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 소설 - 연재/메이드 인형 시작합니다

<221화> 메이드 인형 시작합니다

NioN 2024. 12. 13. 20:08

Red-reduction division-

 
 

 아나벨은 바첸 수해의 가드랜드 저택에서 바멜 마을로 돌아와 마을에 있는 큰 여관으로 향했다.
 접수처에 말을 걸자 최고급 객실로 안내되었다.

“어서 오세요, 아나벨 씨.”

 우리를 맞이한 사람은 아나벨의 남편인 오스왈드 가델란트였다.
 아나벨은 평민 출신으로, 아무리 연금술사로서의 기술과 마법학교 교사로서의 실적이 있더라도 후작가의 적자와의 혼인 같은 것은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오스왈드의 아버지 오티스는 이전에 그의 진급 축하를 올리비아와의 절연에 이용한 대가로 아나벨을 가더랜드 가문과 인연이 있는 귀족의 양자로 입양하여 오스왈드와의 혼인을 성사시켰다.

“다녀왔어요. 그 표정을 보니 상황을 알고 있는 모양이네.”

“그래. 사태 수습을 위해 움직이고 있는 시어러 경으로부터도 들었습니다...... 쉽게 믿기 어렵지만.......”

“사실이야...... 설마 사령 마법에 스승님이 이용당할 줄이야......”

 아나벨도 현장을 본 것은 아니지만 나탈리아 일행의 말을 의심하지 않았다.

“그럼, 올리비아 언니들은?”

“한때는 위험했지만 일단은 괜찮아...”

“그런가요... 다행이네요...”

 아나벨은 나탈리아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오스왈드와 나탈리아의 접점이 희박한 것도 있지만, 지금 나탈리아의 행동은 가급적 알려지지 않아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안타깝지만, 일정을 앞당겨야 할지도 모르겠어.”

“당신의 프러포즈를 받았을 때부터 불편함은 각오하고 있었어요.”

 오스왈드는 사랑하는 아내에게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앞으로 자신이 귀족으로서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생각에 잠겼다.




 테이블 위에 놓여 있는 수많은 음식을 한 쪽 끝에서 집어 입에 넣었다. 그다지 예의바른 식사는 아니지만, 한시라도 빨리 체력을 회복하는 것이 우선이다.

“아가씨, 리필을 가져왔습니다. 빈 접시는 내려놓겠습니다.”

 주방에서 나온 하녀가 음식을 추가하고 다 먹은 접시를 가져다준다. 꽤나 빠른 속도로 음식을 먹는데, 이를 따라잡는 그녀의 요리 솜씨도 만만치 않다.

“고마워요. 모두 맛있어요. 하지만...”

“무슨 문제라도 있으신가요?”

 고맙다는 말을 하면서도 말을 고르느라 머뭇거리자 하녀가 사랑스럽게 고개를 갸웃거린다.

“아뇨, 미안해요. 정말 말하기 어렵지만 펀이엔에게 메이드 복장이 별로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요...”

“음, 그렇구나. 나탈리아를 대신하고 싶었는데, 그렇게 말한다면 어쩔 수 없지. 나중에 갈아입고 오마.”

 펀이엔은 별다른 불쾌감을 드러내지 않은 채 대답했다.
 그때 클라릿사가 돌아와서 비틀거리며 테이블 옆 바닥에 주저앉았다.

“와우우우!”

“어서 와, 클라. 밥 있는데 먹을래?”

“와우, 먹을래요.”

 클라리사는 평소 활기찬 모습에서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피곤한 표정으로 나른하게 대답했다.

“많이 피곤해 보이는데, 어디 갔다 온 거야?”

“와우, 아버지를 만났다.”

“클라의 아버지?”

“아버지, 늑대의 왕”

“어머, 클라리사 아버지가 늑대왕이라니...... 늑대왕?"

“아, 그러고 보니 너는 늑대왕의 혈통이었지.”

“와우”

“늑대왕이 뭐냐?”

 내가 말하자 펀이엔은 조금 놀란 듯이 한숨을 내쉬었다.

“버헨 수해의 마물의 정점이 바로 늑대왕 로아였다. 처치 금지 등급의 마물이라는 건 모험가 길드에서도 엄중히 경계하는 거지. 게다가 바헨 수해의 지배자가 천성늑대 일족이라는 건 오백 년 전에도 유명했고, 클라가 그 일족이라는 건 알 만한 사람은 다 알 수 있지.”

“아아, 처치 금지 등급이라...... 응... 기억나네...”

 그러고 보니 학교 수업이나 모험가 길드에서도 토벌 금지 등급이나 그 중에서도 특히 강한 왕이라 불리는 몬스터에 대해 배운 것 같다.

