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혈신락(鮮血神楽)⑤
귀에 들어온 말을 천천히 곡씹어 먹으며 겨우 머릿속으로 이해했다.
“블라드 드라큘라라니...... 블라드 3세라고?”
“알아들었구나. 역시 너도 같은 세계에서 온 모양이군.”
무심코 내뱉은 중얼거림에 류카, 아니 블라드 3세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진짜야?”
“네가 말하는 '진짜'란 무엇을 말하는 거지? 나는 두 번 죽었다. 한 번은 옛 세상에서. 두 번째는 이 세상에서. 지금은 이 세상의 자손의 몸을 빌려 쓰고 있을 뿐이다. 이런 몸에 진위 여부를 묻는다 해도 소용이 없지”
나나 루리와 마찬가지로 블라드 3세도 이 세상에 환생한 것인가.
하지만 생각해 보면 나 자신을 포함해 세 가지 예가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과거 미래에서 비슷한 일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고, 그것이 전생 세계의 역사 속 인물에게 일어나는 것도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니야.
그것이 류카의 조상이라는 것은 예상치 못한 일이지만 말이다.
아, 그래서 우라토 블라드인가.
“의문은 끝이 없겠지만, 너희들에게 신경 쓸 시간이 없다. 가자, 진조님”
류카의 아버지인 류마사 타츠마사(아까 블라드 3세가 불렀던 사람)가 자리에서 일어나 블라드 3세를 재촉한다.
블라드 3세는 발걸음을 돌리려다 멈춰 섰다.
“루리, 지금까지 류카를 잘 섬겨주었구나. 대의를 위해서였다. 작별인사를 나눌 시간도 주지 못하는 것은 유감스럽지만, 용서해 주게”
“이별이라니, 무슨 말씀이신가요? 류카 님의 몸으로 무엇을 하려는 겁니까!”
블라드 3세의 마치 이번 생의 이별처럼, 류카미가 죽을 것 같은 말투에 루리는 목소리를 높인다.
“시간이 없다고 했잖아, 루리. 변명해보거라. 그러지 못하면 이 자리에서 너를 베어버리겠다.”
류마사가 허리에 찬 칼에 손을 얹는다. 그 눈빛의 날카로움은 농담이나 협박이 아니라 진심으로 루리를 베어버리겠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큭! ...... 설령 당주 님이라 할지라도 류카 님에게 해를 끼친다면 제 적입니다!”
그렇게 말하며 루리도 칼에 손을 얹고 허리를 숙인 자세를 취했다.
변명도 후퇴도 할 수 없는, 완전한 반역의 자세다.
하지만 아마도 이유야 어찌됐든 오해는 없었을 것이다.
“그만둬라, 타츠마사. 류카의 기억에 따르면, 루리라는 소녀는 꽤나 노련한 녀석이겠지. 상대할 여유가 없겠어”
블라드 3세가 타츠마사의 앞을 가로막는 듯이 앞으로 우리를 내려다본다.
뭔가 하려는 건 알겠어. 하지만 나도 루리도 블라드 3세가 류카 씨에게 빙의되어 있는 한, 제대로 된 일을 할 수 없었다.
블라드 3세는 자신의 손가락을 베고 팔을 휘저으며 흘러나온 피를 날려버렸다. 그러자 피 한 방울 한 방울이 허공에서 부풀어 오르며 뼈가 되고 살이 되어 사람의 형체를 이루었다.
“이런 ...... 시귀가...”
루리의 중얼거림대로 블라드 3세의 핏방울이 시귀가 되었다. 그것도 길에서 보았던 초라한 모습이 아닌, 고풍스러운 갑옷을 입은 강인한 무사들이었다.
“너희들은 이 녀석들과 놀고 있어라”
블라드 3세의 말과 함께 시귀 무사들이 칼과 창을 들고 달려들었다.
“왜, 피가 왜 시귀가 되는 거야!”
“그런 건 이쪽이 묻고 싶다고!”
루리의 욕설을 들으며 마력 바구니 손과 마력 도구를 전개한다.
다가오는 시귀 무사가 휘두르는 검을 옆으로 피하고 옆에서 마력 칼날을 휘두른다.
