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 소설 - 연재/탑의 마도사

<36화> 탑의 마도사

NioN 2025. 1. 12. 11:55

제 36 화 마수와의 만남

 
 

 덤불 속을 걷는 것은 정비된 길보다 체력 소모가 두 배나 더 컸다.

(그렇구나. 이건, 힘드네.)

 린은 숨이 조금 가빠지기 시작했다.

“괜찮으세요?”

 일리위아가 걱정스럽게 물었다.

“네, 괜찮아요.”

 린은 옆에서 걷고 있는 일리위아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런데 그녀의 걸음걸이는 어떨까. 잘 정비된 길을 걷는 것과 전혀 다르지 않았고, 피곤한 기색은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그것은 체력만의 문제가 아니다. 일리위아는 린의 옆을 걷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린이 하는 것처럼 덤불을 손으로 헤집거나 나뭇가지를 피하지 않아도 되었다.
 그녀가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덤불은 그녀의 발밑으로 파고들어 쿠션처럼 부드럽게 그녀의 발걸음을 받아주었다. 그녀가 나무 옆을 지나가려고 하면, 나무는 갑자기 가지를 시들게 하여 그녀 앞에 길을 내어준다.

(마법을 쓰고 있네.)

 나무와 풀과 꽃이 일리위아를 방해하지 않도록 비켜주는 움직임이 너무 자연스러워서 린은 처음에 그녀가 마법을 쓰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만큼 그녀와 주변 세계의 움직임이 자연스럽고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대단하네요. 마치 풀과 나무가 일리위아 씨를 피하는 것처럼 보이네요.”

“린도 금방 할 수 있을 거예요. 마수학 수업을 들으면 가장 먼저 배우는 것이죠”

“어떻게 그런 걸 할 수 있는 거죠? 주문도 시전하지 않고, 지팡이도 휘두르지 않았잖아요. 어떻게 그럴 수 있죠?”

“나무나 풀의 정령과 감응하는 거예요. 그냥 지나가고 싶다고 말하면 그들이 도와줄 거예요.”

 린은 일리위아의 말을 듣고서야 나무와 풀에도 정령이 깃들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들의 존재가 너무 희미해서 그냥 멍하니 걷고 있을 때는 알아차리지 못했었다. 린은 나무와 풀의 정령들의 목소리를 들어보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그들은 마음을 열지 않았다. 반지처럼 잘 되지 않았다.

“어렵네요.”

“후후. 그럼 제가 도와드릴게요.”

 일리위아가 린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그녀의 마력이 린의 주변을 뒤덮었다. 린은 일리위아와 함께 보이는 풍경, 들리는 소리를 공유했다. 그곳은 마치 다른 세상 같았다. 아무것도 없는 삭막한 숲의 풍경은 수많은 정령의 영혼으로 빛나고 있었고, 멀리서 들려오는 벌레 울음소리처럼 나무들의 속삭임이 들려왔다.
 앞쪽에 나무 정령이 서 있었다. 린은 정령과 눈을 마주쳤다. 나무의 정령은 그저 미소를 지으며 몸을 살짝 비틀어 린의 앞을 가로막고 있다.

(대단해. 이게 일리위아 씨가 보는 세계인가?)

 그녀의 마법은 말 그대로 다른 차원의 것이었다. 린은 지금까지 학원에서 배운 자신의 마법이 얼마나 미숙한 것인지 새삼 깨달았다.
 갑자기 린의 반지가 강한 빛을 발산했다.

“앗, 이건...”

“마수가 가까이 있군요.”

 일리위아가 조용히 중얼거렸다. 그녀의 손이 떨어졌다. 그녀는 힘의 사용처를 적에게로 돌린 것 같았다.

“저기...”

 일리위아는 린의 오른쪽, 조금 떨어진 곳을 가리켰다.

“저기 덤불에 마수가 숨어 있어요.”

 그녀가 말하자마자 덤불 속에서 무언가가 바스락거리며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린은 몸을 숙이고 덤불의 움직임이 있는 곳으로 시선을 집중했다.
 그러나 덤불에서 나온 것은 손바닥 위에 올라탈 수 있을 것 같은 쥐만 한 크기의 마수였다. 날카로운 송곳니가 돋보이지만 귀가 뾰족하고 꼬리가 안테나처럼 서 있다. 오히려 애교가 넘치는 모습이다.

“어머, 희귀한 겁먹은 쥐, 펠랫이에요.”

“펠랫? 뭐죠 그게?”

“쥐 형태의 마수의 일종이지만 인간에게 해를 끼치지는 않아요. 안테나처럼 생긴 저 꼬리로 위험을 감지하는 마수입니다. 그런데 참 신기하네요. 소심해서 평소에는 절대 사람들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야 하는데...”


 그녀가 말을 마치려는 찰나, 펄랫은 픽하고 쓰러졌다. 기절한 것 같았다. 린과 일리위아는 겁에 질려 다가갔다.

“다쳤어요. 게다가 상처가 깊어요.”

“정말이네요.”

 펠랫 쥐는 배 부분에 깊은 물린 상처가 있었다. 아무래도 다른 마수에게 공격을 당한 것 같다. 일리위아가 주문을 외우며 펠랫의 상처 부위를 부드럽게 쓰다듬어 준다. 그러자 순식간에 깊은 상처가 아물었다.

(치유 마법도 쓸 수 있는 건가?)

 린은 그녀의 많은 재능에 혀를 내둘렀다.

“그런데도 이상하네요. 펠랫 쥐는 위험을 감지하는 능력이 뛰어날 텐데...”

