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72 화 용산명동(竜山鳴動)②
올리비아는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릴 적부터 계속 단련한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타격은 항상 치명타, 적어도 유효타가 되지 않은 적이 없었다. 때린 주먹이 아프고, 때린 상대가 비웃는 것은 처음이였다.
“그럼, 이쪽도 간다”
온 몬의 소름이 곤두 서며, 순간적으로 양팔로 머리를 지킨다.
“큭!”
방어 위에서 펀이엔의 주먹이 내리쳤다. 표면의 껍질과 살이 찢어지고 뼈가 삐걱거린다.
“견딘건가. 지난번 놈들은 지금 이 정도로도 뼈가 나가버렸는데, 그 놈들보다는 꽤 하는것 같구나. 이제야 좀 즐거워 질 것 같구나. 그럼 즐겁게 해줘, 꼬마 아가씨”
사람과 용인. 종족으로서 확연한 능력 차이가 있다. 이쪽의 혼신의 일격을 웃으며 견디고, 반대로 저쪽의 무심한 일격에 이쪽은 팔이 저릴 것 같다. 하지만 올리비아게게는 물러난다는 선택지도, 투쟁에 임한 후회도 없다.
“그럼, 다시”
올리바아가 마법을 멈춘다. 동시에 근방에서 빗나간 마력이 돌풍을 일으키며 걸치고 있던 케프가 허공을 날았다.
“뭣—”
펀이엔이 무심코 내뱉은 소리는 끝까지 말하기도 전에 올리비아의 주먹에 의해 가려졌다. 교만한 콧대를 꺾어버리는 듯 안면에 일격.
한 걸음 비틀린 틈에 숨쉴 새도 없이 배로 추격. 멈춰 서서 반격에 들어가 휘두른 팔이 소녀의 뺨을 때린다. 그것만으로도 올리비아는 뺨에 타는 듯한 통증을 느꼈다.
좋지 않은 상상과 피할 수 있었다는 것에 안도와 동시에 앞선 일격이 아직 남아있었다는 것을 알게된다.
용인이라는 종족으로서의 격의 차이를, 지금에서야 실감한다.
가슴 속에 공포가 솟는다.
하지만 물러서지 않는다. 그 이상의 극기심 강한 사람이 자산의 중심을 잡아주고 있다.
그저 평소처럼 지금까지 쌓아온 자신의 모든 것을 부딪힐 뿐이다.
“하아!”
평소의 필살의 심정으로 파고든다.
그것을 펀이엔이 정면으로 받아 들이며 답례라고 하는 것처럼 진정한 의미의 필살을 휘두른다. 맞게된다면 문자 그대로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공격을 올리비아는 정확하게 확인하고 회피했다. 겁의 질려 크게 움직여 버리면, 이 용인은 그 틈을 놓치지 않을 것이다.
올리비아의 주먹은 용인의 강인한 비늘에 닿았고 펀이엔의 주먹을 한 번만 더 허용하게 된다면 승부가 기울게 될 것이다.
불합리한 상황이지만 올리비아의 눈에 절망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고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눈 앞의 맹공을 살피고 사이사이 반격을 가한다,
“스읍——”
한 호흡 중 턱, 쇄골, 꼬리에 대한 날카롭고 가차없는 3연격. 아무리 용인이 인간과 비교도 안될 정도의 힘을 자랑하더라도 신체 구조 자체는 크게 다르지 않다. 급소를 맞으면 적지 않은 데미지를 입게 될 것이다.
그렇게 생각했지만, 물렀다.
펀이엔은 히죽히죽 웃으며 답례하듯 주먹을 휘두른다.
종이 한 장 차이로 몸을 비틀 피했지만, 그곳에 무릎차기가 날아온다.
미처 피하지 못하고 올리비아의 몸이 돌덩이처럼 날아가 인근 가옥에 격돌한다. 주위는 잠깐의 정적으로 확신했다.
하지만, 벽을 타고 낙하한 올리비아는 땅에 발이 닿음과 동시에 힘을 주고 앞으로 뛰기 시작했다. 그 주먹에는 금빛 번개가 치고 있다.
“뇌황방전(雷煌放電)!”
주먹을 타고 솟구치는, 어이없을 정도로 수많은 번개가 펀이엔을 덮친다.
“이건...... 미지근하구나!”
펀이엔은 그것을 흡입해 배 속에 담았다.
“용인을 향해 『화염의 용』이라니 웃기지도 않는구나. 진정한 불꽃이란 이런 것이 아니다”
펀이엔은 들이마신 불꽃을 자신의 불꽃과 섞어 더 높은 온도를 바꾸어 토해낸다. 뼛속까지 파고드는 업화의 열기가 관중에게까지 닿는다. 이미 올리비아가 보통 사람이 아니라고 느꼈던 자들도 이는 역시 참을 수 없는 것이라면 시선을 떨어뜨린다.
“뇌황전격(雷煌電撃)!
