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께
요염한 입술이 와인병에 닿고, 목을 축이며 와인을 삼킨다.
나는 아리아에게 자신의 출신과 이번 여행에서 아카네를 잃은 사실을 고백했다. 내 마음속에서는 정리를 한 것 같지만, 그것과는 별개의 문제다. 나는 그녀의 질책을 받아들일 의무가 있다.
“하하, 나탈리아가 슈마와 같은 세계에서 왔을 줄이야. 게다가 마음은 남자아이였다니, 놀랍네”
다 마신 술병을 입에서 떼어낸 아리아가 술기운을 머금은 숨을 내쉬었다.
“아리아 씨는 슈마 님이 다른 세계에서 왔다는 것을 알고 있었나요?”
“알고 있었어. 슈마는 내가 철거미였을 때부터 내가 말을 못 알아듣는다고 생각했는지 여러 가지로 말을 걸어왔거든. 다른 세계에 왔다느니, 저쪽 세계의 이야기 속 기술을 재현할 수 있다느니, 길드에 얽힌 녀석을 되갚아줬다느니........ 게다가 오필리아와의 연애 상담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까지 듣게 되니까, 정말이지 미칠 지경었지”
그렇게 말하면서 아리아는 옛날을 회상하며 웃는다.
“뭐, 하지만 그런 말을 숨겼다고 해서 신경 쓸 필요는 없잖아. 나도 슈마에게 말하지 않은 게 많고, 슈마도 나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말해주지 않았다고 생각하니까........”
“하지만... 내가 그런 어중간한 짓을 한 탓에 아카네는......”
아픔을 느끼지 않고, 어차피 고칠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하며 자신의 몸을 함부로 다루었던 탓에 아카네도 같은 일을 저지르고 말았다.
“나탈리아, 그 아이가 왜 이 동굴을 떠났는지 기억나니?”
“그건 둥지를 떠날 시기였죠...”
클라릿사가 통역해 주었을 때 그렇게 말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래. 그 아이는 둥지를 떠났어요. 어미인 나로부터. 이제 한 사람이 되었으니까요. 그 아이는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의 의지로 결정했어. 당신을 따라간 것도, 동료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 것도”
“그건...... 아가씨께도 같은 말을 들었어요”
“그럼, 그것으로 충분하지”
아리아는 그렇게 말하며 다음 와인을 따르면서 눈썹을 내리깔았다.
“그 아이 말고도 둥지를 떠난 아이들은 많이 있어. 그 중에는 죽어버린 아이도 있을 거야. 물론 나도 아무 생각이 없는 것은 아니야. 하지만 어쩔 수 없잖아. 스스로에게 책임을 져야지. 둥지를 떠난다는 건, 사람으로 치면 어른이 된다는 거잖아?”
스스로에게 책임을 진다, 라고?
루리가 말하기 전까지 자신의 책임에서 도망치고 있던 나에게는 귀에 거슬리는 말이었다.
“슬프긴 하지만,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어. 적어도 그 아이는 그런 걸 원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
“...... 네.”
마음은 정리했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아리아 앞에서 여러 가지를 다시 떠올리고 생각하게 되었다. 역시나 자신의 우유부단함에 질려버렸다.
“그럼, 이 건은 이것으로 끝이야. 그런데 나탈리아, 아까 미르가 말했지만 올리비아와의 관계는 어떻게 된 거야?”
“그건 그 ...... 정식으로 사귀기 시작했다고 해야 하나, 연인이 되었다고 해야 하나 ......”
아리아가 갑자기 화제를 바꿨지만, 그 내용이 너무 부끄러워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럼 올리비아를 스스로 받아들여 주었으면 좋겠어. 그런 마음은 스스로 어떻게 할 수 없다면 좋아하는 사람에게 애지중지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니까”
“애지중지라니, 일단 나도 남자니까 그렇게 말하는 건 좀......”
“나탈리아가 남자답게 주도권을 쥐고 있는 장면은 상상이 안가는데, 실제로는 어때?”
“아니, 그건...... 저기?”
레이바나국을 떠나서 돌아오기까지 올리비아와 연인으로 대하는 일은 여러 번 있었지만, 돌이켜보면 내가 남자답게 대접받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얼마나 많은 시간을 이렇게 지냈을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꽤 오랜 시간이 흐른 것 같다.
“그럼, 또 올게요, 아버지, 어머니.”
그렇게 말하고 두 분의 무덤 앞에서 일어나 발걸음을 돌렸다.
집 안으로 들어가려고 걸어가는데, 클라릿사와 에리카가 엄청난 속도로 정원을 파헤치고 있었다.
떠오르는 것은 나탈리아가 화를 내는 모습이었다. 이 정원은 약초가 자연 번식할 수 있도록 어머니가 환경을 조성한 것으로, 나탈리아도 약을 만들 때 채취했던 곳이다. 무엇보다 어머니와의 추억이 깃든 곳이다. 화가 난 나탈리아의 무서움을 클라릿사도 에리카도 알고 있을 텐데도 말이다.
“오, 올리비아. 약초는 확보해 놨다”
두 사람을 말리려는 나를 펀이엔이 말린다.
시선을 돌리자 펀이엔이 약초를 잔뜩 들고 있었다.
