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 소설 - 연재/메이드 인형 시작합니다

<220화> 메이드 인형 시작합니다

NioN 2024. 12. 12. 20:07

dead dance on the palm⑧

 
 

 데이노덕스 플로스는 아직 알려진 바가 많지 않다. 개체수가 적은 것도 있지만, 야생에서 본 종의 공격을 받고 살아남은 사례가 드물기 때문이다.
 알려진 것은 맨이터가 진화를 거듭한 종이라는 것, 그리고 매우 사납다는 것 정도다.
 하지만 오늘, 파니키아 요새의 병사들은 이 괴물의 새로운 생태를 알게 되었다. 물론 이를 활용할 수 있는 기회는 앞으로 오지 않을 것이다.




 파니키아 요새는 사페리온 왕국의 간섭을 견제하고, 궁극적으로 그의 나라를 공격하는 교두보 역할을 하기 위해 건설된 것이다.
 따라서 병사들은 엄선된 정예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매일 훈련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요새 주변에는 훈련하기 좋은 평원이 펼쳐져 있어 몬스터의 습격도 적다. 그 마족에 대한 대처도 두 소대 정도만 출동시키면 충분히 대처할 수 있었다.

 하지만 현재 파니키아 요새 밖에는 끔찍한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말로 표현하자면 시체 더미, 혹은 사산혈하(死山血河)라고 할 수 있다.
 요새에 접근하는 마물을 처치하러 나간 소대, 그리고 사태를 감지하고 구출에 나선 병사들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동족의 비극 앞에서 요새는 문을 굳게 닫고, 요새의 위쪽과 틈새 성, 요새 등에 설치된 사격용 구멍과 창문을 통해 마법을 퍼부었다.
 그러나 괴물, 에리카라는 이름을 가진 데노덕스 플로스는 거구에 걸맞지 않은 빠른 걸음으로 달려와 마법의 비를 헤치고 등 뒤에서 뻗은 촉수로 피할 수 없는 것들을 베어냈다.
 그리고 요새의 문에 달라붙어 입에서 다량의 강산성 액체를 내뿜었다. 마법의 장벽이 쳐져 있어야 할 문이 연기를 내뿜으며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머리 위에서의 사격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성문을 녹여버린다. 그 광경에 사시모노 정예병들도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샤아아아아아아아!”

 에리카의 포효와 함께 그녀가 달려온 흔적의 밟힌 풀이 꿈틀거리며 일어나 형태를 바꾼다. 겉모습은 크기를 포함해 닭과 비슷하다. 하지만 전체적인 색조는 어린 풀색이고, 그 머리는 꽃봉오리처럼 생겼다.
 에리카는 달리는 도중에 마력을 뿌려 평범한 풀을 자기에게 충실한 마물로 바꾸고 있었던 것이다.

 강산성 액체로 인해 부서지기 쉬운 문을 에리카가 발로 차서 부숴버렸다. 그곳으로 풀의 마물들이 타고 들어간다.

 이제부터는 요새 밖에서 벌어지는 참극이 안에서 벌어질 뿐이었다.




 나와 도미닉은 요새 안으로 밀려드는 마물들을 걷어차면서 전이 마법진이 깔려 있는 숨겨진 방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도미닉의 말에 따르면, 이 빌체이서라는 몬스터는 깊은 숲 속 깊은 곳에 드물게 존재하며, 그렇게 강하지 않다고 한다.
 물론 한 마리만 처치하면 쉽지만, 어찌됐든 숫자가 많다고 한다. 한 마리를 쓰러뜨려도 계속 나타나서 끝이 없다.
 반면 나는 전이 마법을 위해 마력을 보존해야 하기 때문에 거의 도미닉에게 의존하고 있는 상태이다.

 이블 체이서가 높은 소리를 내며 일직선으로 이쪽으로 달려온다. 꽃이 피어나듯 머리를 크게 벌리자, 여섯 갈래로 갈라진 턱 안쪽에는 침에 젖은 이빨이 줄지어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도달하기 전에 도미닉이 발사한 마법의 불덩어리가 요격하여 직격했다.
 이블 체이서는 온몸에서 연기를 내뿜으며 힘없이 쓰러졌지만, 그래도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조심스럽게 그 옆을 지나쳤다.

