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 소설 - 연재/탑의 마도사

<4화> 탑의 마도사

NioN 2022. 5. 4. 10:34

제 4 화 맹수와의 싸움

 린은 고함을 지르며 도망칠 뻔하는 것을 필사적으로 참았다. 예전에 사냥꾼으로부터 맹수를 외면하면 덤벼든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린은 사자를 자극하지 않으려고 천천히 후퇴했다. 사자는 완만한 움직임으로 일어나며 린을 노려본다.눈은 핏발이 서고 입가에는 잔주름이 드리워져 있다. 며칠째 먹이를 주지 않은 것은 분명했다. 그르륵거리는 소리를 낸다.


(웃기지말라 그래……)


 린은 혼란스러우면서도 지금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해 필사적으로 머리를 돌린다.


(도대체 무슨 생각인거야 저 녀석들은. 이런 건 시험이 아니고 단순한 악취미스런 처형이잖아)


 린은 지금까지의 경위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혹시 그들, 유인이나 시험관 일당은 자신을 마도사로 만들 생각 없는거 아니야? 처음부터 우스운 얘기이긴 했다. 보잘것없는 노예에 불과한 자신에게 불쑥 첨보는 나그네가 말을 걸어와 마도사가 되지 않겠느냐는 이야기가 오다니. 처음부터 함정에 빠져 탑에서 키우는 사자 먹이로 삼고 싶을 뿐이었을까.혹은 탑의 무리들은 걸려든 불쌍한 아이가 맹수에 의해 무참히 잡아먹는 것을 보는 취미가 있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도망치지 않으면……)


 린은 아직 죽고 싶지는 않았다. 이미 시험을 볼 경황은 아니다. 생명의 위기였다. 지금은 어쨌든 사자로부터 도망치지 않으면.

 굶주린 사자는 린을 노려보면서도 좀처럼 엄습하지 않는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린의 목 언저리에 손톱을 세우고 갈가리 찢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사자는 전혀 엄습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린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으려고 하면서도 몸은 린을 향해 옆으로 돌리고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천천히 걸음을 옮긴다. 분명히 린을 사냥감으로 인지하고 있음에도 묘하게 조심스러웠다. 몸을 옆으로 돌려 원을 그리듯 린의 주위를 천천히 돌고 있는 모습은 틈을 타 덤벼들려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혹은 여차하면 도망치려고 준비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자세히 보니 맹수는 상당히 쇠약했다. 얼굴은 수척하고 손발과 몸통은 여위었다. 린에게 덤벼들 체력이 없을지도 모른다. 혹은 린을 마도사로 생각하고 두려워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린은 허겁지겁 방금 낀 반지를 보았다. 반지에 끼워진 보석은 아까보다 더 강한 빛을 발하고 있었다. 린은 시도에 반지의 빛을 사자 쪽으로 향해서 본다. 사자는 움찔 몸을 경련시키고 후퇴한다. 역시 사자는 이 반지를 두려워하고 있다. 아무래도 그도 악랄한 마도사들에 의해 상당히 곤욕을 치른 것 같다.

린 안에서 희망이 솟아올랐다.사자가 이 반지를 두려워한다면 잘하면 살아남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 반지를 사용하는 방법은 모르기 때문에 사자를 쓰러뜨릴 수는 없지만, 이대로 다리를 놓고 사자를 견제하면서 입구까지 도달한다. 그리고 입구를 나와 밖에서 열쇠를 채우면 이 맹수로부터 도망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여기서 도망치면 아마 시험은 실격될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다. 어쨌든 살아남을 생각을 하지 않으면.

 린은 사자를 노려보며 질질 입구까지 후퇴해 갔다. 사자가 너무 가까이 다가가면 반지 불빛을 향해 견제한다. 사자는 반지 빛을 피하고 인에서 거리를 둔다.

 이렇게 일진일퇴를 거듭하던 린과 사자지만 점점 사자가 대담하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언제까지나 마법을 걸어오지 않는 린을 의아해 하는 것 같았다.

 린은 한발 물러선 타이밍에 한 발 두 발 세 걸음 다가왔다. 달려들면 그 날카로운 손톱이 닿을 것 같은 거리다.


(오지마. 오지 말아 줘)


 린은 마음속으로 필사적으로 다짐했다.

 한 걸음 더 사자가 다가온다.


"가까이 오지 마!"


 린이 소리치자, 사자는 흠칫해서 뒤로 뛴다. 스스로도 놀랄 만큼 차가운 소리였다.
 사자가 다시 거리를 취한 것을 보고 안도의 한숨을 쉰다. 등에는 땀이 흥건했다.


(앞으로 조금. 앞으로 조금 만 더)


 린은 사라에게 몸을 향하면서, 시선만 배후를 한다.

 입구의 문은 이제 곧 거기였다. 린은 되돌아 보고 달리기 시작하고 싶은 것을 필사적으로 참으면서 라이온과의 노려보기를 계속했다.