“아!”
하지만 시귀무사는 즉시 칼을 되돌리며 내 마력검을 아래에서 베어버렸다.
“이런”
자세를 흐트러뜨린 순간, 다른 방향에서 날아온 화살이 내 어깨를 관통했다.
게다가 시귀무사들은 두 방향에서 다가와 칼과 창으로 협공한다.
회피는 불가능. 나는 재빨리 구형의 마력방벽으로 온몸을 감싸며 강하게 방어했다.
“이 녀석들 강하네...”
마력방벽 안에서 무릎을 꿇고 고통을 참아가며 어깨에 박힌 화살을 뽑으며 말했다.
아까의 베기 싸움에서 알 수 있었지만, 이 시귀무사들은 지금까지의 힘에 의존하던 시귀들과는 달리 산 자와 동등한 사고를 가지고 있다.
휘두른 검을 되돌려서 베어버리는 것은 분명한 기술이고, 지금도 마력 방벽을 친 나와 거리를 두고 상황을 살피고 있다. 그냥 움직이는 시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몸은 죽었는데 기술이 살아 있다니, 반칙이잖아”
환생자인 나를 저울에 올려놓고 그런 말을 해본다.
하지만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
힐끗 시선을 돌리면 루리도 마찬가지로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견고한 갑옷 갑옷에 몸을 감싸면 아무리 루리라도 양손을 자를 수 없다. 잡히지 않기 위해 특유의 순발력으로 일격을 날리고 있지만, 공격력이 부족해 이대로 가다가는 언젠가는 밀릴 것이다.
이미 블라드 3세 일행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그들이 무엇을 하려는지는 알 수 없지만, 우리의 발목잡기는 계획대로 이루어졌다.
“루리, 블라드 3세가 없어졌어! 쫓아가지 않으면 너만 손해 보는 거 아냐!”
“그건 알지만! 이 녀석들이 방해가 되니까!”
루리도 상황을 파악한 듯, 시귀 무사의 공격을 피하며 외쳤다.
“그럼 여기는 나한테 맡기고 먼저 가!”
“그건 사망 플래그!”
“그렇긴 한데! 생각나도 말하지 마!”
나 역시 나름대로 각오를 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죽을 생각은 전혀 없다.
“간다!”
방벽을 해제하는 동시에 양손에 마력검을 만들어서 튀어나온다.
그 순간을 시귀 무사들도 기다리고 있었던 모양인지, 조준한 화살이 발사된다.
당연히 나도 예상하고 있었기에 마력검으로 베어버린다.
화살에 대한 의식의 틈을 비집고 들어오는 칼을 다른 마력검으로 받아낸다.
멈추지 않는 시귀 무사는 허리 옆구리에 손을 걸었다,
나는 발끝에 형성된 마력검으로 그것을 베고, 더욱 힘껏 갑옷의 배에 발차기를 날려버린다.
나는 발차기의 반동을 이용해 뒤로 뛰어오르면서 루리와 베고 있던 시귀 무사를 향해 분리한 마력검이 달린 팔을 날려버린다.
높고 둔탁한 소리가 울려 퍼지며 시귀무사의 몸이 기울었다.
“가, 루리!”
“...... 죽지 마!”
루리는 잠시 망설이다가 이내 등을 돌리고 뛰쳐나갔다.
날린 팔을 다시 끌어당겨 시귀 무사들의 앞을 가로막았다.
“모처럼 아가씨와 연인이 되었는데, 죽으면 안 되지 않겠어?”
깃발에 깃발을 겹겹이 쌓아 상쇄시키려 한다.
시귀 무사들의 투구 밑으로 비치는 얼굴에 조바심이 보인다.
역시 이 녀석들은 단순한 시귀가 아니라 분명한 의지가 있다.
아, 그렇구나.
시귀라고 생각하니까 특이하게 느껴지는 거야.
그냥 갑옷을 입은 무사라면 강하긴 하지만 특이하진 않겠지.
시귀라는 것에 현혹되지 마라.
지금 나는 시체가 아니라 '사람'을 상대하는 거니까.
기술로는 시귀 무사가 더 뛰어나겠지. 그리고 아까 말한 것과 모순되지만, 시귀인 이상 무력도 일반인보다 뛰어나지.