“지금부터 종류별로 선별할 테니, 그 후에는 나탈리아에게 주면 되겠지?”
“엥? 응, 그렇게 해줘. 그럼 클라네는 뭐 하는 거야?”
약초를 확보해 준다면 나탈리아도 그렇게까지 화를 내지는 않을 것 같은데, 그렇다면 클라릿사 일행의 행동의 의미를 알 수 없다.
“아카네를 대신하는 거라고. 이 정원의 토양은 아카네가 경작한 거잖아?”
“그렇구나”
아카네가 흙 마법으로 정원을 경작하고, 에리카가 약초를 심어주었다. 그 아카네는 이제 없다. 클라릿사 일행이 그 역할을 대신해 주었다.
“오, 나탈리아가 돌아왔구먼!”
펀이엔의 목소리에 이끌려 시선을 돌리자 나탈리아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어이, 나탈리--”
펀이엔이 말을 걸기 전에 나탈리아가 어깨를 들썩이며 클라릿사 일행을 향해 달려온다.
“위험해! 저 녀석, 착각하고 있어!"
“잠깐, 나탈리아! 오해라고!”
나랑 펀이엔이 둘이서 나탈리아를 어깨를 잡고, 끌려가면서 설명한다.
나탈리아, 전보다 힘이 더 세지지 않았어?
“아, 그런 거였군요. 저는 또 마당을 어지럽히고 있는 줄 알았어요”
도리도리도리도리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부정하는 클라릿사와 에리카. 화난 나탈리아, 정말 무섭다.
“그럼 클라, 에리카, 정원 관리는 맡길게요. 필요한 게 있으면 말해줘요”
“와우!”
“샤!”
나탈리아의 지시에 클라릿사와 에리카는 떨리는 목소리로 고개를 끄덕였다.
“펀이엔, 약초 고마워요. 나머지는 제가”
“아, 상관없어. 다른 할 일도 없으니 시간 때우기에 딱 좋구먼. 넌 집에서 차나 마시고 있어라”
펀이엔은 그렇게 말하고는 마당 한 구석에 앉아 약초를 고르기 시작했다.
나탈리아는 어떻게 해야 할지 조금 망설이는 듯했지만, 시도해봤자 거절당할 것 같아 포기했다.
“어쩔 수 없네요. 제가 차를 끓일 테니 아가씨께서는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응, 나도 부탁해”
“알겠습니다”
둘이서 식당에 들어가자 나탈리아가 주방으로 향했다. 자리에 앉아 기다리자 얼마 지나지 않아 나탈리아가 찻잔에 차 세트를 들고 돌아온다.
냄비에서 컵에 부은 차에서 하얀 김이 피어오른다.
컵을 들고 입에 가져가자 차의 맛이 한 번에 퍼져나간다.
역시 나탈리아가 끓여주는 차는 맛있다.
“아, 맞다. 아나벨 선생님으로부터 편지가 왔어요.”
이 집은 수해 안쪽에 있기 때문에 우편이나 편지는 바멜의 모험가 길드에 맡기도록 되어 있다. 나탈리아가 아리아를 만나러 가는 동안 바멜의 모험가 길드에 가서 랭크 평가와 재료 구입을 받으러 가는 길에 편지를 받아 왔다.
나탈리아는 내가 마법학교를 졸업한 후에도 비정기적으로나마 아나벨 선생님이나 크리스와 편지를 주고받으며 마도구나 연금술에 관한 의견을 교환하고 있었다.
단, 나탈리아는 세간에서는 종마 취급을 받기 때문에 편지는 나한테 보내는 편지를 쓰고 있었다.
나탈리아가 편지를 펼쳐서 찬찬히 읽어 내려갔다.
“하아!?”
잠시 후, 갑자기 나탈리아가 큰 소리로 외쳤다.
“무슨 일이야?”
“죄송해요. 너무 예상치 못한 내용이 적혀있어서 그만...”
“예상치 못한 일?”
나탈리아가 테이블 위에 편지를 올려놓고 내밀어 주기에 몸을 숙여 시선을 돌렸다.
“음, 어디보자?”
첫 인사는 짧고, 그 뒤로는 문장이 빼곡히 적혀 있다.
마력 물질화 술식의 효율화.
미스릴의 마력 전도성, 유연성, 강성을 가공한 황금소재 및 비율.
마도인형의 전용 마도구의 선포.......
응, 모르겠다!
뭔가 어려운 것들만 나와서 답답하다!
“아가씨, 아래쪽을 보세요”
나탈리아의 말대로 위쪽에 그려진 연구 성과 부분을 건너뛴다.
『마법학교가 장기 방학에 들어가면 스승님들의 무덤에 참배하러 갈 거예요』
“아나벨 선생님 오시는구나!”
아나벨 선생님은 어머니의 제자이고, 예전부터 성묘를 가고 싶다고 말했었으니까.
“아뇨, 그건 예전부터 말씀하셨고, 일정 조율도 했기 때문에 알고는 있었어요. 더 아래쪽입니다”
“더 아래?”
나탈리아가 떨리는 손으로 본문의 맨 아래쪽을 가리켰다.
“추신: 결혼했습니다.”
“네?”
너무 의외라 위의 연구 결과만큼이나 이해가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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