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혈신락(鮮血神楽)④
시간을 조금 거슬러 올라가 나탈리아 일행이 신사에서 시귀와 마주쳤을 때, 숲 속 깊은 곳과 장변제이 보이는 산 정상에서 둔탁한 인광이 흔들리고 있었다. 그것은 공중에 떠 있는 네모난 틀과 마법진으로, 아마추어는 물론이고 마법에 정통한 사람조차도 본 적이 없는 술식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막 개발된 이 마법은 현재로서는 누구에게도 공개되지 않았다.
이 마법은 공중에 떠 있는 틀에 멀리 떨어진 지점의 광경을 비추기 위한 것으로, 현재 그곳에는 제례전에서 춤을 추는 류카의 모습이 비춰지고 있었다. 유일한 사용자이자 개발자인 이츠키는 그것을 바라보며 감탄한 듯이 웃었다.
“대단하군. 마력의 흐름이 여기서 이렇게 연결되는구나. 일부러 무리해서 온 보람이 있네”
마법 너머로 관찰하던 그는 카구라무이 자체가 하나의 마법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움직임으로 발동하다니, 마법이라기보다는 '기술'에 가까운 부분이 있네. 아, 하지만 이 세계의 분류라는 것은 별로 의미가 없는 것 같기도 하고.......”
그는 그렇게 말하며 돌아서서 주머니에서 꺼낸 총을 근처의 덤불을 향해 망설임 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발사된 마력의 총알이 큰 소리를 내며 튕겨져 나갔다.
“갑자기 공격해 오다니, 정말 끔찍하네”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내며 덤불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은 사페리온 왕국의 모험가 '매혹의 선율' 셜리였다. 올리비아의 활약을 알리는 일을 맡고 있는 그녀는 올리비아 일행과는 다른 경로로 레이바나 나라에 온 것이었다.
“몰래 훔쳐보는 게 더 나빠. 그래도 죽일 생각으로 총을 쐈는데, 막힐 줄은 몰랐는걸”
“흠흠, 그래도 나름대로 정보통이구나.”
올리비아 일행을 선전하며 돌아다니는 셜리는 그 종마에 대해서도 정보를 입수하고 있었고, 나탈리아가 가지고 있는 마총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이츠키가 겨누는 총의 의미를 바로 알아차리고 막을 수 있었다.
“그래서 넌 뭐야? 레이바나 사람처럼 보이지만, 아마 아니겠지?”
“대답할 것 같아?”
“아니야. 그리고 넌 어딘지 모르게 적대적인 것 같으니까.”
셜리는 수납공간에서 꺼낸 류트를 손가락으로 툭툭 치며 말했다.
“여기서 죽어라”
경쾌한 선율과 함께 어둠 속에서 무수한 벌레들이 나타난다. 날카로운 뿔을 가진 딱정벌레, 긴 몸을 휘감는 대백발, 독침이 삐죽삐죽 튀어나온 꿀벌. 겉모습만 큰 벌레라고 할 수 있지만, 실은 모두 한 마리만으로도 웬만한 모험가 파티를 궤멸시킬 수 있는 강력한 마물이다.
그것들이 셜리의 선율에 실린 명령에 따라 이츠키에게 몰려들었다.
“어이쿠, 그건 거절한다.”
그러나 이츠키는 전혀 동요하는 기색 없이 뒤쪽 공간을 좌우로 뚫는 검은 구멍을 만들고 그대로 몸을 뒤로 젖힌 채 몸을 던졌다.
이츠키의 모습과 벌레들의 머리가 구멍에 박히면서 열렸던 공간이 닫혔다. 닫힌 공간에서 발생하는 압력은 엄청났고, 벌레들의 몸은 어쩔 줄 몰라하며 갈기갈기 찢어졌다.
“도망쳤구나. 그렇게 멀지 않아...... 아, 또 도망쳤구나. 방법은 모르겠지만, 방금 쓴 마법을 반복하고 있는 것 같네”
이츠키의 전이 마법은 국가를 넘나드는 장거리용이라면 사전 준비가 필요하지만, 단거리용이라면 즉시 발동할 수 있다. 그는 그 마법을 반복하여 셜리의 눈앞에서 도망친 것이다.
“음, 지금의 마법도 신경 쓰이지만, 그보다 저 무기가 더 신경 쓰여. 그 무기는 '칠흑의 마녀'가 만든 것밖에 없을 텐데, 이건 무슨 뜻일까?”
올리비아 일행에 대해 조사하는 데 있어 오필리아는 빼놓을 수 없는 존재였고, 셜리는 그녀의 주변에 대해서도 정보를 얻고 있었다. 오필리아가 창조한 마총은 총 세 자루밖에 없고, 그 모든 것이 현재도 마도 인형 나탈리아의 손에 있는 것이 확인되었다.
제작자의 기술력도 있어 쉽게 복제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마녀의 기술을 물려받은 아나벨과 나탈리아라면 가능할지도 모르지만, 그런 정보는 없다.
그러나 사실은 그녀가 생각지도 못한 곳에 있다.
이츠키의 총은 오필리아와 무관하게 그가 있던 세계의 지식을 바탕으로 이 세계에서 얻은 기술로 스스로 만든 것이다.
그리고 나탈리아는 수납 공간 안에서 연금술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남의 눈을 의식하지 않고 마총을 만들 수 있다. 물론 현재의 나탈리아로서는 오필리아의 마총을 재현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마총을 창조하는 것'만은 가능하다.
“알아봐야 할지, 본업이 우선일지,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네. 일단 보고만 하고 넘어갈까?”
셜리는 귀찮다는 듯이 웃으며 이미 자신만 남게 된 산 정상을 떠났다.
