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 소설 - 연재/메이드 인형 시작합니다

<217화> 메이드 인형 시작합니다

NioN 2024. 12. 12. 20:04

dead dance on the palm⑤

 
 

“마족이라고?”

 펀이엔이 어이없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용족인 그녀가 보기에도 역시 마족은 혐오스러운 존재인 모양이다. 그 아나벨도 눈을 동그랗게 뜨고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괜찮습니다. 그녀는 믿을 수 있어요.”

 플루트와의 관계를 설명하면 길어질 것 같으니 지금은 이 정도로 끝내기로 한다. 적어도 마족으로서 약속은 지키는 녀석이라고 생각한다.

“플루트, 아가씨에게 걸린 저주를 풀 수 있겠어?”

“이건 엘프의 저주 탄환 오디드럼이군. 이미 잃어버린 줄 알았는데, 쓸 수 있는 사람이 있었구나. 풀 수 있느냐 없느냐로 따지자면 풀 수 있다. 하지만 그때의 빚은 이 정도로는 못 갚을 것 같군.”

 잠시 안도감이 들었지만, 이어지는 말은 다시 절망에 빠지게 하는 말이었다.

“목숨의 대가는 목숨밖에 없지. 너에게 그녀가 소중하다면, 그녀를 구하려면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요구해야 할 것이다.”

“그럼 내 영혼이라도-”

“멍청한 놈! 그런 짓을 해서 올리비아가 기뻐할 거라 생각하나? 진정해라!”

 내가 무심코 앞으로 나갔을 때, 펀이엔이 어깨를 잡고 끌어당겼다.
 물론 올리비아가 슬퍼할 거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다른 방법이 없잖아!

“그러니 대신 해약 만드는 법을 가르쳐 주겠어.”

“...... 만들 수 있어?”

 플루트가 너무 담담하게 말해서 잠시 이해가 되지 않았다.

“가능하다고. 다른 게 좋다면 그렇게 할게.”

 여전히 쓸데없이 기학적인 플루트는 내 속마음을 조롱하는 듯한 말투로 말했다.

“우선 재료가 필요한데, 킨도로의 토렌트의 재, 영혼을 죽이는 독액, 그리고 스피카리리의 꿀이 필요하지.”

 스피카리리와 귄도로는 그렇다 치고, 영혼을 죽이는 독약?
 이름만 들어도 위험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무모한 것들뿐이네.”

 아나벨이 무뚝뚝하게 중얼거린다. 연금술의 전문가인 그녀가 그렇게 말하니, 정말 대단한 것 같다.

“킨도로 자체도 좀 특이한 정도인데, 토렌트까지 더해진다면 더더욱 어렵겠지. 기도로를 심는 지역의 목재상과의 인맥이 있더라도 운이 좋아야만 가능하죠. 게다가 영혼을 죽이는 독약이라니, 그런 건 신화에서나 나올 법한 물건이잖아요.”

“하지만 스피카리리라면! 일반인에게도 유통되는 꽃이니 어렵지 않죠?”

“스피카리리는 밤에 달빛을 받으며 꽃을 피우는데, 꿀은 꽃이 피면 금방 증발해버려요. 꽃이 피고 나서 5분 이내에 꿀을 채취할 수 있어. 우리가 흔히 보는 것은 이미 꿀이 없어지고 향과 잔향만 남아있을 뿐이야.”

 아나벨의 지적에 말문이 막힌다. 늘 가까이 있던 스피카리리가 이렇게 귀찮은 존재일 줄은 몰랐다.

“영혼을 죽이는 독약은 5천 년 전 코토미와라는 큰뱀이 토해낸 것이 레이바나 나라에 남아 있는 것을 너도 보았던 것 같은데.”

 플루트가 알려주었지만 그것은 희망을 품게 하는 것이 아니라 더 깊은 절망으로 몰아넣는 것이었다.

“혹시 우라토 가문의 장변제 지하에 있던 그거일까?”

“그래, 네 애완용 거미가 떨어진 그곳이지.”

 그런 걸 채취할 리가 없다.
 아니, 채취해서 놓아두면 되는 거였어. 수납공간을 이용하면 만질 위험도 없잖아. 그렇게 했으면 올리비아를 도울 수 있었을 텐데.

“...... 혹시!”

 문득 생각이 나서 수납공간 안을 확인했다.
 혹시......

“이건 어때?”

 꺼낸 것은 버나드령에서 구한 하얀 껍질이 특징인 나무와 마법학교 기숙사에서 만든 슈모도리를 얼린 보라색 덩어리였다.

“뭐야, 있잖아.”

 목소리가 조금 아쉬운 느낌이 드는 것은 내가 조급한 탓일까.

“정말이지?”

“빛의 여신 블랑세스 님과 어둠의 여신 노와렐 님께 맹세합니다.”

 플루트가 최고 신의 두 기둥에 맹세한다면 일단은 틀림없을 것이다.
 나는 킨도로의 토렌트 펀이엔에게 건네주겠네.

“펀이엔, 이걸 태워 재로 만들어 줘.”

“맡겨줘라!”