“이츠키군, 숨겨진 방은 아직 멀었어?”

“거의 다 왔어요!”

 드물게 조급한 모습을 보이는 도미닉에게 나도 나도 모르게 큰 소리로 대답했다.

 어쨌든 지금은 서두르는 것이 우선이다. 하지만 이 정도면 복도 앞뒤뿐만 아니라 창문 밖도 경계해야 한다.

 그 창밖으로 아까 식당에서 내게 사정을 얘기해준 병사가 벽에 몰려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는 그대로 이블 체이서 무리에 휩쓸려 유일하게 내밀고 있던 한쪽 팔도 순식간에 사라졌다.

 하지만 그의 죽음을 애도할 겨를도 없이 악마추격자 무리 뒤에서 또 다른 괴물이 나타났다.
 외모는 티라노사우루스 같은 공룡 같은 체형에 얼굴 주위에 꽃잎이 있고 등에는 갈고리 발톱이 달린 촉수가 뻗어있었다.
 아마도 저게 그 병사가 말한 그 괴물일 것이다.

 그 괴물이 천천히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눈이 마주쳤다.
 그 마물의 얼굴에 눈 같은 것은 보이지 않았지만, 그런 느낌이 들었다.

“도미닉 씨, 저기 그림 좀 치워주세요!”

 내가 가리킨 것은 군사시설이어야 할 요새의 복도에 걸기에는 부자연스러운 그림이었다. 도미닉이 내 말대로 하자 그 아래에는 마석을 가공한 스위치가 있었다.
 내가 스위치를 누르자 벽의 일부가 움직이며 숨겨진 방이 나타났다.

“갑시다!”

 방으로 뛰어들어 바닥에 마력을 흘려보냈다. 그러자 이전에 내가 설치한 마법진이 나타났다.
 원래는 공간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마법사 몇 명이 필요하지만, 나 혼자서도 작동시킬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한 순간, 뒤에서 굉음과 모래 연기가 실내로 불어왔다.
 뒤를 돌아보니 저 공룡 모양의 괴물이 벽을 뚫고 요새로 들어오고 있었다.

“샤아아아!”

“그래, 여기까지 왔잖아! 피안마 아르첼레!”

 도미닉이 방금 전보다 더 큰 불덩어리를 발사한다.
 숨은 방에서 직선으로 쏘아 올린 불덩어리는 몬스터에게 정면으로 직격하며 폭발적인 화염과 연기를 뿜어냈다.

 하지만 공룡형 몬스터는 도미닉의 마법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는 듯 고개를 흔들며 연기를 걷어내고 이쪽으로 다가온다.

 나는 서둘러 전이 마법을 발동시켜 마법진 위에 안쪽이 보이지 않는 검은 구멍을 뚫었다.

“도미닉 씨, 빨리!”

“아, 먼저 실례할게요!”

 도미닉은 망설임 없이 검은 구멍 속으로 뛰어들어 사라졌다.

“샤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포효와 함께 이쪽으로 돌진해 오는 공룡형 몬스터.

 다행히 전이문을 열어도 아직 마력이 남아있었다.

“생과 절규를 발톱에 걸고-”

 나는 서둘러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도미닉의 마법을 견뎌내려면 이 정도의 위력이 아니면 쓰러뜨릴 수 없을 것이다.

 마물의 턱이 눈앞에 다가온 그 순간, 시전은 완료되었다.




 어떻게든 마음을 추스르고 떨어뜨린 블랙호크와 화이트바이퍼를 회수한 후, 도미닉이 들어갔을 요새로 향했다.
 에리카를 먼저 보내려고 했는데, 예상보다 더 잘해준 것 같다. 아직 요새 밖인데도 병사들의 시체가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다.
 하지만 그런 건 상관없다. 아까부터 온몸이 찢어질 듯이 아프고 머리가 깨질 것 같다.

 아, 젠장, 점점 더 아파오는구나.

 전투가 끝나면 마력을 자동 복구 기능으로 돌렸을 텐데, 전혀 실감할 수 없다.

 기절할 정도로 아파서 생각도 제대로 정리되지 않는데, 왜인지 의식은 또렷하다.
 스스로도 이유를 모르겠다.

