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 소설 - 연재/탑의 마도사

<22화> 탑의 마도사

NioN 2023. 3. 6. 15:04
제 22 화 베스페의 검
 
 
반지 마법의 실기 수업도 막바지에 다다르고 있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실기를 선보였으며, 남은 것은 린뿐이였다.
교실에는 이완된 게으른 분위기가 흐르고 있었지만, 린만은 『루센드의 반지』에 오랜만에 접할 수 있는 고양감에 가슴이 벅차올랐다.
 
 
“어마, 린의 차례가 온 것 같아. 린, 힘내~” 린이 반지 앞에 선 것을 본 실라가 소리 높여 응원했다.
 
 
린은 조금 부끄러웠지만 실라에게 손을 흔들어 감사의 마음을 보낸다.
 
 
“저 녀석이 마지막 같아”
 
 
갤러리에서 누군가가 말했다.
 
 
“그래?”
 
“마지막 정도는 제대로 볼까나”
 
 
린이 마지막 학생이라는 것을 알아채자 갤러리에서 지루해 하고 있던 상급생들에게도 약간 관심이 돌아온 것 같다. 몇몇이 린에게 주목한다.
 
린은 부드럽게 반지에 손을 가져갔다. 그러자 반지도 반응하여 손의 틈에서 빛이 넘치기 시작했다.
 
린에게는 예감이 있었다. 이전보다 이 반지를 잘 다룰 수 있다는 예감이. 린은 지난 반년 몇 번이나 지팡이를 휘두르며, 무거운 물건을 옮기거나 엘리베이터를 조작하거나 하는 동안 자신의 안쪽에서 흐르는 마력의 파동을 느낄 수 있게 되었다.
 
린은 눈을 감고 의식에 집중한다.
 
 
(나는 여기에 와서 매일매일 지팡이를 휘둘렀다. 마법어도 많이 배웠고, 마력에 대한 감각도 날카워졌다. 분명 이전보다 이 반지와 깊이 대화할 수 있을테지. 자, 가르쳐줘 내게 너의 힘을 끌어낼 마법의 주문을)
 
 
 ——베스페——
 
 
린의 머릿속에서 낮고, 그러나 뚜렷한 목소리가 울리자마자 눈부신 빛이 린의 몸을 감싼다.
파열음이 울리며 받침대 앞에 있는 암석이 두 갈래로 갈라졌다.
바위에는 린의 신장에 2배가 되는 대검이 박혀있었다.
한순간의 고요한 교실에 찢어질듯한 환호와 갈채가 휩싸였다.
 
 
“『베스페의 검』이야. 저 녀석 『베스페의 검』을 발현했어”
 
갤러리의 누군가가 외쳤다.
 
 
“설마. 린이?” 엘리오스가 놀라움의 목소리를 높혔다.
 
“헤에. 처음부터 베스페의 검이라. 꽤 하잖아” 크루가가 진심으로 말했다.
 
“해냈어. 내 린이 제일이야” 실라가 기쁘하며 말했다.
 
린은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는지 두리번 거렸다.
 
 
“오오, 훌륭하구나. 린, 『베스페의 검』은 그 반지에서 발현할 수 있는 최상의 검이야. 더이상 너에게 이 수업에서 가르칠 것이 없구나” 위프스가 감탄한 듯 말한다.
 
“엣? 그렇다는건....”
 
“반지 마법 단위 취득이구나. 축하한다”
 
린은 갤러리 쪽을 향하자 상급생들이 모두 자신을 향해 박수를 치고 있었다. 엘리오스는 놀라운 표정을 띄우고, 실라는 손을 들고 기뻐하고 있다. 크루가나 티드로까지 웃으며 린에게 박수를 보내왔다.
 
 
“해냈어. 해냈다고 테오”
 
 
린은 테오에게 달려가 기쁨을 나타내려고 했지만 그 움직임을 멈췄다.
다른 학생들이 자신에게 괴로운 얼굴을 향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런가. 이 수업은 마그릴 헤임의 선발도 있었지. 그럼 내가 수업에서 좋은 성과를 내는게 달갑지 않겠지. 모두들 마그릴 헤임에 들어가고 싶어했으니까. 앗...)
 
린은 기억했다. 오늘의 수업에서 누구보다도 좋은 성과를 내는 것에 구애되어, 누구보다도 마그릴 헤임에 선발되고 싶었던 소녀가 있었다는 것을.
 