 그 사이에 나는 독액을 연금 냄비에 던져 넣고 마법으로 가열해 해동시킨다.

“그럼 스피카리리는 어떻게 할 거지? 지금부터 미개화나 갓 피어난 꽃은 찾을 수 없을 거야.”

“그것도 괜찮습니다.”

 나는 방의 창문을 열어 올려다보니 밤하늘에 달이 빛나고 있었다.
 수납공간에서 꺼낸 것은 오늘 막 딴 스피카리리이다.
 닫혀있던 하얀 꽃봉오리가 달빛을 받아 천천히 무너지기 시작한다. 열린 꽃잎이 휘어지면서 안쪽의 푸른빛을 드러냈다. 순간, 향긋하고 진한 향기가 방 안 가득 퍼져나간다.

“플루트, 이것으로 충분해!”

“꿀은 먼저 추출해 두는 게 좋겠군.”

“그럼 그건 내가 할게.”

“부탁할께요.”

 아나벨에게 스피카리리를 맡기고 독액의 상태를 확인해보니 이미 해동은 끝난 상태였다.

“이쪽도 다 됐어.”

“스피카리리는 마지막이니 먼저 만들까? 만드는 건 어렵지 않아. 만드는 건 어렵지 않은데........”

 플루트의 지시에 따라 해독약 만들기가 시작되었다.
 먼저 연금술 냄비에 영혼을 죽이는 독액과 귄도로의 트렌트 재를 잘 섞어 끓인다.
 연금 냄비를 불에서 내리고 스피카리리의 꿀을 넣고 저어준다.

“아나벨 선생님”

"그래, 완성됐어.”

 작은 병을 받아 안의 꿀을 냄비에 부으면 독액의 탁한 보라색이 투명한 녹색으로 변한다.
 그 후, 식히면서 알갱이로 만들어 굳히면 해독약이 완성된다. 그 빛깔은 마치 에메랄드처럼 보였다.

“이것으로 충분하죠?”

“아, 확실하게 만들어졌어. 빨리 마시게 해주면 되겠군.”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물을 준비하고 올리비아를 깨운다.

“아가씨, 약이 만들어졌으니 드세요.”

“응...? ......으음......”

 쇠약해진 올리비아는 의식이 희미해 보였지만 그래도 입을 벌렸다. 해독제를 입에 넣자 내민 물 한 컵을 입에 머금고 천천히 삼켰다.
 다시 눕히자, 꿈의 현현이었던 올리비아는 꿈속으로 빨려 들어가 그대로 가라앉아 버렸다. 왠지 모르게 표정과 호흡이 편안해진 것 같았다.

“이제 다 나은거야?”

“그래. 이제 그냥 쉬게만 하면 된다. 특별히 간호도 필요 없어. 다만, 생명력이 많이 소모되었기 때문에 완전히 회복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 그래, 그렇구나...”

 단번에 긴장이 풀려서 그 자리에 주저앉아 버렸다.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다 ......



 그 후, 플루트는 어느새 사라져 있었다. 원래 친구라고 할 수 있는 사이도 아니고, 마족과는 별로 어울려서는 안 되는 사이지만, 적어도 고맙다는 말이라도 하고 싶었다.
 아나벨을 객실로 안내하고 잠시 상담을 받은 후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가벼운 옷으로 갈아입고 방을 나갔다.
 올리비아의 방에 들어가니 그녀는 규칙적인 잠을 자고 있었다. 방금 전과 달리 약하고 흐트러진 호흡과 달리 저주가 정말 풀린 것 같아 안도한다.

“올리비아 ......”

 침대 옆에 서서 그 이름을 중얼거렸다. 그러자 그 눈꺼풀 끝에 물방울이 반짝이는 것이 보였다.

“...... 어머니...”

“......”

 가느다란 중얼거림에 나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쥔다.
 그렇게 사이가 좋았던 부녀지간이다. 아무리 가짜라도 싸우는 것이 힘들지 않을 리가 없다.

 올리비아.
 그녀의 강압적인 접근은 나를 괴롭혔지만, 그 이상으로 항상 나를 구해주었다.
 내 존재의 의미이자 사랑하는 사람.

“올리비아, 고마워.”

 이런 나를 좋아해줘서.

 올리비아에게 입술을 겹친다. 부드러운 온기가 전해진다.
 계속 이렇게 있고 싶지만, 그렇게 되지는 않는다.
 몸을 일으키니 올리비아의 손이 내 손을 잡고 있었다. 깨운 줄 알았는데, 올리비아는 여전히 잠들어 있다.

“미안해......”

 올리비아의 손을 조심스럽게 떼고 방을 나갔다.
 그대로 현관을 나선다. 하늘은 아직 어둡다.
 걸음을 재촉해 대문으로 향한다.

“가는 거야?”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와 발걸음을 멈춘다. 놀랄 일은 아니다. 펀이엔에게 들킨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

“올리비아는 슬퍼할 거야.”

 알고 있다.
 분명 슬퍼할 것이다. 화를 낼지도 모른다. 미워할지도 모른다.
 그래도-

“......결국 나는 이런 방법밖에 할 수 없어.”

