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는 달을 보고 울부짖는다①
거센 물살에 휩싸여 폐부까지 액체가 흘러들어온다. 숨 막힘과 온몸의 상처로 고통스러워하며, 온몸을 긁어대는데, 물은 사람을 놀려댄다. 그러나 대량의 물은 사람을 놀려대며 그 무력함을 조롱한다.
(이런 ...... 그런데 ......)
의식이 멀어지고 온몸에서 힘이 빠진다. 입에서 기포를 내뿜으며 어둡고 깊은 물속으로 가라앉았다.
소녀가 이 세상에서 가장 먼저 이해한 감각은 '고통'이었다. 한때 자신이 이세계에 환생했음을 자각한 것도 지금과 같은 타격을 받았을 때였다.
부어오른 뺨, 찢어진 입 안, 부딪힌 등. 그것들이 괴롭히면서도 의식을 현실에 묶어둔다.
소녀가 벽에 기대어 내려다본 자신의 몸은 너무 작고 초라했다.
“어이, 듣고 있는 거냐!”
고개를 들어보니 현세에서 아버지에 해당하는 남자가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그가 폭력을 휘두르는 것은 일상적인 일이었다.
(아, 또 그러는구나)
몹시 화가 났지만, 두 손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의 나이의 아이가 성인 남자를 이길 리가 없다. 나는 여느 때처럼 애교 섞인 웃음을 지으며 분노가 가라앉을 때까지 기다렸다.
“쳇, 이놈의 꼬맹이. 빨리 끝내버려!”
아버지는 그렇게 내뱉고는 흥미를 잃은 듯 소녀에게 등을 돌리고 난로 앞에 앉았다.
소녀는 천천히 일어나 흙바닥에 흩어져 있는 식물 덩굴을 모아 바구니 만들기를 다시 시작했다. 곧 상인이 오기 전에 마무리를 해야 한다.
(모처럼의 이세계인데.......)
여기가 다른 세상이라는 것은 자신의 머리 꼭대기에 자란 토끼 귀가 말해주고 있다. 아버지와 다른 마을 사람들도 인간이 아닌 동물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듣기로는 온몸에 동물의 특징이 나타나는 것이 야수인, 인간과 동물이 섞여 있는 것이 반야수인이라고 한다. 그리고 무가나 공가에는 흡혈귀가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하니 놀라울 따름이다.
(...... 내가 되니 최악이네)
라노벨나 애니메이션에서는 재미있어도 실제로 내가 그렇게 되면 재미있을 게 하나도 없다.
애초에 지금까지의 상식이 통하지 않는, 게다가 종종 이전보다 문명・문화 수준이 낮은 세계에 갑자기 던져지는 것이니, 쉽지 않다는 것은 조금만 생각해보면 알 수 있다. 지배계급에 태어나지 않으면 가난이 당연하고, 식사량도 영양도 부족하고, 위생환경도 열악하고, 무엇보다도 목숨이 아깝다.
(그런 건 탄탄한 선천적 지식이 있어야 하고, 그것을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겠지. 적어도 뜬금없이 쏟아져 나온 지식을 혐오하지 않고 정당하게 평가해 줄 사람이 있어야 할꺼야)
지금 살고 있는 곳은 산골짜기 마을로, 비정기적으로 찾아오는 행상인 외에는 폐쇄적이다. 그 습성, 생활은 가난하고 밭의 수확도 좋지 않다.
아버지는 이 마을에서 태어났지만 예전부터 난폭한 사람으로, 밭일도 하지 않고 마을의 경비원을 자처하며 주민들을 괴롭히고 있다. 게다가 가끔 사냥을 핑계로 산에 들어가 산적과 같은 행위를 하기도 했다.
소녀는 전생의 지식을 살려 그런 환경을 바꾸려고 했지만, 마을 사람들은 조언을 듣지 않고 나무 덩굴로 바구니나 소품을 엮으면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을 거라며 기겁을 했다. 아버지로 인해 백안시하던 일상은 더욱 거칠어졌고, 돌을 던지는 일도 다반사였다.
넝쿨 공예는 마을에 찾아오는 행상인이 사주게 되었지만, 아버지는 수입에 대한 기대감으로 더욱 일을 하지 않게 되었고, 소녀에게 넝쿨 공예를 강요하게 되었다.
어머니는 이미 돌아가셨지만, 기억을 더듬어보면 아버지와 비슷한 인물이었다.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이런 환경에서 소녀가 살아 있는 것 자체가 기적이라고 할 수 있다.