 일리위아는 펠랫의 상처를 치료한 후 부드러운 덤불 위에 그를 눕히고 잠에서 깨어날 때까지 기다렸다.
 결국 펠랫이 깨어났다. 그는 깨어나자마자 "찍" 하고 짧게 울며 일어나 린과 일리위아와 거리를 두었다. 덜덜덜 떨면서 이쪽을 살피며 물었다.

“무서워하지 마세요. 저희는 당신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듣고 싶을 뿐이에요.”

 일리비아는 부드럽게 펠랫에게 말을 건넸다. 그 말은 마법어와는 달랐다. 린은 어렴풋이 의미를 파악할 수 있었지만 한 마디만 알아들을 수 있었다.
 일리위아는 겁에 질려 좀처럼 다가오지 않는 펠랫에게 끈질기게 말을 걸었다. 목소리만으로는 소용없다는 것을 알자 먹이를 던져주며 경계를 풀려고 노력했다.

“드세요. 배고프죠?”

 처음엔 겁을 먹었던 펠릿도 조금씩 다가오기 시작했고, 먹이를 먹으며 적대감이 없음을 확인하자 마음을 풀어주었다. 일리위아의 권유에 따라 그녀의 어깨에 올라타 그녀의 귀에 무언가를 속삭이기 시작했다. 일리비아는 펠르랏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

(마수와도 소통할 수 있는 건가...)

 린은 펠랫 쥐가 무슨 말을 하는지 거의 알아듣지 못한다. 마법어로 알아들을 수 있는 그의 말은 극히 일부에 불과했다.

“흠흠. 그렇군요. 대충은 알겠습니다.”

 펠랫의 이야기를 다 들은 그녀는 린에게도 상황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는 아무래도 키메라의 공격을 받은 것 같아요.”

“키메라?”

“사자의 머리에 염소의 몸통, 뱀의 꼬리를 가진 무시무시한 모습의 마수예요.”

“그건... 무섭네요.”

“그의 동료들은 아직도 키메라의 추격에 시달리고 있다고 합니다. 그를 보호하려고 키메라를 끌어들였다는 거군요. 그는 저희에게 자신의 동료를 도와달라고 호소하고 있어요. 어떻게 할까요?”

“아니, 어떻게 하라고 해도...”

“어차피 이렇게 된거 키메라와 싸워보는 건 어때요? 이번엔 여름 탐험이라 너무 무리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당신에게는 좋은 경험이 될지도 모르겠네요. 처음 숲에 들어와서 갑자기 싸우는 상대치고는 조금 무거울지도 모르지만요.”

“제가 쓰러뜨릴 수 있나요?”

“베스페의 검으로 쓰러뜨릴 수 있는 마수입니다.”

 린은 조금 망설이다가 싸우기로 결심했다.

“알겠습니다. 해 보겠습니다.”

“역시 소년이군요. 좋아요. 제가 엄호할게요.”

 린은 일리위아가 남자아이 취급을 하는 게 조금 쑥스러웠지만, 그래도 의욕이 생겼다. 그녀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두 사람은 펠랫의 안내에 따라 숲속 덤불 속으로 깊숙이 들어갔다.




 린과 일리위아는 달리는 펠랫을 쫓아가기 위해 뛰기 시작했다. 린은 일리위아의 뒤를 따라갔다.
 나무들이 그녀의 앞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에 추격하는 린도 원활하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이 포지션을 선택한 이유는 빠른 이동을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전투를 앞둔 린의 체력을 보존하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이 모든 것은 일리위아의 지시였다. 그녀는 상황과 목적을 정리하자마자 순식간에 결단하고 재빠르게 재량권을 행사하며 지시했다.
 린은 그녀의 인상이 급변한 것에 당황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왠지 모르게 심창의 공주답게 얌전한 태도를 보였지만, 지금 그녀의 재치, 몸가짐, 태도는 노련한 사냥꾼 그 자체였다.
 린은 앞으로 나아갈수록 바람이 거세지는 것을 느꼈다. 또한, 땅바닥에 굴러다니는 돌이 점점 커지는 것을 느꼈다.

“저기 폭포가 있네요.”

“그렇네요. 그래서 바람이 강해지고 있는 거군요.”

“그런 거죠. ...... 쉿. 조용히 해 주세요. 열린 장소로 나올거예요. 속도를 줄이세요. 달리기를 멈추고 흔적을 지우시고요.”

 일리위아가 조용히, 그러나 엄한 어조로 린에게 말했다.
 린은 일리위아의 말대로 달리기를 멈추고 걷기 시작했다. 일리위아가 린의 어깨를 만졌다. 그녀의 손길이 닿는 것만으로도 린은 자신의 존재가 희미해지는 것 같았다. 이것도 그녀 혹은 그녀를 지키는 정령의 힘인 것 같다. 어느새 펠랫도 그녀의 어깨에 올라타고 있다.
 둘과 한 마리는 덤불에 숨어 열린 곳을 들여다보았다. 그곳은 깎아지른 듯한 바위 절벽으로 저 너머로 폭포가 보인다.
 그곳에서 그들이 본 것은 바로 한 마리의 펠쥐가 끔찍한 모습의 괴물, 키메라에 의해 절벽으로 쫓겨나고 있는 모습이었다.




 다음 편, 제37화 「키메라와의 싸움」
 

'번역 소설 - 연재 > 탑의 마도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35화> 탑의 마도사  (0) 2025.01.12
<34화> 탑의 마도사  (1) 2024.12.30
<33화> 탑의 마도사  (0) 2024.12.30
<32화> 탑의 마도사  (1) 2024.12.26
<31화> 탑의 마도사  (1) 2024.1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