 도미닉의 목표가 올리비아라면 언젠가 다시 공격해 올 것이다. 그때는 또 다시 그것을 전력으로 이용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올리비아는 또다시 어머니와 같은 모습을 한 존재와 대면하게 될 것이다. 그것은 올리비아의 몸과 마음에 상처를 입히고, 오피리아의 존엄성을 짓밟는 행위다.
 그런 일은 시키고 싶지 않다. 그렇게 할 수는 없다.

“아가씨를 부탁할께.”

“맡겨줘라. 하지만 변호는 하지 않겠어.”

“충분해.”

 아무리 어떻게 생각하든, 나는 그것을 받아들일 생각이다.

“자, 맡긴 물건이다.”

 생각지도 못한 대사에 고개를 돌리니 검은색 구체가 공중에 떠 있었다. 떨어뜨릴 뻔했지만 가까스로 받아 들이자, 그것은 강철 실로 된 실구슬이었다.

“아리아가 선별한 거다. '이쪽은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아리아도 꿰뚫어보고 있었구나. 역시 적수가 없군.

“그리고 저 녀석은 데려가 줘.”

 시선을 돌리자, 저택 뒤편에서 우리를 엿보는 거대한 체격이 있었다.

“에리카......”

“샤-”

 원래 나를 좋아해서 따라온 녀석인데, 여기 두고 가는 것도 불쌍하지 않나.

“알았어. 가자.”

“샤앗!”

 저택을 등지고 이번에는 출발한다.
 내 뒤에는 에리카가 따라온다.
 힘든 싸움이 될 것은 분명하다. 그래도 하기로 결심했다.

 오필리아는 내가 죽일 것이다.




 어렴풋한 의식 속에서 떠오르는 것은 싸웠던 상대의 모습이었다.
 어머니.
 죽었어야 했다. 그런데 눈앞에 나타났다.
 가짜라고 단정 짓고 싸웠지만, 한 방을 날릴 때마다, 반격당할 때마다 확신이 흔들렸다.
 얼굴에 드러내지 않으려고 애썼지만, 사실 힘들었다.

“올리비아, 고마워요.”

 내 귀에 들려온 목소리.
 나탈리아다.

 입술에 전해지는 촉감.
 머리의 냉정한 부분이 키스를 받았다는 것을 이해한다.
 기뻐해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미안해 ......』

 그 한 마디가 귀에 남았다.

 나탈리아?
 왜 그렇게 슬픈 표정을 짓고 있는 거야?
 잠깐만요.
 안 돼요.
 가지 마.
 제발요!
 곁에 있어줘!
 잠깐만!

“나탈리아!

 뻗은 손이 하늘을 가른다.

“...... 아...”

 잠시 후, 나는 내가 깨어났다는 것을 깨달았다.
 밖은 이미 밝았고, 창문을 통해 햇볕이 들어오고 있다.

“......꿈...?”

 그래, 그렇지.
 악몽, 그런거야.

 침대에서 내려가려다 무릎을 꿇고 쓰러졌다.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체력 소모뿐만 아니라 마력도 바닥을 드러냈다.
 그래도 벽을 타고 반쯤 기어가듯 방을 빠져나온다.

 나탈리아의 얼굴이 보고 싶다.
 곁에 있다는 안도감을 느끼고 싶다.

 분명 화를 낼 것이다. 이런 몸으로 무리하게 움직인다고.

 아, 그래. 사과해야겠다.
 지금까지 나탈리아가 자신을 희생해서 나를 감싸줄 때마다 화가 났지만, 내가 같은 상황에 처하면 생각보다 몸이 먼저 움직였어. 분명 나탈리아도 같은 마음이었을 거다. 나는 아무것도 몰랐다.
 사과할게.
 그리고 사랑한다고, 계속 곁에 있어 달라고, 함께 이겨내자고, 전하고 싶어요.

 저기........

 나탈리아의 개인실 문을 열었을 때, 그곳에는 아무도 없었다.
 기세 좋게 여기까지 왔지만, 낮이라면 나탈리아는 집안일을 하고 있을 텐데, 방에 있을 리가 없다.

“......그래, 그렇겠지...”

 나 자신에게 혼잣말하듯 중얼거린다.
 그런데, 아, 침대 위에 있는 물건을 발견했다.
 그만두면 될 텐데, 나는 어정쩡하게 침대에 다가가서 그게 뭔지 확인했다.
 확인했다.

 그것은 정성스럽게 접힌 메이드복이었고, 그 위에는 종마 등록증인 새빨간 보주가 놓여 있었다.

“......!”

 그 의미를 짐작할 수 있었다.
 나탈리아가 무엇을 하려는 것인지, 지금까지의 그녀를 보면 짐작할 수 있다.
 분명 또다시 혼자서 짊어지고 가려고 하는 것이다.
 그 서투른 친절함을 좋아하게 되었는데, 지금 이 순간만큼은 무엇보다도 원망스러웠다.

 시야가 흐려져 큰 물방울이 맺힌다.

"나탈리아... 나탈리아..."

 응해주는 소리는 없다.

"나탈리아아아아아아아!!!"

 쫓아갈 수조차 없는 지금의 나는, 너무나 무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