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 소설 - 연재/메이드 인형 시작합니다

<223화> 메이드 인형 시작합니다

NioN 2024. 12. 13. 20:10

용사출정

 

 전방에 적의 대군이 전개되고 있는 나프레테프 요새의 사적인 공간에서 용사 프레드가 표정에 짜증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가 주도하여 민주화한 벨로모트 공화국이었지만, 국외로 도망친 공주가 정권 탈환을 위해 침공해 온 것이다. 뿐만 아니라 국내 곳곳에서 왕가복권파 민중들의 반란이 일어나고 있다.

“쳇, 왕정보다 민주주의가 더 좋은데 그런 것도 모르다니...”

 훨씬 더 문명화된 세계에서 환생한 프레드에게 이 세상은 시대착오적일 수밖에 없었다.

 욕을 내뱉으며 전투 준비를 마쳤을 때, 방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용사님, 이제 출정하실 때가 되었습니다.”

 들려온 것은 나프레테프 요새의 지휘관인 람베르티의 목소리였다.

“아, 이제 나갑니다.”

 익숙한 목소리에 화답하며 프레드가 문을 열자, 방 밖에는 람베르티와 그의 동료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프레드 님, 빨리 가서 병사들을 구해셔야 합니다.”

 순백의 수도복을 입은 긴 금발의 소녀, 레이첼 젤크. 그녀는 성그란루체 제국의 귀족 아가씨로, 브란 교회에서 용사의 보좌역으로 파견된 성녀다.

“저희에게 맡겨주시면 구체제 파도, 도적도, 도적떼도 아무것도 아닙니다.”

 금색 자수가 수놓아진 로브를 입은 푸른 머리와 날카로운 눈동자를 가진 청년, 울벤토 코레아니. 성 그란루체 제국의 마도 명문인 코레아니 가문의 적자로, 재앙의 대명사로 불리는 토벌 금지급 마물과 싸워서 살아남은 뛰어난 마법사다.

“어이쿠, 방심하면 안 되겠군. 전장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까.”

 낡은 가죽 갑옷을 입은 갈색 피부의 장년 남성, 디노. 키가 크고, 잘 단련된 건장한 체격의 소유자이며, 오랜 세월 각지를 여행하며 싸워온 베테랑 전사다.

 이 세 사람이 프레드가 신뢰하는 동료들이었다.

“용사님, 무운을 빕니다”

 경건하게 인사하는 람베르티에게 프레드는 자신 있게 고개를 끄덕였다.

“자, 가자. 우리의 힘을 보여 주마!”

 그렇게 용사 프레드가 이끄는 일행은 출정했다. 이미 전장은 이미 열리고 있었다.






 연합군은 수적으로 우세했고, 다양한 종족의 특성을 살린 부대 운용은 그란루체 군을 괴롭혔다. 하지만 여러 나라의 군대로 구성된 특성상, 연합군의 협력은 완벽하지 않을 수밖에 없다.
 이에 맞서 그란루체군은 수적 열세에도 불구하고 인간, 엘프, 드워프의 견고한 편성과 요새로 연합군의 공격을 막아냈다. 하지만 연합군을 철수시킬 만큼의 피해를 입히지는 못했다.

 그리고 용사 파티의 출진으로 전세가 바뀌었다.

“으랴! 자, 가자!

 디노가 전도끼를 휘두르며 연합군 진형을 향해 돌진한다.

“발로 차버리를 수가 있습니다? 화염의 울부짖음, 피안마 울라트!”

 울벤트가 쏘아 올린 불길이 퍼져나가 연합군을 향해 타오른다.

“우리의 하얀 빛의 신이시여, 경건한 사도에게 치유와 용기를 주소서. 벤트 클라티보!”

 레이첼이 불어넣은 반짝이는 바람이 그란루체 병사들의 틈새를 비집고 들어가 그들의 상처를 치유했다.

 세 사람 모두 성그란루체 제국 내에서도 상위권에 위치한 실력자이며, 한 명이라도 무시할 수 없는 위협이었다. 하지만 그 세 사람보다 더 위에 서 있는 것이 바로 용사 프레드였다.

“자, 용사의 힘을 보여 주자.”

 최전선에 뛰어든 프레드는 검을 휘두르며 마법을 발동해 연합군 병사들을 몰아붙였다.

“아직 갈 길이 멀다! 칼레드 울프!”

 프레드가 든 검에 빛이 모여 거대한 칼날을 형성한다. 휘두른 칼날은 눈부신 섬광과 함께 힘을 폭발시키며 칼날에서 수십 미터에 걸쳐 양단하여 땅에 깊은 흉터를 남겼다.
 그리고 거기서 끝나지 않고, 프레드의 검에는 여전히 빛을 머금고 있었고, 앞선 일격만큼은 아니지만 높은 위력과 칼날 이상의 사거리를 유지하고 있었다.

