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 소설 - 연재/메이드 인형 시작합니다

<204화> 메이드 인형 시작합니다

NioN 2024. 12. 6. 20:01

선혈신락(鮮血神楽)⑩

 
 

 용의 세 개의 목은 파괴되었고, 재생도 봉쇄되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방해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다.

 루리가 기모노 소매를 휘날리며 수천루를 달리고 있을 때, 전방에서 불덩어리 떼가 날아왔다. 루카가 특기인 화염마법 귀신 불춤인데, 겉모습은 똑같지만 위력은 차원이 다르다. 주먹만한 크기에 불과하지만, 직격하면 사람 한 명을 불태우고 그대로 재로 만들 수 있을 만큼의 열량을 지니고 있다.

 다가오는 불덩어리 떼의 작은 틈새로 루리는 거침없이 뛰어든다.

 그 위력이야말로 위협적이지만, 지금까지 루카를 섬겨온 루리에게는 익숙한 마법이다. 사용자의 버릇까지 알고 있으니 피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질주하고, 도약하고, 빙글빙글 돌며 불덩어리 사이를 헤집고 다닌다.

 금빛 눈은 곧게 뻗어 용의 심장부에 있는 용안(龍霞)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래, 이다. 불안감에 휩싸여 무모한 행동을 한 탓에 탁류에 휩쓸려 한쪽 눈을 바위에 부딪혀 잃었다.
 그 상처를 치료해주고 구해준 사람이 바로 류카였다.
 지금 끼고 있는 안대도 류카가 준 것이다.
 이 상처와 안대가 두 사람을 이어주는 징표였다.

 하지만 불덩어리가 비처럼 쏟아져 루리의 발길을 막으려 한다.
 열기가 피부를 태우고 기모노의 가장자리를 태우지만, 루리는 멈추지 않는다.

“역시, 쉽게 가게 내버려두지 않는구나!”

 한 걸음 내딛음과 동시에 견고한 주로에 하나의 파문이 퍼지면서 발밑의 주로가 찢어지듯 무수히 갈라졌다. 하나하나가 마치 롤러코스터처럼 험난하고 복잡한 궤적을 그린다.
 루리는 그 중 한 길로 진로를 잡았다.
 직진만 가능했던 길이 바뀌면서 루리의 움직임을 예측하기 어려워졌다.
 기복이 심하고, 게다가 구불구불한 주행로를 달리는 루리를 불덩어리 떼는 포착할 수 없다.
 게다가 루리는 이 길에서 저 길로 뛰어다니며 4차원적인 움직임으로 피했다.
 커브길에서 경사진 길을 발로 차서 가속을 하는가 싶더니, 공중으로 뛰어올라 아래쪽 도로로 이동한다.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포기하지 않고, 이를 위해 잠시 후퇴하는 것도 주저하지 않는다.

하지만 불덩어리도 지금까지의 조치가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말하듯 더 많은 숫자로 공격해 온다.

“비추는 수경(映し水鏡)”

 루리가 뛰면서 주문을 외치자, 길거리에 루리의 분신이 여러 명 나타나서 달려왔다.
 불덩어리 무리가 분산되어 공격해 왔지만, 한 무리의 밀도는 낮아졌다. 게다가 분신들은 단순히 단조롭게 달리는 것이 아니라, 마치 개개인의 의지가 있는 듯이 각각 진짜에 버금가는 움직임으로 회피한다.

 이에 화염구는 더욱더 숫자를 늘려 분신들의 진로를 완전히 뒤덮어 버린다.

 도저히 피할 수 없을 것 같았지만, 분신은 칼을 뽑아 푸른 검섬을 몇 번이고 휘둘러 화구를 베어버린다. 분신은 환각이나 허상이 아닌 실체를 가지고 있었다.
 오르고, 내려가고, 꺾이고, 때로는 교차하는 길을 그야말로 종횡무진 뛰어다니며, 휘두르듯 휘젓고 다닌다. 어느 것이 분신이고 어느 것이 진짜인지 구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리고 여러 갈래의 길이 용의 심장으로 수렴하고, 루리와 분신들도 그 목적지로 달려간다.
 하지만 그곳에서 기다렸다는 듯이 불타는 거대한 야차(夜叉)가 나타난다.
 타츠마사가 지하 동굴에서 보여준 화염 마법 야샤의 불꽃인 야호무라(夜叉焔)다. 그러나 류카가 얼굴만 만들어낸 불완전한 것과는 달리, 상체를 동반하여 표현하고 있다.
 야챠는 몸을 일으켜 손에 들고 있는 화염의 검을 휘둘렀다.

 대기가 타들어가고 팽창한 공기가 비명을 지른다.
 불타는 굉음과 함께 홍련의 검이 휘둘렀다.

"우라토 마모루류 우가치츠메(宇賀川千爪)'

 뛰어오른 루리와 그 분신들이 물을 뒤집어쓰고 나선형의 궤적을 그리며 화살처럼 야샤의 불꽃에 꽂힌다.
 양자의 충돌은 찰나의 순간에 맞부딪혔고, 물줄기가 야샤를 관통했다.