 어안이 벙벙한 채로 한참을 걸어 요새에 도착하니 그곳에도 끔찍한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병사들의 시체들은 모두 잘게 잘려서 원형을 유지하고 있는 것을 찾아볼 수 없다. 여기저기서 피가 튀고 피가 고여 있어 이 요새에 살아있는 사람이 없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이 참상을 만든 것은 지금도 요새 안을 활보하는 수많은 마물들이다. 결코 강하지 않은 몬스터들이지만, 압도적인 숫자의 폭력으로 요새를 침범했다.
 이 녀석들은 에리카가 마력을 뿌려서 마물로 만든, 주변에 자생하던 잡초일 뿐이다.
 마력과 잡초만 있으면 가능하기 때문에 요새 밖뿐만 아니라 성문을 돌파한 뒤에도 계속 늘려나갔다고 한다. 주위를 둘러보면 땅에서 기어나온 흔적이 있다.

 자, 도미닉 녀석은 어디로 간 걸까. 적어도 에리카와 합류해야겠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잡초 괴물들은 내 길을 열어주듯 좌우로 갈라졌다.

“저쪽인가?”

 잡몹 마물들이 만들어 놓은 길을 따라가니 요새 벽에 커다란 구멍이 뚫려 있는 것이 보였다. 원래 그런 형태일 리도 없고, 잡초 마물들에게 이런 짓을 할 힘도 없다.
 그렇다면 에리카가 한 짓인가.

 구멍에 다가가자 그곳에서 이상한 감각이 느껴졌다.

 이 감각 ...... 전에도 있었다.
 ...... 저건 아마 알로르드가 도망칠 때 ...... 전이 마법이었을 것이다!
 도미닉은 이걸로 도망칠 생각인가?

 벽에 난 구멍을 통해 요새 내부로 들어가자 통로 끝에 낯익은 모습을 발견했다. 통로를 가로막고 있는 거대한 몸체는 분명 에리카다.

“에리카!”

 내가 이름을 부르는 순간, 에리카의 몸이 휘청거리며 그대로 엎드렸다.

“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 없었다.
 다만, 나는 무의식적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달려가 보니 에리카의 머리가 완전히 사라져 있었다.

"큭!”

 이를 악물고 에리카가 향하고 있던 곳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전이 마법의 검은 구멍이 펼쳐져 있고, 그 앞에 있는 것은--.......!

“뭐야?”

“어이어이, 농담하는거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런 생각과 동시에 그럴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야기는 들었지만, 설마 내 눈앞에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그래, 블라드 3세는 이런 기분이었구나. 그래, 이 정도면 그럴 만도 하다.

“일단 이름을 밝히는 것이 좋을까?”

“그만두자. 자기소개 같은 건 너무 바보 같고, 이미 알고 있잖아.”

“그래.”

 너무도 그리운 모습에 물으니 너무도 그럴듯한 정곡을 찌르는 말이라 수긍할 수밖에 없다.
 아, 그렇구나. 정말 어처구니가 없다.
 눈앞의 이 녀석이 누구인지 나는 이미 알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저쪽도 마찬가지다.

“하하하하”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나(俺)"는 서로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
 아니, 이제 이런 건 웃을 수밖에 없다.
 그래, 웃고 나서--.

“죽어라!”

 “나 나탈리아"는 ‘전생의 나 혼조 주(本条樹)’에게--
 “전생의 나 혼조 주"는 “나 나탈리아”에게--
 자신동사(自分同士)로 총을 겨누고 망설임 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나"의 총알은 빗나갔고, ‘전생의 나 혼조 주"의 총알은 내 어깨에 꽂혔다.

“큭--!”

 아파라아아!

 원래 하나였던 영혼이 접근하여 공명하고 있기 때문에 신체에 통각이 없어도 받은 손상을 영혼이 통증으로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그 고통 이상의, 살의를 동반한 혐오감이 마음속 깊은 곳에서 솟구쳐 오른다.
 자신과 다른 모습을 한, 그러나 자신과 같은 존재가 눈앞에 있다. 그것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역겹다. 그리고 그것이 그 도미닉과 행동을 같이 하고 있었다니.

"쳇, 쫓아오던 것이 설마 자기 자신이었을 줄이야. 이 정도면 오필리아가 당했구나.”

 “전생의 나"는 비굴한 미소를 지으며 욕을 내뱉었지만, 나는 그 말 때문에 고통이 사라져 버렸다.