그럼 내가 불리한가?
못 이길까?
절대 아니다.
싸울 방법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역시 그걸 사용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자하크, 가동!”
내가 뛰어오르자 수납 공간에서 그림자가 튀어나와 커다란 V자형으로 보이는 것이 내 등에 달라붙었다. 비행 마도구 케라이노와 마찬가지로 내가 만든 마도구 자하크다.
이전에 스커트 안에 숨겨져 있던 숨겨진 팔을 강화하여 대형화하여 등에 짊어지는 형태가 되었기 때문에 기습성은 사라졌지만, 그 만큼 성능은 내 팔의 오리지널에 가까워졌다. 그리고 대폭 늘어난 무게로 인한 기동력 저하는 기지에 장착된 마력분사식 추진기와 내장된 부유기능으로 보완했다.
추가로 수납공간에서 또 하나의 마총을 꺼낸다. 평소 자주 사용하는 블랙호크나 화이트 바이퍼보다 약 2배 정도 큰 크기의 마총 레드쿼슬리 붉은 불의 새 레드쿼슬리.
“자, 해볼까? 인형 모드, 인형답게, 나답게”
왼손에 마력 칼날을 만들어 정면의 시귀 무사에게 달려든다.
창백한 인광을 내뿜는 마력의 검을 시귀 무사의 검이 받아낸다. 시귀의 팔 힘은 강하지만, 나도 세계 최고 수준의 마도 인형이다. 단순한 힘겨루기로는 쉽게 뒤처지지 않는다.
시귀 무사가 허리 옆구리에 손을 뻗지만 그것도 느리다.
뒤쪽에 장착한 자하크의 접혀 있던 팔이 펼쳐지고, 가위 모양의 발톱이 좌우에서 시귀 무사의 목을 향해 달려들었다.
시귀 무사는 피하려 했지만, 그 틈이 치명적이었다.
자세가 흐트러진 시귀 무사에게 칼날을 휘둘러 목에 마력검을 꽂고, 자하크의 발톱으로 더 밀어붙인다.
마력검을 내리꽂는 동시에 날아오는 화살을 비어있던 다른 자하크의 팔로 튕겨낸다. 이어 발톱 끝이 갈라지고, 그 안에 나타난 총구에서 마력 총알을 발사한다. 마력 덩어리는 눈부신 속도로 날아가 시귀 무사의 활을 쏘아내었다.
시제품이라 할 수 있는 숨겨진 팔에 있던 손가락을 가위 모양으로 단순화한 것은 이 마총 기능을 내장하기 위해서였다. 내 기술력 부족으로 블랙호크에 비해 성능은 떨어지지만, 나와 신경 실로 연결되어 있어 사실상 총알이 떨어질 일은 없다. 오히려 내 신경줄로 조작하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에 탄창 메커니즘은 없다.
그리고 다른 기능은 내 팔에 가깝다.
즉, 유선 원격 조작도 가능하다.
“!?”
발사된 자하크는 활을 들고 있던 시귀 무사의 눈앞에서 정지하고 근거리에서 총알을 쏘아댄다. 투구 안에서 피와 살점이 터지고 머리가 완전히 파괴된 시귀무사는 쓰러지듯 쓰러졌다.
시귀 무사는 세 마리만 남았다. 단숨에 마무리한다.
달려나가면서 자하크의 양팔을 내뿜으며 총구 끝에서 시귀무사들을 향해 총을 쏘아댄다.
시귀 무사들은 저항을 시도하지만 허공에 복잡한 기하학적 궤적을 그리는 자하크를 잡을 수 없다.
사실 평범한 나로서는 이렇게 빠르고 정밀한 조작이 불가능하다. 인형 모드의 사고 속도와 계산이 있기에 가능한 움직임이다.
고음과 함께 갑옷에서 불꽃이 튀어나온다.
시귀 무사들은 확실히 강하지만, 내 손재주와 기믹은 그들을 능가한다. 실제로 저 녀석들은 자하크의 움직임에 휘둘려 그 궤적과 신경줄에 포위당하고 있다.