갑자기 그의 등에서 오한이 느껴졌다. 누군가 자신에게 서리가 내린 시선을 쏟고 있다. 돌아보지마라. 그렇게 직감했지만, 린은 그만 돌아보고 말았다.
그러고 역시 린은 돌아본 것을 후회했다. 거기에는 완전히 무표정으로 이쪽을 바라보는 유벤이 있었다.
린은 서둘러 얼굴을 돌렸다. 무서웠다. 설마 소녀의 무표정이 저렇게나 무섭다고는 생각도 못했으니.
 
 
갤러리 위에서 티드로는 만족했다. 그 얼굴은 방금 전까지 불만스러웠던 모습은 조금도 느껴지지 않는다.
 
 
“훗. 누가 선발대에 참가할지 정해진 것 같아”
 
“옙. 알겠습니다”
 
“의미있는 시간이였어. 자, 이제 가자”
 
그 말을 하고는 티드로 일행은 마그릴 헤임 쪽으로 몸을 돌려 갤러리에서 떠나버린다.
 
 
린이 유벤으로부터 받은 시선에 위축된 반면에 테오는 여기저기에서 그녀를 부추겼다.
 
 
“이얏호우. 역시 린. 그저 1년 더 있는 어느 상류층 기질과는 물건이 다르네"
 
 
테오는 린과 어깨동무를 하고 전력으로 린의 쾌거를 축복한다.
 
 
"역시 내 친구이자 베프, 내 애인치고는 굉장하구나. 야,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유벤. 그치?"
 
"잠깐, 테오 그 정도로만..."
 
 
다른 아이들은 멍하지 있었지만 세 사람 사이에서는 이게 누구에 대한 이야기인지는 분명했다.
 
 
"저기, 너..."
 
 
린은 그 너무나 무기질 적인 목소리에 깜짝 놀랐다. 가능하다면 도망치고 싶었지만 말을 건 이상 뒤돌아보지 않을 수 없었다.
 
 
"헉, 넵"
 
 
돌아보니 목소리의 주인은 역시 유벤이였다. 얼굴은 반쯤 웃었다. 웃고 있는데도 눈은 웃고 있지 않았다. 무서웠다.
 
 
"어떠나. 이게 네가 무시하던 남자의 실력이라구"
 
 
테오는 그렇게 말하며 유벤을 가리키며 도발하지만 유벤은 무시하고 린에게 계속 말을 걸었다.
 
 
"너 맨날 테오한테 매달리던 애잖아. 워난 존재감 없어서 이름도 기억 안나는데"
 
"ㄴ, 네에"
 
 
린은 뭐라고 대답해야 될지 몰라 쉰소리를 낸다.
 
 
"치사하잖아. 그렇게 실력을 숨겨두다니. 나는 분명히 테오만 마크하면 다른 것들은 허접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니, 딱히... 나는 숨길 생각이 아니였...."
 
"계속 나를 방해할 타이밍을 노렸구나. 내가 오늘 이 수업을 얼마나 소중히 여겼는지 알면서 이렇게 내 기회를 무너트리다니. 무서워. 당신은 얌전한 얼굴을 하고선 대단한 책사로군요. 해주겠어요. 시궁쥐(ドブネズミ)주제에!"
 
 
유벤이 분노에 어깨를 떨며 언성을 높힌다.
그녀의 피해망상은 점점 커져만 갔다. 아무래도 한 번 생각하면 멈추지 못하는 타입인 것 같다.
 
"아니, 그럴 생각이..."
 
"너 이름이 뭐야?"
 
"어? 린인데"
 
"성은?"
 
"음..."
 
 
린은 허세를 부리기로 했다.
 
 
"성은 신경 안써도 돼. 나는 그냥 린이니까"
 
"그렇군요. 저에게는 성조차 가르쳐주기 아깝다는 말씀이시군요. 역시 첫 실기 수업에서 베스페의 검을 발현시킨 대마도사님이군요"
 
"엥, 아니, 잠깐..."
 
(왜 그런 해석이?)
 
 
린은 황급히 정정하려 했지만 유벤은 그럴 틈을 주지 않았다.
 
 
"이런 굴욕 처음이야. 뭐 좋아. 린이라고 했나요. 기억해두겠어요. ...잊지 않을테니까요"
 
 
그녀는 발길을 돌려 빠른 걸음으로 떠났다. 마지막 쪽에 "잊지 않을테니까요" 라는 말에는 끝 모를 원망이 담겨 있었다. 린은 멍하니 유벤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저 녀석, 진짜 린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한건가"
 
 
테오가 멍한 듯이 말했다.
 
린은 힘이 빠진 듯 털썩 무릎을 꿇었다.
 
이렇게 해서 린은 비로소 반에서 가장 귀여운 여자아이에게 이름을 각인 시켰다.
단지 어떤 원수로써 말이다.
 
                다음화, 제 23 화 「린, 여자에게 감시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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