달빛이 살짝 비치는 숲 속, 앞을 달리는 루리가 칼을 휘두르며 달려가고 나도 마력검을 휘두른다. 곧이어 우리가 지나간 뒤 남겨진 시귀의 목이 공중에 춤을 춘다.
“벌써 익숙해졌나 보군”
“언데드 공통의 약점이야. 이 정도일 리가 없지”
목을 베는 것은 실체가 있는 언데드를 쓰러뜨리는 수단으로 왕도 중의 왕도다.
아까 한 번 시귀와 싸워본 적이 있는데, 확실히 그 힘은 오우거에 버금갈 정도다. 통증에 겁먹지 않고 약간의 상처는 금방 재생되지만, 순수한 힘에 있어서는 역시 보통 사람보다 조금 더 나은 정도에 불과하다. 즉, 바보같이 정직하게 상대하지 않는다면 나조차도 쉽게 쓰러뜨릴 수 있다.
“하지만 총을 사용할 수 없다는 게 귀찮네”
원숭이가 조종하는 시체를 쓰러뜨릴 때는 블랙호크의 폭발탄으로 날려버리면 그만이지만, 일단 지금은 은밀하게 행동 중이라서 폭발탄처럼 큰 소리가 나는 무기는 사용할 수 없다. 필연적으로 마력검을 중심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
“이렇게 많은 시귀들이 몰려오는데 평상시 관리는 어떻게 하는 거야?”
다시 나아가기 시작하면서 문득 떠오른 의문을 던진다.
“숲은 금연구역이라고 했잖아. 지역 주민들은 접근을 꺼려하고, 시귀도 숲 밖으로 나오는 일은 거의 없어. 주변은 우라토 수호자가 순찰을 돌기 때문에 사람이 습격당하는 일도 드물어”
지금 루리는 분명히 이상한 말을 했다.
시귀가 감염된 언데드라면 늘어난 만큼 피해자가 늘어나는 것이고, 그만큼 많은 사람이 숲에 들어왔다는 뜻이 된다. 하지만 루리의 말투로 미루어보아 평소 숲에 사람이 드나드는 것도, 시귀의 희생도 거의 없는 것 같다.
그렇다면 이 대량으로 발생한 시귀들은 어디서 온 것일까?
다른 방법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 설마 시귀가 번식해서 늘어나지는 않겠지만 - 적어도 지금까지 들은 이야기만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시귀에 대해 아직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있는 건지, 아니면 루리가 내게 거짓말을 하고 있는 건지.
“무슨 일이야?”
아니, 루리는 이런 상황에서 거짓말을 할 사람이 아니다. 설령 어떤 사정이 있더라도 믿을 수 있을 만큼의 관계는 쌓아왔다고 생각한다.
“아무것도 아니야. 얼마나 남았어?”
“곧 도착할 거야. 다른 우라토 수호자를 피해 왔기 때문에 조금 멀리 왔지만, 응!”
루리의 애도 지수(止水)가 정면에 나타난 시귀를 삼등분으로 베어버린다.
그리고 말대로 덤불을 넘어 숲이 끊어진 곳으로 나왔다. 눈앞에 있는 것은 용공 신사보다 작지만 장엄함에서는 뒤지지 않는 제례전이었다.
그 제례전 무대 위에서 류카는 조용히 서 있었다.
“루리”
엄숙한 목소리가 불현듯 울려 퍼졌고, 결코 큰 목소리는 아니었을 텐데도 우리는 깜짝 놀랐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무대 가장자리에서 루카 앞에 앉아 있는 남자였는데, 그가 목소리를 내기 전까지는 존재를 알아차리지 못했지만, 지금은 왜 몰랐을까 싶을 정도로 존재감을 발산하고 있었다.
“...당주 님, 어째서 이곳에 ......?”
당주 님이라 루리가 그렇게 부르는 걸 보면 우라토 가문의 당주인가?
그렇다면 류카 씨의 아버지인가?
“너는 손님 안내를 맡았던 것 같은데. 그것도 저택으로 데려다 주어야 할 손님을 이런 곳에 데려오다니........”
“그건......”
섬기는 집의 당주에게 노려보이자, 루리도 입을 꾹 다물었다.
“뭐, 괜찮다. 방해만 하지 마라”
류카 씨의 아버지는 그렇게 말하고 시선을 다시 류카 씨에게로 돌려 말을 건넸다.
“류카여, 끝났나?”
“이미 내려왔어, 타츠마사.”
고개를 숙이고 있던 류카 씨가 고개를 들어 대답했다.
“하지만 아까까지 춤을 춰서 그런지 더워”
그렇게 말하면서 류카 씨는 곱게 땋은 머리를 풀어헤치고, 무녀복의 백의 소매에서 팔을 빼내어 가슴을 크게 드러냈다.
뭐야?
류카 씨의 모습이 이상하다. 적어도 자신의 아버지를 부르면서 저렇게 옷을 벗을 사람은 아니지 않은가.
"류카 님 ......"
루리도 눈치를 챘는지, 떨리는 목소리로 주인님을 불렀다.
“너는...... 그래. 류카 전속 우라토 수호자인가.”
역시 이상하다.
방금 전에 루리와의 관계를 지식으로 인식한 듯한 말투, 류카 씨가 그럴 리가 없다. 마치 다른 사람이 류카 씨에게 옮겨 붙은 것 같다.
그리고 그 예상이 옳았다는 것을 다음 순간, 본인의 입에서 전해 들었다.
“나는 우라토 츠에베 노카미다. 아니, 너희들에게 감히 이렇게 말해볼까.”
류카는 무대 위에서 우리를 노려보며 당당하게 자신의 이름을 불렀다.
“나는 드라큘라다. 체페쉬 공, 블라드 드라큘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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