포위망을 벗어나려는 순간, 발톱 끝에 마력 칼날을 형성한 자하크가 베어버린다. 종횡무진 날아다니는 자하크에게 대인 검술은 통하지 않는다.
“자, 끝이다”
궁지에 몰린 시귀 무사들에게 나는 충분한 마력을 담은 마총을 겨눈다.
레드쿼슬리는 지금까지의 오필리아제 삼총과는 다른, 내가 만든 마총이다.
블랙호크처럼 일반탄과 폭발탄의 전환도, 화이트 바이퍼처럼 고속 연사도, 블루하운드처럼 긴 사거리도 내 기술로는 재현할 수 없었다. 그리고 마력 충전의 탄창 메커니즘도 배제했기 때문에 직접 마력을 담지 않으면 충전할 수 없다. 마총의 핵심인 마력을 압축해 총알로 만드는 기능도 불완전하고, 무거워서 다루기 힘들고, 설계 단계에서 예상했던 성능으로 따지면 실패작이다. 하지만 이 레드쿼슬리는 예상치 못한 효과가 있었다.
위력이 높은 것이다. 그것도 바보같이.
포효하기 전에 심호흡을 하듯 총구에 빛이 모인다.
자하크가 포위를 풀고 퇴각하는 동시에 방아쇠를 당긴다.
“날려버려!”
쿠콰아아아앙!
굉음과 함께 쏟아져 나온 빛의 광풍이 시귀 무사들을 한꺼번에 집어삼켰다.
빛은 몇 초 만에 가라앉았고, 그 자리에는 갈기갈기 찢어진 땅과 그 끝에 베어낸 나무들이 있었다. 그러나 그곳에 시귀무사들의 모습은 없었다.
총이라기보다는 포라고 해야 할 위력의 발톱자국이 그 강렬함을 말해주고 있었다.
“———읏, 역시 반동이 심하네”
기존 마총 이상의 위력만큼이나 그 반동도 만만치 않다.
덕분에 팔꿈치 관절이 뻐근하게 아팠다.
아니, 그보다 루리와 류카 씨다.
나는 자하크와 쿼슬리를 수납공간에 넣고 루리의 뒤를 쫓았다.
“블라드 드라큘라라니...... 블라드 3세라고?”
“알아들었구나. 역시 너도 같은 세계에서 온 모양이군.”
무심코 내뱉은 중얼거림에 류카, 아니 블라드 3세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진짜야?”
“네가 말하는 '진짜'란 무엇을 말하는 거지? 나는 두 번 죽었다. 한 번은 옛 세상에서. 두 번째는 이 세상에서. 지금은 이 세상의 자손의 몸을 빌려 쓰고 있을 뿐이다. 이런 몸에 진위 여부를 묻는다 해도 소용이 없지”
나나 루리와 마찬가지로 블라드 3세도 이 세상에 환생한 것인가.
하지만 생각해 보면 나 자신을 포함해 세 가지 예가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과거 미래에서 비슷한 일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고, 그것이 전생 세계의 역사 속 인물에게 일어나는 것도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니야.
그것이 류카의 조상이라는 것은 예상치 못한 일이지만 말이다.
아, 그래서 우라토 블라드인가.
“의문은 끝이 없겠지만, 너희들에게 신경 쓸 시간이 없다. 가자, 진조님”
류카의 아버지인 류마사 타츠마사(아까 블라드 3세가 불렀던 사람)가 자리에서 일어나 블라드 3세를 재촉한다.
블라드 3세는 발걸음을 돌리려다 멈춰 섰다.
“루리, 지금까지 류카를 잘 섬겨주었구나. 대의를 위해서였다. 작별인사를 나눌 시간도 주지 못하는 것은 유감스럽지만, 용서해 주게”
“이별이라니, 무슨 말씀이신가요? 류카 님의 몸으로 무엇을 하려는 겁니까!”
블라드 3세의 마치 이번 생의 이별처럼, 류카미가 죽을 것 같은 말투에 루리는 목소리를 높인다.
“시간이 없다고 했잖아, 루리. 변명해보거라. 그러지 못하면 이 자리에서 너를 베어버리겠다.”