(다 크면 마을을 떠나자)
소녀는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마을 바깥에 대한 지식도, 그럴 수 있다는 보장도 없는 상태에서 말이다.
어느 날 밤, 마을이 도적의 습격을 받았다.
전조가 있었는지는 알 수 없다. 원래부터 마을 사람들에게 기피당하던 소녀에게 그것을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아버지는 달려오는 도적 중 한 명에게 칼을 휘둘렀지만, 몇 명에게 둘러싸여 도망칠 틈도 없이 순식간에 죽임을 당했다. 결국 외딴 마을에서 위세를 떨치던 소인배에 불과했고, 숫자를 물리칠 만큼의 역량은 없었다.
마을 사람들은 식량과 금품과 함께 한 곳에 모아져 어른과 아이로 나뉘어졌다.
그리고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그만둬어어어어어!”
어른들의 불용품을 아이들 눈앞에서 처분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세워진 말뚝에 묶인 어른들을 도적들이 잘게 자른다.
횃불에 비춰진 어른들은 불꽃보다 더 붉은 피와 비명을 지르지만 도적들의 손은 멈추지 않고 오히려 기뻐하며 칼을 휘두르고 있었다.
아이들은 두려움에 떨며 눈물을 흘리고, 심지어 실금까지 하는 아이들도 있었지만, 그래도 보지 않을 수는 없었다.
“눈 감지 마. 안 본 놈은 그 자리에서 죽여버릴테니까”
도적이 이 광경을 직시할 것을 강요하며 칼을 들이대고 위협했다. 어리고 힘없는 아이들은 저항할 수 없었고, 그저 눈앞에서 부모가 죽어가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애들 얼굴이 볼만하네. 두목, 어떻게 이런 걸 생각해 냈어요?”
“옛날에 옆 동네 간음의 나라 전하께서 포로를 이렇게 죽여 적의 전의를 꺾어 놓으셨다고 한다. 이 녀석들은 이제부터 팔아넘길 거야. 마음을 꺾어 놓기에는 좋은 방법이지”
“역시 간음의 나라 영주님이시군요”
도적들은 순조롭게 진행되는 일에 만족하며 마을 사람들의 참상을 안주로 삼아 술판을 벌이는 사람들도 있다.
마을 사람들은 그저 절망할 뿐이었다.
다만 한 소녀만은 떨지도 울지도 않았다.
미워했다고 해도 좋을 아버지와 마을 사람들의 죽음을 슬퍼할 만큼 그녀는 착한 소녀가 아니었다.
(모처럼의 환생인데, 좋은 일 따위는 없다. 팔려가면 지금보다 더 나쁜 일이 생긴다 ......)
환생하면 아버지로부터 가정폭력을 당하는 것은 당연하고, 마을 사람들로부터 혐오를 당하고, 그리고 지금 막 노예로 팔려가려고 한다.
(싫어!)
소녀는 강한 충동에 휩싸여, 재빨리 근처에 굴러다니는 작은 칼을 집어든다.
그리고 아이 근처에 있던 도적에게 달려들어 옆구리에 칼을 꽂았다.
“끅, 앗!”
“우와아아아아!”
갑작스러운 일에 당황한 도적과 다른 아이들.
소녀는 소도(小刀)를 휘두르며 한 눈에 알아보고 달려나갔다. 여기서 도적들을 모두 죽일 수 있다는 자만심도, 살아 있는 마을 사람들을 살리겠다는 양심도 없이 그저 자신만 살겠다고 도망친 것이다.
“꼬맹이 한 명이 도망쳤어!”
“잡아라! 도망치게 둘 바에야 죽여라!”
소녀는 밤의 어둠을 뚫고 일사불란하게 숲으로 향했다. 밤의 숲이 위험하다는 것을 알지만, 이 자리에 머무르는 것보다 희망이 있다.
사람보다 뛰어난 짐승의 귀가 쫓아오는 도적의 발자국 소리와 공포를 선명하게 새긴다.
(죽는다!)
“칫!”
도적 중 한 명이 활을 쏘고 그 뒤를 이어 화살이 연이어 발사된다.
바람결에 날아가는 소리가 귀에 들리지만, 다행히도 소녀에게 다행스럽게도 도적들 중에는 밤에 화살을 쏘는 등의 달인의 솜씨를 가진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만약 소녀가 관리에게 이 참상을 알리고 본격적인 토벌대가 파견된다면, 도적들 또한 만만치 않을 것이다. 그래서 소녀를 잡아야 하고, 그게 불가능하다면 죽여서라도 입을 막아야 한다.