그들의 뜻에 반해 업화의 깊은 곳에서 우렁찬 외침이 터져 나온다.
다음 순간 불꽃이 중앙에서 튀고, 안에서 번개를 머금은 주먹을 내민 올리비아가 모습을 드러내 관중들이 경악한다.
그러나 펀이엔에게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올리비아는 당황하지 않고 호흡을 가다듬으며, 생전의 아버지에게 배운 얕게 벌어진 양장(両掌)을 앞으로 내민 자세를 취한다.
흔들리기만 해도 바람이 울리는 펀이엔의 일격이 손등으로 궤도를 빗나가게 하고 이어진 두번 일격도 하늘을 가른다.
힘을 억누르는 것이 특기인 올리비아지만 결코 서투른 것이 아니다. 본인의 기질상 전자를 좋아하는 것과 써야 할 상대와 마주칠 기회가 없었을 뿐이다.
“이걸로 끝이구나!”
사선 위에 서있는 겁 없는 소녀에게 펀이엔은 유쾌하게 웃었다.
“꽃을 감싸듯 부드럽게”
올리비아는 조용하고 확실한 어조로 자신에게 타이르듯 말한다.
그 의기에 부응하듯 펀이엔은 주먹을 내밀고 올리비아는 오로지 냉정하게 받아넘겨간다. 선천적으로 모든 면에서 인간을 능가하는 용인은 전투에서 잔재주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지능이 뛰어나기 때문에 힘으로 하여금 말 없는 폭력이야말로 단순하면서 최고의 무기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펀이엔은 과거 사페리온 침략전쟁을 이겨낸 역전의 무인으로, 생존한 용인 중에서도 최고봉의 실력자. 롱샨령의 다른 용인이 다같이 덤벼도 그녀에게 손끝 하나 닿지 않는다.
그 맹공 속에서 올리비아는 말 그대로 부드럽게 가슴에 품은 꽃의 꽃잎을 흩뜨리지 않도록 사랑스럽게 과도한 힘없이 부드러운 동작을 반복한다. 통증도 초조도 공포도 기술의 우수성을 일절 흐리지 않는다.
그러나 펀이엔은 모든 거동이 필살이며, 올리비아의 공격은 통하지 않고 방어에 실수가 허용되지 않는 것은 변함없다. 그 방어라고 해도 흑산룡 구로브를 착용하고 있을 뿐이고, 이것이 만약 맨손이었다면 받아넘기기만 해도 피가 뿜어져 나왔을 것이다.
필살이 풀려났다가 떠내려가기를 반복하는 상황, 먼저 초조해진 쪽은 펀이엔 쪽이였다.
눈 깜빡임 하나보다도 짧은 찰나에 활과 화살처럼 당겨 정조준하여 쏘는 듯한 찌르기. 대부분의 사람에게는 그 궤도는 보이지 않고, 펀이엔의 팔의 “굽힘” 과 “늘리기”의 두 순간 밖에 인식하지 못했다.
보이지 않는 필살의 일격은 그런 올리비아도 완전한 회피는 이루지 못했다.
“읏——!”
그러나 경악한 것은 펀이엔 쪽이었다. 뼈는 부서지고 피가 뿜어져 나오지만 그것은 머리도 가슴도 아닌 왼팔. 회피 불능으로 판단한 올리비아는 왼팔을 희생시킬 각오로 깊숙히 파고들었다.
“뇌황전격!”
눈부신 벼락이 친 주먹이 펀이엔의 옆구리에 명중해 몸이 크게 물러난다.
“쓸데없다, 이 정도로 내가—”
몸을 일으킨 펀이엔은 눈 앞에 다가오는 빨려 들어갈 듯한 칠흑 같은 눈동자에 저도 모르게 절구(絶句)했다.
손바닥이 부드럽게 펀이엔의 가슴팍에 닿는다.
“혈봉뢰화(血封雷花)”
침투한 마력이 내부에서 폭발한다. 조금 전의 불태우기 같이 펀이엔이 비틀거리며, 이번에는 가슴팍에서 불길과 천둥이 솟구치고 피비말이 솟아올랐다. 밖이 아니라 내부에서 파괴되어서는 강인한 용인이라도 견딜 수 없다. 쓰러지지는 않았지만 확실한 부상을 입힌 것이다.
“꽤 하지 않느냐, 계집. 네놈 같은 강자를 만난지 오래됐구먼”
상처를 입고도 펀이엔은 벌떡 몸을 일으켜 웃음을 띄운다.
옷을 찢어지고, 끈은 튀고, 벗겨진 가슴이 드러나지만, 신경 쓸 기색도, 관중은 야한 시선조차 돌리지 않는다. 거기에 보이는 흉터는 보는 사람을 입 다물게 할 만한 “무게” 가 있었다.
그 흉터에 비하면 지금 올리비아가 입힌 상처 따위는 없는 셈이다.
“그럼, 그 상처를 낸 자에게는 미치지 못할 거다. 그게 전력인가?”