“이봐, 설마 네가 오필리아를 되살린 건 아니겠지?”

“아, 그 아라크네의 발목잡기 정도일 줄 알았는데, 엄청난 실력을 가진 마법사가 나와서 깜짝 놀랐지.”

“......”

 어?
 그럼 뭐야?
 도미닉에게 협력한 것도, 오필리아를 되살린 것도, 올리비아를 죽이려고 한 것도, 지금 에리카를 죽인 것도 모두 나 자신이었어?

“이봐, 장난치지 마!”

“장난치는거 아니야. 그럼 너, 만약 네가 내 입장에서 같은 일을 할 수 있다면, 그래도 안 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겠어?”

“앗, 그건 ......”

 “전생의 나"의 말에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너는 나이고, 나는 너다. 네가 하는 짓은 나도 하고, 내가 하는 짓은 너도 한다. 입장이 다르니 화를 내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욕을 먹을 이유는 없지 않나?”

 억울하게도 부정할 수 있는 요소가 없다. 확실히 나한테도 똑같이 할 수 있다면 할 것이다. 진심으로 적대적인 상대라면 폭언으로 도발하거나 산 채로 마물에게 잡아먹히게 하기도 했다. 만약 내가 사령마법을 쓸 수 있다면, 상대방의 가까운 사람을 되살려 정신공격을 가하는 정도는 할 것이다.

“뭐, 네가 어떻게 되든 상관없어. 여기서 죽이고 싶지만 지금은 바쁘니까 이 정도로만 해줄게.”

 그렇게 말하며 "전생의 나"는 주머니에서 야구공만한 검은 덩어리를 꺼내더니 그대로 뒤로 몸을 숙였다. 그리고 전이 마법의 구멍으로 등 뒤에서 뛰어들면서 검은 덩어리를 나를 향해 가벼운 몸짓으로 던졌다.
 전이 마법의 구멍이 빠르게 닫히며 검은 덩어리 표면에서 빛이 새어 나왔다.
 다음 순간, 격렬한 충격이 폭발하며 주변을 휩쓸었다.

 나는 날아가 버렸고, 벽과 천장이 쏟아져 내렸다.
 굉음과 모래 연기와 잔해로 뒤덮인 채로 어쩔 줄 몰라 한다.

 “전생의 나"가 멀리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통증을 느끼지 못했고, 최종 리미터가 풀린 탓도 있었고, 이 정도로는 데미지도 되지 않은 것은 다행이었다.
 붕괴가 진정된 것 같은 곳에서, 주위의 잔해를 밀어내고 탈출한다.

 폭발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위력이 높았던 듯, 일각이라고는 하지만 석조 보루를 완전히 날려버리고 있었다.

 잡몹의 마물도 말려든 듯, 여기저기서 힘없이 나뒹굴고 있다. 그렇다고 이 녀석들이 마물로 있을 수 있는 것은 일시적인 것으로, 시간이 지나면 원래의 잡초로 돌아가므로 신경 쓸 필요는 없다.

 하지만 그것보다도, 말이다.

"…하하"

 다시 확인하자 너무나도 기묘한 인연으로 나도 모르게 미소가 흘렀다.

 도미닉은 오필리아와 슈마 씨의 원수이자 올리비아의 목숨을 노렸다. 저 녀석의 상회에도 인연이 있다.
 그리고 그 도미닉에 전생의 내가 협력하고 있었어. 오필리아의 존엄성을 훼손하고 에리카를 죽였다. 전생의 내가 지금의 나와는 별개로 존재하고 있다는 것도 혐오감이 샘솟는다.

 둘 다 무조건 죽인다.
 맞아. 둘을 죽일 뿐이야.
 아니, 도미닉에는 상회가 있고 아롤드 것도 있어. "전생의 나"도 저쪽에서 협력자나 동료를 만들고 있겠지.
 분명 적은 많다.

 ……아니, 그런 생각을 할 필요는 없네.

"적이 많든 누구든 방해하는 놈은 몰살이다."

 나는 잔해 위에서 누구를 향해서도 아닌 말을 중얼거렸다.

 

 
이전의 후기나 X(구 Twitter)에서 말했듯이, 나탈리아에게 있어서 제일의 적은 자기 자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