 종횡무진 달리는 프레드를 디노와 울벤트가 엄호하고, 반격으로 약간의 상처를 입혀도 즉시 레이첼이 치료해준다.

 람베르티는 요새 성벽 위에서 전장을 조망하며 팽팽하게 맞서던 전세가 기울어지는 것을 확신했다.

(이런. 저 건방진 용사 꼬마의 보험을 강요당했을 때 어떻게 될 줄 알았는데, 의외로 쓸모가 있네. 이 정도면 전이 마법진을 쓸 필요도 없을 것 같아)

 이 나프레테프 요새에는 전이 마법진이 숨겨져 있고, 요새 내에서도 극히 일부만 알고 있다. 아직 대량 전이는 불가능하지만, 용사처럼 혼자서라도 전황을 뒤집을 수 있는 강자를 증원하거나 최악의 경우 철수할 때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엔 기우로 끝날 것이다.

 그 전투력과 특이성을 기대했던 용사 프레드가 기대대로 활약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연합군을 물리칠 수도 있을 것이다.

“좋아, 용사님이 활로를 열어주실 거야! 이 기회에 적을 물리치자!”

“하앗----하!

 람베르티가 뒤를 돌아보며 지시를 내리자, 이를 들은 부장이 수긍의 뜻을 표하며 경례를 하고 -- 뇌천과 턱에 뚫린 구멍에서 피를 뿜어내며 쓰러졌다.

“어?”

 너무도 갑작스럽고 현실감이 없는 광경에 람베르티는 무심코 헛기침을 내뱉었다.

 쓰러진 부장의 시체 위로 검은 그림자가 떨어진다.

 람베르티가 고개를 들어 올려다보니 거기에는--.

“아, 악마 ......”

 그것이 그의 마지막 말이 되었다.




 용사의 참전으로 연합군 일부 부대가 궤멸되고, 연합군 본진은 대응과 철수를 결정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하지만--

 나프레테프 요새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갑작스러운 일로 전장의 많은 사람들이 그쪽으로 주의를 빼앗겼다. 그들의 눈앞에서 더 큰 폭발음과 무너지는 소리가 울려 퍼지고,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지...”

 전장, 특히 그란루체 군의 동요가 심해져 일부 병사들은 전투를 중단하는 병사들까지 나왔다.

“요새와 연락은? 람베르티의 명령은?

“아까부터 연락이 닿지 않습니다! 성문도 열리지 않고, 지휘관의 안부도 알 수 없습니다!”

 요새와의 연락이 끊기면서 전장에 나가 있는 부대원들에게 동요가 퍼져나간다. 그리고 상황은 그들이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심장을 찌르는 듯한 소리가 울려 퍼지는 순간, 전장에서 지휘를 맡고 있던 부대장 중 한 명이 쓰러졌다.

“대, 대장님 ......?”

 부대원이 당황한 듯이 물었지만, 대장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장의 눈썹 사이로 뚫린 풍혈과 흘러나오는 피가 말보다 더 웅변적으로 그 이유를 말해주고 있었다.

 방금 전과 비슷한 소리가 다시 울리자 다음에는 장군이 쓰러졌다.

 털썩

 털썩

 전장에 울려 퍼지는 죽음의 소리. 그때마다 한 사람이 죽는다. 그것도 전선에서 적과 검을 맞대고 있는 병사가 아니라 후방의 지휘관이.

 그리고 또 하나의 소리.

“큭!”

 그러나 이번에 표적이 된 용사 프레드는 죽음의 소리의 정체를 알아차리고 다가오는 위협을 칼로 막아냈다.
 충격을 죽이고 무력화시킨 후, 그 발사 지점으로 추정되는 방향을 노려보았다.

“역시 저격이군! 저쪽인가!”

 그의 시선 끝, 나프레테프 요새에서 피어오르는 검은 연기의 그늘에 그것이 있었다.

“하늘로 날아올라라, 에르벤트!”

 짧게 외치며 발동한 마법이 프레드의 몸을 공중에 띄웠다. 그리고 빛을 입고 하늘로 날아올랐다. 황금빛 빛이 솟아오르는 모습은 마치 땅에 떨어진 유성이 하늘로 돌아가는 것 같았다.

 빠른 속도로 비행하며 곧장 그곳으로 향했다.
 프레드는 다음 총알이 날아오기 전에 그 자리에 도착해 검에 마력을 담아 휘두른다.

 프레드의 검을 날개 달린 검은 갑옷은 빈 손에 창백하게 빛나는 마력의 검을 만들어 받아들였다.
 검과 검이 부딪히며 서로 반발하는 마력이 불꽃을 일으켰다.

“빔 세이버냐고!”

“마력 검이야!”

 프레드가 무심코 내뱉은 말에 검은 갑옷은 멍한 표정으로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