 사방으로 흩어지는 불가루와 피어오르는 수증기를 뚫고 하나의 그림자가 튀어나온다.

 금빛의 한 눈이 열린 앞을 응시하고 있었다.

"우라토 마모루류 수문화(水紋花)"

 잘려나간 마력의 몸이 무너져 내리고, 그 속에서 핵심인 류카가 모습을 드러냈다.

“도와주러 왔어요, 류카 님.”





 추락한 나는 나뭇가지를 부러뜨리고 관절을 분리하면서 어떻게든 지상에 착지했다.

“저 녀석들, 괜찮을까?”

 그렇게 말하자 뒤쪽의 덤불이 흔들리는 소리가 들렸다.
 뒤돌아보니 그곳에는 잃어버린 팔다리를 재생시킨 타츠마사가 서 있었다.

“타츠마사 님, 왜 여기까지 오셨나요?”

“네가 준 약으로 형태만이라도 되살릴 수 있었으니, 싸울 수는 없어도 결말을 지켜보는 것 정도는 할 수 있겠지.”

 타츠마사는 한쪽 다리를 끌고 들어왔지만, 비틀거리는 기색은 없었다. 이 정도면 부축은 필요 없겠지.
 나는 타츠마사의 조금 뒤에서 따라가기로 했다.

“그럼 같이 가겠습니다.”

 굳이 따로 행동할 필요도 없고, 나 자신도 마력이 고갈되어 움직이기 힘들다.

“결국 루리에게 우라토 수호자의 역할을 맡기게 되었군”

 한참을 걷다 문득 타츠마사가 그런 말을 내뱉었다.

“시종이 주군을 구하는 것은 당연하죠”

“우라토 수호자 역할은 주변을 돌보고 호위하는 것만이 아니야. 흡혈귀를 섬기는 것이야.”

“피를 바치는 건가요? 예전에 루리에게 들은 적이 있는데........”

 마법학교에 있을 때, 내가 류카의 마력을 보고 매료된 것을 계기로 류카가 뱀파이어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 그리고 루리가 루카에게 피를 바치고 있다는 것도 들었다.

“그것도 역할 중 하나다. 어디까지나 표면적인 역할 중 하나지”

 그렇게 말한 타츠마사는 한숨을 내쉬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앞을 걷는 담담한 말투에서 그 감정은 읽을 수 없었다.

“뱀파이어가 가진 흡혈 충동과 마의 눈은 둘 다 위험하고 폭주할 가능성이 있다. 항상 흡혈귀의 곁에 서서, 만약 억제할 수 없게 되었을 때 신속하게 처치하는 것이 우라토 수호자의 진정한 역할이다”

“처리라니... 그건...”

 무심코 발걸음을 멈출 뻔했다. 하지만 타츠마사는 뒤도 돌아보지 않았기 때문에 나도 계속 걸을 수밖에 없었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일이 아니겠지”

 확실히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그것은 즉, 그런 의미일 것이다.

“아니, 잠깐만요. 그럼 우라토 수호자라는 이름은 무엇입니까? “수호자(守)"라고 하면서 죽이는 것이 역할이라니.......”

“지키고 있겠지. 빨리 처리해서 우라토 가문의 지위와 격을 지키고 있는거지”

“앗 ......!”

 대답할 말이 없었다.

“이를 위해 우라토 수호자는 뱀파이어의 약점이기도 한 심장과 목을 노리는 기술을 익힌다. 우라도 가문은 자신을 죽일 수 있는 것을 항상 곁에 두는 것으로 뱀파이어로서의 본능을 다스리고 만일의 사태에 대처할 수 있다. 정말 잘 만들어진 제도다.”

 지배계급의 지위는 질서다. 붕괴하면 적지 않은 희생이 발생하는 것은 확실하다. 전생의 세계에서도 정변으로 피가 흐르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었다. 그 나라의 그 시대의 가치관으로 가볍게 부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래도 루리는 류카를 죽일 생각은 없는 것 같은데?”

“그, 그렇습니다. 루리의 칼은 불멸의 칼이라서 블라드 3세만 죽이면 류카 씨를 구할 수 있다고 했어요!”

“가능하겠지, 그 요검의 봉인을 풀면 말이야. 하지만 그게 아무런 대가 없이 할 수 있을 것 같나?”

 매달리고 싶은 말을 하면서도 그 다음 말은 잔인한 말이었다.

“불멸을 죽인다는 어떤 초상을 이루기 위해 그 요도는 주인의 목숨을 깎아먹는 거야. 진조님 정도의 불멸자를 죽이는데 과연 루리 한 사람의 목숨으로 충분할까?”

 거짓말이었으면 좋았다. 하지만 내가 모르는 것이 너무 많다는 사실을 마주한 지금은 공허한 소망일 뿐이었다.

“류카가 살아나도 루리는 죽을 것이다. 운 좋게 목숨이 남는다 해도 오래 가지 못할 것이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묵묵히 걸어갈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