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혈신락(鮮血神楽)⑥ 어두운 숲 속, 두 마리의 괴물이 달려온다. 한 마리는 붉은 동색의 작은 거미. 무거워 보이는 금속성 체격과는 달리 경쾌하게 튀어오른다. 한 마리는 낫을 든 거대한 꽃이다. 무수한 뿌리를 벌레 다리처럼 움직이며 거대한 몸체를 반쯤 끌며 힘차게 질주한다. 앞으로 꿈틀거리는 무수한 그림자. 그것은 이 숲에 출몰하는 시귀다. 그들은 둘을 발견하자마자 달려든다. 거미는 금속 실을 능숙하게 다루고, 꽃은 촉수 끝에 달린 칼날과 용해액으로 다가오는 시귀떼를 막아낸다. 시귀에게 물린 자는 시귀가 된다. 보통의 생물에게는 한 번의 찰과상만으로도 목숨을 잃을 수 있다. 하지만 금속 외피를 가진 거미는 말 그대로 이빨이 없고, 꽃도 물리는 순간 스스로 잎을 절단하여 시귀화를 막는다. 그리고 여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