용인의 육체에 상처를 남기는 것, 대부분의 인류에게는 불가능하고 그것은 이미 위업이라고 부를 만한 사건이다. 상처를 입은 용인에게 있어서도 그 정도의 강자를 만나 생존한 것은 무훈이나 다름없다.
펀이엔도 예외 없이 가슴의 난 상처는 그에 대한 경의를 마 그래도 가슴에 새긴 것이다.
하지만 올리비아는 주눈 들지 않고 냉정하게 응한다.
“그럼 보여줄게. 나의 비장의 수단을”
아버지로부터 배우고 최근 들어 조금씩 습득한 마투술.
“카미카제(神風)... 0식!”
다음 순간 펀이엔은 올리비아의 모습을 잃고 무수한 주먹에 맞았다.
이동 마투술 카미카제.
1식은 전진 밖에 할 수 없지만 고속 이동을 가능하게 한다.
2식은 1식보다 속도를 억제하는 대신 전방위로 가속과 세밀한 제어를 가능하게 한다.
이것들은 어린 올리비아도 다룰 수 있도록 아버지 슈마가
디튠한 것이다.
성장한 올리비아는 마침내 본래의 카미카제를 구사하기에 이르렀다. 즉, 고속에서 만드는 변칙.
물론, 용인은 동체 시력도 인류 제일이지만, 그래도 눈으로 쫓는 것에는 고작인 고속 이동.
용인의 신체는 마력에도 강한 내성을 갖는다. 마투술도 크게보면 본질적으로는 마력이다. 그 동안 올리비아가 쏘아붙인 마투술에 깃은 벼락은 사실 대부분이라고 해도 좋은 만큼 위력에 기여하지 못했다. 펀이엔의 강인한 몸을 부셔온 것은 작은 타격에 의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다 최근 들어 속도가 올라가고, 속도가 높아지면서 공격의 위력도 같이 늘어났다.
지금까지와는 달리 용인에게도 확실하게 먹히는 순수한 타격. 그것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고속으로, 연속으로 이월된다.
펀이엔 양팔로 머리를 보호할 태세를 취한다. 확실히 강해졌지만, 이 정도의 급격한 강화는 부담도 클 것이다. 이미 왼팔은 찌그러졌으니 수비를 굳히고 기다리면 곧 한계가 와서 자멸 할 것이다.
거기서 펀이엔은 문득 깨닫는다.
수비 굳히기?
자멸을 기다린다?
용인인 내가?
이게 뭐야.
선수를 양보한다는 등 큰소리를 쳐놓고도 이제는 방어만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용인으로서, 무인으로서의 긍지는 어디로 갔는가. 이런 식으로 지금은 죽은 전우들에게 가슴에 상처를 새긴 남자에게, 도대체 무엇을 자랑 한다는 것인가.
인정 못한다. 그런 한심한 자신을.
인정하자. 이 소녀가 그들 못지 않은 강적임을.
겁에 질린 자신을 분발시키기 위해 감히 오만불손하게 짖는다.
“분수를 깨닫거라!”
발이 빠르다면 그 발을 으깨라.
펀이엔이 땅을 후려친다. 비유가 아닌 말 그대로의 의미대로 대지를 뒤흔든다.
그것은 지진이라고 해도 무방하고, 국소적이라고 해도 몸 하나로 천재를 일으키는 용인의 무서움을 말해주고 있었다.
흔들리는 대지는 발밑을 걷어 올리고, 설령 넘어지지 않더라도 아래에서 전해지는 충격은 이동을 저해한다.
관중들로부터 비명이 터져 나오지만 그런 걸 신경 쓸 겨를이 없다.
펀이엔은 시선을 돌려 자신을 감싸는 그림자로 올리비아의 위치를 깨닫는다.
“위인가!”
올려다본 곳에서 분명히 올리비아가 있었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선화월영(仙華月影)”
조용히 중얼거리던 올리비아의 곧게 뻗은 발끝, 검은 부츠에 싸인 발 뒤꿈치가 전도끼처럼 정수리에 내려앉았다.
시야가 바뀌여 시야에 포착되을 소녀의 모습을 잃어버린다.
기대했던 것은 아니지만 펀이엔이 시력을 상실한 그 짧은 시간에 올리비아는 착지해 품으로 들어가 다음 기술로 넘어간다. 오른쪽 반신을 앞으로 내민 채 쭈그리고 앉듯이 깊이 파고들었다.
그 거동은 정수리에 맞은 펀이엔은 물론 주위의 용인들도. 주인의 싸움을 놓칠세라 인형 모드를 기동시킨 나탈리아에게도 잔상을 쫓는 것이 한계였다.
“!!”
땅을 박차로 뛰어오르는 동시에 뻗은 전신에서 팔로, 그 끝의 주먹으로 힘이 집약되어 펀이엔의 아래턱으로 내리 꽂혔다.
극한 까지 응축된 힘이 작렬했고, 펀이엔의 몸이 허공을 날았다.
그 일격이, 용의 역린에 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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