류마사가 허리에 찬 칼에 손을 얹는다. 그 눈빛의 날카로움은 농담이나 협박이 아니라 진심으로 루리를 베어버리겠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큭! ...... 설령 당주 님이라 할지라도 류카 님에게 해를 끼친다면 제 적입니다!”
그렇게 말하며 루리도 칼에 손을 얹고 허리를 숙인 자세를 취했다.
변명도 후퇴도 할 수 없는, 완전한 반역의 자세다.
하지만 아마도 이유야 어찌됐든 오해는 없었을 것이다.
“그만둬라, 타츠마사. 류카의 기억에 따르면, 루리라는 소녀는 꽤나 노련한 녀석이겠지. 상대할 여유가 없겠어”
블라드 3세가 타츠마사의 앞을 가로막는 듯이 앞으로 우리를 내려다본다.
뭔가 하려는 건 알겠어. 하지만 나도 루리도 블라드 3세가 류카 씨에게 빙의되어 있는 한, 제대로 된 일을 할 수 없었다.
블라드 3세는 자신의 손가락을 베고 팔을 휘저으며 흘러나온 피를 날려버렸다. 그러자 피 한 방울 한 방울이 허공에서 부풀어 오르며 뼈가 되고 살이 되어 사람의 형체를 이루었다.
“이런 ...... 시귀가...”
루리의 중얼거림대로 블라드 3세의 핏방울이 시귀가 되었다. 그것도 길에서 보았던 초라한 모습이 아닌, 고풍스러운 갑옷을 입은 강인한 무사들이었다.
“너희들은 이 녀석들과 놀고 있어라”
블라드 3세의 말과 함께 시귀 무사들이 칼과 창을 들고 달려들었다.
“왜, 피가 왜 시귀가 되는 거야!”
“그런 건 이쪽이 묻고 싶다고!”
루리의 욕설을 들으며 마력 바구니 손과 마력 도구를 전개한다.
다가오는 시귀 무사가 휘두르는 검을 옆으로 피하고 옆에서 마력 칼날을 휘두른다.
“아!”
하지만 시귀무사는 즉시 칼을 되돌리며 내 마력검을 아래에서 베어버렸다.
“이런”
자세를 흐트러뜨린 순간, 다른 방향에서 날아온 화살이 내 어깨를 관통했다.
게다가 시귀무사들은 두 방향에서 다가와 칼과 창으로 협공한다.
회피는 불가능. 나는 재빨리 구형의 마력방벽으로 온몸을 감싸며 강하게 방어했다.
“이 녀석들 강하네...”
마력방벽 안에서 무릎을 꿇고 고통을 참아가며 어깨에 박힌 화살을 뽑으며 말했다.
아까의 베기 싸움에서 알 수 있었지만, 이 시귀무사들은 지금까지의 힘에 의존하던 시귀들과는 달리 산 자와 동등한 사고를 가지고 있다.
휘두른 검을 되돌려서 베어버리는 것은 분명한 기술이고, 지금도 마력 방벽을 친 나와 거리를 두고 상황을 살피고 있다. 그냥 움직이는 시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몸은 죽었는데 기술이 살아 있다니, 반칙이잖아”
환생자인 나를 저울에 올려놓고 그런 말을 해본다.
하지만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
힐끗 시선을 돌리면 루리도 마찬가지로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견고한 갑옷 갑옷에 몸을 감싸면 아무리 루리라도 양손을 자를 수 없다. 잡히지 않기 위해 특유의 순발력으로 일격을 날리고 있지만, 공격력이 부족해 이대로 가다가는 언젠가는 밀릴 것이다.
이미 블라드 3세 일행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그들이 무엇을 하려는지는 알 수 없지만, 우리의 발목잡기는 계획대로 이루어졌다.
“루리, 블라드 3세가 없어졌어! 쫓아가지 않으면 너만 손해 보는 거 아냐!”
“그건 알지만! 이 녀석들이 방해가 되니까!”
루리도 상황을 파악한 듯, 시귀 무사의 공격을 피하며 외쳤다.
“그럼 여기는 나한테 맡기고 먼저 가!”
“그건 사망 플래그!”
“그렇긴 한데! 생각나도 말하지 마!”
