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 소설 - 연재/탑의 마도사

<18화> 탑의 마도사

NioN 2022. 5. 19. 09:55

제 18 화 쥐어진 손


어느 날, 린과 테오가 다음 수업이 있는 교실로 이동하기 위해 복도를 걷고 있자 저쪽 측에서 걸어오는 유벤과 엇갈렸다.

이런 일은 자주 있었다.

유벤은 두 사람과는 다른 수업을 많이 받고 있었지만, 아직 서로 초등 클래스인 것도 있고 교실이 가깝기 때문에, 교실 이동하고 있으면 종종 엇갈리는 것이다.

유벤은 전처럼 테오에게 시비를 걸어왔다.


"어머? 테오잖아? 오늘도 사제를 거느리고 다니고 기분좋아보이네"


테오는 지긋지긋하다는 듯이 그녀를 노려보았다.


"유벤, 린은 사제가 아니라. 친구야"

"어머 그래. 당신도 큰일이네. 테오의 친구가 되어 버려서"

"음?"


린은 갑자기 말이 걸려서 당황했다.
어떻게 대답하면 좋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렇잖아요? 매일매일, 테오에게 끌려다니고, 그 탓에 제대로 친구도 만들지 못하고 말이야. 당신의 학원 생활이 충실하지 못한 건 테오 때문이야. 그렇게 생각하지, 테오의 친구 씨?"

"나는 별로 그에게 끌려다닌다고 생각하지 않아. 단순히 살고있는 방이 같고 받고 있는 수업이 함께니까 동행하는 일이 많을 뿐이야"

"그렇지 않아. 테오, 당신은 눈매가 나쁘기 때문에 눈치채지 못할지도 모르지만, 그는 당신의 거칠고 난폭한 언동에 무서워하고 있어. 당신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를 무리하게 데리고 돌아다니는거야. 그래, 그런 거지, 테오의 친구 씨?"

"그러니까 그렇게 생각하지 않다고 말했잖아. 거기다 나의 눈초리는 관계없잖아! 적당히 해라"

"그렇지 않아. 관계 있겠지. 애초에 당신은 언제나 언제나…"


두 사람은 테오가 린을 무리하게 데리고 다니고 있는지 어떤지, 린이 테오를 무서워하고 있는지 어떤지에 대해서 우악스러운 논쟁을 시작했다.

린은 그저 멍하니 둘의 대화를 들을 수밖에 없었다.


"응, 당신은 어떻게 생각해? 테오의 친구 씨. 당신도 나와 같은 의견이지?"

"잉?"


린은 또 갑자기 이야기가 벗어나서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알지 못했다.

어째서 이 아이는 언제나 갑자기 이야기를 흔들어 오는 거지.


"어이, 유벤. 적당히해라, 그 『테오의 친구』 라는 건 그만해. 사람은 본명으로 불러"

"어머나? 어째서 테오가 화내고 있는 거야? 내가 지금 걸고 있는 것은 당신의 친구 쪽인데?"

"네가 나의 친구에게 무례한 태도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잖아. 친구가 바보 취급당하는데 가만히 있겠냐"

"그건 당신의 제멋대로인 착각이겠죠? 테오의 친구는 나의 태도를 무례하다고 생각하고 있지 않아요. 저기, 당신은 화나지 않았지, 테오의 심부름꾼 씨?"

"응?"


린은 갑자기 호칭이 바뀌고, 이야기를 떠넘겨 받아 당황했다.

어떻게 대답하면 좋을지 모르겠다.


"어이, 린. 뭐라도 말하는게 어때? 바보취급 당하고 있는 건 너라구"

"앗, 저기…"

(그런 소리를 해도)


린은 뭐라고 말해야 좋을지 몰라 눈을 돌린다.

린은 여자아이에게 조롱당했을 때 어떻게 해야 좋을지 알지 못했다.

여하튼 첫 경험이었다.

에리오 씨라면 어떻게 하실까.

이런 때 잘 보복시킬 수 있을까.

린의 우유부단한 태도를 보고 유벤의 눈이 반짝하고 빛났다.

이건 좋은 장난감을 찾아냈다는 것이었다.

린을 놀려야 테오를 짜증나게 만든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저기, 당신은 저의 아군이죠? 테오의 연인"


유벤이 양손에 린의 오른손을 잡고 얼굴을 가까이 대며 달콤한 목소리로 속삭여 온다.


"뭣? 엥? 연인?"


린은 갑자기 손을 잡힌것과 또다시 호칭이 바뀌어 혼란스러웠다.

그녀의 평소와 다른 달콤한 소리에도 당황한다.

게다가 유벤의 사랑스러운 작은 얼굴이 코앞에 있다.


"저기, 입다물지 말고 뭐라도 말해봐요. 당신은 화나지 않았어요. 테오의 꼬리"

(또 호칭이 바뀌었어…)

"저기, 어때? 나한테 화내고 있어?"


유벤이 물기를 띤 눈동자로 응시해 온다.

린은 머리가 어질어질 해졌다.


"나는…, 화내거나는…"

"자 보세요. 그는 화내지 않는다고 말했어요. 제 쪽이 옳았네"


유벤은 린에게서 홱 하고 몸을 떼고 테오에게 방향을 바꾼다.

그 소리와 말투는 완전히 평소의 도발적인 상태로 돌아오고 있었다.

린은 제정신으로 돌아온다.


(어라? 나는 지금 무슨 소리를…)


테오가 린을 원망스런 눈으로 쳐다본다.

그것을 보고 간신히 린은 자신이 어느샌가 유벤의 아군이 되어 버린 것을 깨달았다.

유벤은 또 린 쪽으로 방향을 바꾼다.


"테오의 아우이자 친구, 테오의 수행원이면서 연인에 꼬리"


유벤은 노래하듯 흥얼거린다.


"많은 별명이 생겨서 다행이네. 당신은 평생 테오의 노예야. 이만큼 호칭이 있으면 당신의 이름을 기억할 필요는 없어. 그럼 또 보자. 『테오의』. 기회가 있으면 또 놀려줄게"


마침내 린은 생략형이 되어 버린다.

유벤은 그것만 말하고 재빨리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린은 조심조심 테오의 얼굴색을 살펴 보았다.

평소에는 얼마나 짜증나는 일이 있어도 평정을 가장하고 있는 테오이지만 이때만은 어지간히 화에 참지 못하는 것 같다.


"저 속물!" 이라고 말하고 근처에 있던 쓰레기를 걷어차고, 뾰루퉁하면서 혼자서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린은 어쩔 수 없이 한숨을 쉬면서, 흘러내린 휴지를 주워서, 쓰레기통 안에 되돌려 놓았다.




다음 제 19 화 「은자의 조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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