소녀는 마을의 집들 사이를 빠져나와 나무 틈새로 뛰어들었다. 하지만 안심할 수 없다. 도적의 추격은 멈추지 않았고, 따라서 소녀의 도망도 멈추지 않았다.
나무에, 풀에, 돌에, 온갖 것에 몸을 다치면서 몇 번이고 넘어질 뻔했고, 정말 넘어지기도 했지만, 그래도 달렸다.
숨이 턱턱 막히면서도 오로지 무모할 정도로, 방향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저 멀리 도망치기 위해.
하지만 그 필사적인 모습에 소녀는 뒤만 살피고 발밑이 허술했다.
"아-"
발이 헛디뎌 몸이 공중에 뜬다.
머리가 알아차리는 순간, 소녀의 몸은 절벽으로 굴러 떨어지고 있었다.
절벽이 워낙 높아 떨어지는 순간 소도(小刀)가 튕겨져 나갔지만, 덕분에 스스로를 베지 않은 것은 불행 중 다행이었다. 하지만 그래도 어린 소녀의 몸을 다치게 하기에 충분했다.
“...으...으...으...”
온몸의 통증에 신음하면서도 절벽 위로 다가오는 발소리에 자극을 받아 고개를 들었다.
고개를 들어 올려다보는 순간, 절벽 아래에 뚫린 구멍이 시야 끝에 비쳤다. 동굴이라고 하기엔 작고 어두컴컴한 그곳이 소녀에게는 희미한 빛으로 보였다.
소녀는 억지로 몸을 일으켜 땅을 발로 차고 기어가듯 그 구멍으로 뛰어들었다.
“이봐, 이쪽으로 왔을 거 아냐?”
“없네. 아래층으로 떨어졌을지도 몰라.”
“빨리 처리하지 않으면 두목에게 맞아 죽겠어”
“미끄러지면 내려갈 수 있잖아. 가자”
(온다!)
소녀는 다가오는 도적을 피하기 위해 구멍 안쪽으로 더 깊이 들어간다. 구멍은 생각보다 깊었지만 점차 좁아져 소녀에게 충분했던 길의 폭이 점점 좁아져 어깨를 비비고 천장을 기어 내려가야 할 정도로 좁아졌다.
이 좁은 길이라면 도적들이 쫓아오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 분명했고, 그들의 목소리도 발소리도 들리지 않은 지 오래였지만, 공포에 질린 소녀는 그 사실을 알아차릴 여유가 없었다. 당시 소녀에게 도적은 절망과 동의어였다. 아무리 세계 어느 곳, 아무리 안전한 곳에 있더라도 그 공포를 떨쳐버리지 않는 한 소녀에게 안식이란 없다.
기어가면서 전진하다 보니 어느덧 앞쪽에 희미하게 푸른 인광이 보였다.
어둠 속을 비추는 빛을 향해 속도를 높인 소녀는 탁 트인 공간으로 나갔다.
그곳은 온통 물, 소위 말하는 지하 호수였다.
그 호수의 중심, 수면 위로 튀어나온 작은 섬의 더 중앙에 자리 잡은 바위에 박힌 무언가가 푸른 빛을 발하고 있었다.
“...... 칼?”
소녀의 말대로, 그것은 칼이었다.
“예쁘다......”
소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나방등에 이끌린 나방처럼 휘청거리며 호수 속으로 들어간다. 옆에서 보면 물에 뛰어들어 자살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지하 호수는 의외로 얕아서 소녀의 배꼽 정도의 깊이밖에 되지 않았다.
어렵지 않게 작은 섬에 도착한 소녀는 바위 앞에 서서 무심코 칼자루를 잡았다.
그러자 아무런 저항도 없이 칼이 바위에서 빠져나왔다.
소녀는 다시 한 번 검을 바라보며 칼자루 자체가 푸른색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소녀에게 칼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보통의 철이나 강철은 아닌 것 같았다.
그리고 바위에 새겨진 글자를 발견했다.
“지......수......”
확신할 수는 없지만, 이것이 칼의 이름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설령 그렇지 않더라도 소녀는 이 칼을 그 이름으로 부르기로 결심했다.
푸른빛으로 빛나는 칼을 보며 소녀는 안도감을 느꼈다.
그것이 무기라는 저항 수단을 얻었기 때문인지, 아니면 이 검이 가진 요염한 힘 때문인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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