나 역시 나름대로 각오를 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죽을 생각은 전혀 없다.
“간다!”
방벽을 해제하는 동시에 양손에 마력검을 만들어서 튀어나온다.
그 순간을 시귀 무사들도 기다리고 있었던 모양인지, 조준한 화살이 발사된다.
당연히 나도 예상하고 있었기에 마력검으로 베어버린다.
화살에 대한 의식의 틈을 비집고 들어오는 칼을 다른 마력검으로 받아낸다.
멈추지 않는 시귀 무사는 허리 옆구리에 손을 걸었다,
나는 발끝에 형성된 마력검으로 그것을 베고, 더욱 힘껏 갑옷의 배에 발차기를 날려버린다.
나는 발차기의 반동을 이용해 뒤로 뛰어오르면서 루리와 베고 있던 시귀 무사를 향해 분리한 마력검이 달린 팔을 날려버린다.
높고 둔탁한 소리가 울려 퍼지며 시귀무사의 몸이 기울었다.
“가, 루리!”
“...... 죽지 마!”
루리는 잠시 망설이다가 이내 등을 돌리고 뛰쳐나갔다.
날린 팔을 다시 끌어당겨 시귀 무사들의 앞을 가로막았다.
“모처럼 아가씨와 연인이 되었는데, 죽으면 안 되지 않겠어?”
깃발에 깃발을 겹겹이 쌓아 상쇄시키려 한다.
시귀 무사들의 투구 밑으로 비치는 얼굴에 조바심이 보인다.
역시 이 녀석들은 단순한 시귀가 아니라 분명한 의지가 있다.
아, 그렇구나.
시귀라고 생각하니까 특이하게 느껴지는 거야.
그냥 갑옷을 입은 무사라면 강하긴 하지만 특이하진 않겠지.
시귀라는 것에 현혹되지 마라.
지금 나는 시체가 아니라 '사람'을 상대하는 거니까.
기술로는 시귀 무사가 더 뛰어나겠지. 그리고 아까 말한 것과 모순되지만, 시귀인 이상 무력도 일반인보다 뛰어나지.
그럼 내가 불리한가?
못 이길까?
절대 아니다.
싸울 방법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역시 그걸 사용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자하크, 가동!”
내가 뛰어오르자 수납 공간에서 그림자가 튀어나와 커다란 V자형으로 보이는 것이 내 등에 달라붙었다. 비행 마도구 케라이노와 마찬가지로 내가 만든 마도구 자하크다.
이전에 스커트 안에 숨겨져 있던 숨겨진 팔을 강화하여 대형화하여 등에 짊어지는 형태가 되었기 때문에 기습성은 사라졌지만, 그 만큼 성능은 내 팔의 오리지널에 가까워졌다. 그리고 대폭 늘어난 무게로 인한 기동력 저하는 기지에 장착된 마력분사식 추진기와 내장된 부유기능으로 보완했다.
추가로 수납공간에서 또 하나의 마총을 꺼낸다. 평소 자주 사용하는 블랙호크나 화이트 바이퍼보다 약 2배 정도 큰 크기의 마총 레드쿼슬리 붉은 불의 새 레드쿼슬리.
“자, 해볼까? 인형 모드, 인형답게, 나답게”
왼손에 마력 칼날을 만들어 정면의 시귀 무사에게 달려든다.
창백한 인광을 내뿜는 마력의 검을 시귀 무사의 검이 받아낸다. 시귀의 팔 힘은 강하지만, 나도 세계 최고 수준의 마도 인형이다. 단순한 힘겨루기로는 쉽게 뒤처지지 않는다.
시귀 무사가 허리 옆구리에 손을 뻗지만 그것도 느리다.
뒤쪽에 장착한 자하크의 접혀 있던 팔이 펼쳐지고, 가위 모양의 발톱이 좌우에서 시귀 무사의 목을 향해 달려들었다.
시귀 무사는 피하려 했지만, 그 틈이 치명적이었다.
자세가 흐트러진 시귀 무사에게 칼날을 휘둘러 목에 마력검을 꽂고, 자하크의 발톱으로 더 밀어붙인다.
