. 정말 이대로 괜찮은 걸까.
 린은 그날도 또한 생각으로 잠을 못 이루는 밤을 보내게 되었다,
 
 
                  다음화, 제 28화 「상급귀족, 공장에 나타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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