“너, 정말 지식적인 면이 부족하구나.”

“윽”

 펀이엔의 말대로, 나는 여전히 공부와 관련된 것은 잘 못한다. 자각은 있다. 하지만 클라리사와의 관계도 그 정도인데, 지금까지 몰랐다는 것은 꽤 충격적이다.

“그래서 클라가 그 아버지를 만나러 간 건 고향에 다녀온 거였어?”

“으음.”

 펀이엔이 고기를 담은 접시를 바닥에 내려놓으며 묻자 클라리사는 고개를 저었다.
 그러고 보니 지금 생각해보니 클라릿사는 무리에서 추방당했던 것 같았다.

“클라, 아직 약해. 클라가 좀 더 강했다면 보스는 괜찮았을 거야. 하녀도 혼자 가지 않았어. 클라, 더 강해지고 싶어서 아버지에게 훈련을 부탁했어. 잠시 동안은 용서해 주셨어요.”

 지난번 일은 클라릿사도 신경이 쓰였던 모양이다. 아카네가 죽고, 에리카가 나탈리아를 따라가면서 친하게 지내던 두 마리가 없어진 것도 한몫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마음은 나도 잘 안다.

“클라, 나도 가도 돼?”

“와!”

“이봐, 올리비아, 그건 너무 무모한 짓이야. 상대는 왕이란 말이다.”

 클라릿사는 놀라고, 펀이엔은 당황했다.

“그래, 무모한 짓이고 늑대왕을 화나게 할지도 몰라. 하지만 나도 더 강해져야 해.”

 토벌 금지 등급으로 왕이라 불리는 마물이라면 분명 전에 본 이도님만큼 강할 것이다. 그렇다면 특훈 상대로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상대다.
 혼자서 안고 달려가는 나탈리아를 붙잡아두기 위해서는 죽을 각오로 무모하게 덤벼들지 않으면 부족하다.

“더 강해져서 나탈리아를 따라잡아서 한 대 정도는 때려줘야지.”

 내 말에 펀이엔과 클라릿사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

“훗, 그건 주먹으로 때려도 괜찮을 정도야.”

“와, 메이드, 더 화를 내야지.”

 역시 두 사람도 그렇게 생각했구나, 나탈리아는.






 이곳은 불과 몇 분 전까지만 해도 성 그란루체 군 요새였다. 지금은 그냥 폐허로 변해버렸다. 구멍이 뚫리고, 무너져 예전 위용은 온데간데없었다.
 검은 갑옷은 주변에 널브러져 있는 수많은 시체들에 아무런 관심도 없는 듯 잔해 위에 앉아 있었다.

“여기서 두 번째 ......”

 엄숙한 외모와는 어울리지 않는 목소리를 내뱉는 검은 갑옷. 그 뒤로 쌓여있는 시체들 사이로 무언가 미묘하게 움직였다. 그것은 이 참화 속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여병사였다.
 여병사는 시체들 사이로 튀어나와 꽉 쥔 검을 검은 갑옷을 향해 겨누었다. 하지만 칼끝이 닿기도 전에 검은 갑옷의 등 뒤에서 푸른 눈이 빛났다. 그리고 검은 팔이 검은 갑옷의 등 뒤에서 뻗어 나와 여병사의 머리를 붙잡아 공중에 띄웠다.

“...... 총알이 새어나왔나...... 못난 놈 ......”

 여병은 머리를 잡힌 채 검은 팔에 검을 휘둘렀지만 검은 팔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큭, 이 자식! 이 괴물아!”

 검은 갑옷은 일어서기는커녕 뒤돌아보지도 않는다. 하지만 등 뒤의 눈은 여병사의 모습을 응시하고 있었다.

“땅과 독을 혀에 묻혀!
깊은 바닥에서 기어 올라와라.”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는 흑갑옷.

“노, 놓으라고!”

 여병사는 필사적으로 검을 휘두른다. 하지만 역시 검은 팔에 칼날은 통과하지 못했다.
 그리고 무자비하게도 흑갑옷의 시전(詠唱)이 완료되고 말았다.

 아무런 예고도 없이 여병사의 머리가 허공에, 사이사이에, 먹어치워졌다.

 머리가 없는 시체가 쿵쾅거리며 떨어졌고, 상처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

“...... 남은 요새는 이제......”

 역시 흑갑옷은 자신이 죽인 여병사에게 아무런 감정이 없었고, 다음 표적에게 시선을 돌렸다.

 

 

제3장 완결입니다.
다음 편부터 제4장(최종장)에 들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