마력검을 내리꽂는 동시에 날아오는 화살을 비어있던 다른 자하크의 팔로 튕겨낸다. 이어 발톱 끝이 갈라지고, 그 안에 나타난 총구에서 마력 총알을 발사한다. 마력 덩어리는 눈부신 속도로 날아가 시귀 무사의 활을 쏘아내었다.
시제품이라 할 수 있는 숨겨진 팔에 있던 손가락을 가위 모양으로 단순화한 것은 이 마총 기능을 내장하기 위해서였다. 내 기술력 부족으로 블랙호크에 비해 성능은 떨어지지만, 나와 신경 실로 연결되어 있어 사실상 총알이 떨어질 일은 없다. 오히려 내 신경줄로 조작하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에 탄창 메커니즘은 없다.
그리고 다른 기능은 내 팔에 가깝다.
즉, 유선 원격 조작도 가능하다.
“!?”
발사된 자하크는 활을 들고 있던 시귀 무사의 눈앞에서 정지하고 근거리에서 총알을 쏘아댄다. 투구 안에서 피와 살점이 터지고 머리가 완전히 파괴된 시귀무사는 쓰러지듯 쓰러졌다.
시귀 무사는 세 마리만 남았다. 단숨에 마무리한다.
달려나가면서 자하크의 양팔을 내뿜으며 총구 끝에서 시귀무사들을 향해 총을 쏘아댄다.
시귀 무사들은 저항을 시도하지만 허공에 복잡한 기하학적 궤적을 그리는 자하크를 잡을 수 없다.
사실 평범한 나로서는 이렇게 빠르고 정밀한 조작이 불가능하다. 인형 모드의 사고 속도와 계산이 있기에 가능한 움직임이다.
고음과 함께 갑옷에서 불꽃이 튀어나온다.
시귀 무사들은 확실히 강하지만, 내 손재주와 기믹은 그들을 능가한다. 실제로 저 녀석들은 자하크의 움직임에 휘둘려 그 궤적과 신경줄에 포위당하고 있다.
포위망을 벗어나려는 순간, 발톱 끝에 마력 칼날을 형성한 자하크가 베어버린다. 종횡무진 날아다니는 자하크에게 대인 검술은 통하지 않는다.
“자, 끝이다”
궁지에 몰린 시귀 무사들에게 나는 충분한 마력을 담은 마총을 겨눈다.
레드쿼슬리는 지금까지의 오필리아제 삼총과는 다른, 내가 만든 마총이다.
블랙호크처럼 일반탄과 폭발탄의 전환도, 화이트 바이퍼처럼 고속 연사도, 블루하운드처럼 긴 사거리도 내 기술로는 재현할 수 없었다. 그리고 마력 충전의 탄창 메커니즘도 배제했기 때문에 직접 마력을 담지 않으면 충전할 수 없다. 마총의 핵심인 마력을 압축해 총알로 만드는 기능도 불완전하고, 무거워서 다루기 힘들고, 설계 단계에서 예상했던 성능으로 따지면 실패작이다. 하지만 이 레드쿼슬리는 예상치 못한 효과가 있었다.
위력이 높은 것이다. 그것도 바보같이.
포효하기 전에 심호흡을 하듯 총구에 빛이 모인다.
자하크가 포위를 풀고 퇴각하는 동시에 방아쇠를 당긴다.
“날려버려!”
쿠콰아아아앙!
굉음과 함께 쏟아져 나온 빛의 광풍이 시귀 무사들을 한꺼번에 집어삼켰다.
빛은 몇 초 만에 가라앉았고, 그 자리에는 갈기갈기 찢어진 땅과 그 끝에 베어낸 나무들이 있었다. 그러나 그곳에 시귀무사들의 모습은 없었다.
총이라기보다는 포라고 해야 할 위력의 발톱자국이 그 강렬함을 말해주고 있었다.
“———읏, 역시 반동이 심하네”
기존 마총 이상의 위력만큼이나 그 반동도 만만치 않다.
덕분에 팔꿈치 관절이 뻐근하게 아팠다.
아니, 그보다 루리와 류카 씨다.
나는 자하크와 쿼슬리를 수납공간에 넣고 루리의 뒤를 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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