 라이온이 소환된지, 얼마나 지났을까.

 린은 맹수와 노려보기 하면서 허세를 계속 치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도 마침내 끝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린은 입구의 문에 손이 닿는 장소까지 겨우 도착한 것이다.


(해냈다)


 린은 생환을 확신했다.우선 이 문을 통과하면 통로로 나갈 수 있다.거기에서 엘리베이터까지는 아주 조금이다.입구 문을 잠그지 않아도 엘리베이터에 올라타면 사자의 손톱과 송곳니에서는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린은 뒷손잡이를 잡는다.손잡이를 돌려 조금만 누르면 통로로 나올 수 있었다.린은 천천히 사자가 눈치채지 못하도록 문 손잡이를 돌린다.그러나 손잡이는 덜컹거리며 움직이지 않았다.


"그런……"


 린은 절망에 의기 소침해졌다. 반광란에 빠진다.


"누군가! 누군가 도와줘!"


  린은 사자에게 등을 돌리고 문을 두드리며 소리쳤다. 이제 긴장의 끈이 끊기고 꼴사납게 도움을 청한다. 그러나 린의 도움에 응할 사람은 없었다.

 사자는 린의 그런 모습을 보고 히죽 웃었다. 린에게 자신을 억누를 힘이 없다는 것은 분명했다. 입맛을 다신다. 오랜만의 식사였다.살이 조금 빠진 게 아쉽지만 그래도 식사인 건 변함이 없다. 자존심 문제다.

 붙잡힌 이후 마법사에 의해 계속 농락당해 백수의 왕으로서의 자존심은 산산이 부서져 있었다. 하지만 지금 눈앞의 사냥감을 앞에 두고 다시 자신이 강자였을 때를 떠올린다. 또 사냥감의 고기를 손톱으로 찢고 송곳니로 탐할 수 있는 것이다.

 사자는 신음소리를 냈다. 린이 깜짝 놀라 그쪽을 돌아본다. 그 눈에는 또렷하게 공포의 빛이 드러나 있었다. 이제 입장은 역전된 것이다. 사자는 송곳니를 드러내고 힘차게 린을 향해 달려든다.

 그때 반지가 유달리 강하게 빛났다. 반지에서 뿜어져 나온 빛은 인 앞에서 한 줄기로 모여 검이 되어 사자의 머리를 관통한다.

 사자는 린에게 손톱이 닿을까 말까 하다가 바닥에 무너져 내렸다. 순식간에 사자 주위에는 붉은 핏덩이가 펼쳐져 간다.

 린은 눈앞의 광경을 멍하니 지켜봐야 했다. 갑자기 몸의 힘이 빠지다. 린은 바닥에 손을 짚었다.


(뭐야…… 이건. 몸에 힘이 안들어가)


 한층 더 린은 두통에 습격당한다. 현기증이 나면서 의식이 몽롱해졌다.


"놀랍군. 라이지스의 검이라니"


 어느새 곁에는 시험관이 서 있었다.

 린과 바닥에 누워 있는 사자를 내려다보고 있다.

 린과 사자는 시험관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루센드의 반지를 사용했다고는 해도, 처음부터 이 정도의 위력은 꽤 낼 리 없어"

"자질은 충분하네요"

"노예라고는 해도 굉장하네"

"유린 씨는 뜻밖의 횡재를 했군요"


 시험관들은 웃고 있는 것 같았다.

 린은 뭔가 말하려고 했지만 할 수 없었다. 아무리해도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그 반지는 루센드의 반지라고 하여. 소유자에게 위해를 주려고 하는 사람을 죽여버리지. 마도사의 자질만 있다면 장비 하고 있는 것만으로 발동한다"

(발동하지 않으면 어쩔 생각인거지)


 린은 항의하려고 했지만 역시 능숙하게 말을 할 수 없었다. 전신으로부터 힘이 빠져 입술마저 잘 움직일 수 없었다.


"피곤한가? 괜찮나?"

"쇼크 백 현상이다. 급격하게 마력을 소모했을 때에 빠지지. 1일정도면 회복한다. 의무실 준비를!"

"축하합니다 린 군. 시험은 합격이다. 너에게는 탑내에 거주할 권리가 주어진다"

"탑에 온 걸 환영한다. 우리는 너를 환영한다"


 시험관들은 전과 달리 친근한 태도였다. 그러나 입가는 히죽히죽 심술궂게 일그러져 있었다. 그들은 린이 웅크리고 있는 것이 유쾌해 견딜 수 없는 것 같았다.

 린의 머릿속에서는 오늘 하루에 있었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돌고 있었다. 잡다한 사람과 물건이 오가는 대로, 석상 앞에서 기도하는 소녀, 탑 안의 미로, 맹수와의 싸움….


(아무래도 나는……, 엄청난 곳에 와 버린 것 같다.)


 이윽고 눈을 뜰 수도 없게 되어 린의 의식은 어둠 속으로 떨어져 간다.



                       다음번, 제 5화 「룸메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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