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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화> 메이드 인형 시작합니다

선혈신락(鮮血神楽)⑧   옅은 인광을 발산하는 반투명한 거체가 우뚝 솟아 있다. 세 쌍의 눈이 상공에 떠오른 타츠마사를 노려본다. 타츠마사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마력은 블라드 3세가 쌓아둔 저주와 원한의 화신으로, 악룡으로 변한 블라드 3세의 부활이었다. 블라드 3세는 한때 자신과 동일한 존재인 츠에베 마모루와 그가 만든 간음 나라를 혐오하고 멸망시키려 했다. 부활한 현재도 그 마음은 변함없었고, 눈앞에 있는 것은 장베노모리 가문의 피를 이어받아 현재 가온국의 국주인 우라토 타츠마사였다. 두 사람의 행동은 정해져 있었다. 크게 입을 벌린 세 개의 목이 타츠마사를 향해 달려들었고, 타츠마사는 화염을 입힌 칼을 손에 들고 맞받아쳤다. 무너진 지하 동굴에서 탈출해 나타난 거대한 용과 거리를 두면서 옆에 든 루리..

<201화> 메이드 인형 시작합니

선혈신락(鮮血神楽)⑦   타츠마사의 일격을 루리는 간신히 검으로 막아냈지만, 그래도 막지 못하고 날아가 바위벽에 부딪혔다. 충격으로 폐의 공기가 탁한 목소리와 함께 내뱉어진다. 하지만 루리가 자세를 잡기도 전에 타츠마사이 던진 영표가 날아와 사지에 달라붙었다. 영부(霊符)에는 '속박' 이라는 글자가 적혀 있었고, 그대로 루리의 움직임을 봉쇄했다.“이놈이!” 루리는 필사적으로 발버둥을 쳤지만, 영표의 구속은 강력해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흠, 그럼 시작해보자.” 루리가 움직이지 못하는 것을 확인한 츠에베 마모루는 과거의 자신과 대면한다. 그리고 크게 벌린 입에서 뺀 송곳니를 블라드 3세의 목덜미에 들이댔다. 빨아들인 피를 통해 블라드 3세의 영혼이 츠에베 마모루에게로 흡수된다. 흡혈귀가 마음만 먹으면..

<200화> 메이드 인형 시작합니다

선혈신락(鮮血神楽)⑥   어두운 숲 속, 두 마리의 괴물이 달려온다. 한 마리는 붉은 동색의 작은 거미. 무거워 보이는 금속성 체격과는 달리 경쾌하게 튀어오른다. 한 마리는 낫을 든 거대한 꽃이다. 무수한 뿌리를 벌레 다리처럼 움직이며 거대한 몸체를 반쯤 끌며 힘차게 질주한다. 앞으로 꿈틀거리는 무수한 그림자. 그것은 이 숲에 출몰하는 시귀다. 그들은 둘을 발견하자마자 달려든다. 거미는 금속 실을 능숙하게 다루고, 꽃은 촉수 끝에 달린 칼날과 용해액으로 다가오는 시귀떼를 막아낸다. 시귀에게 물린 자는 시귀가 된다. 보통의 생물에게는 한 번의 찰과상만으로도 목숨을 잃을 수 있다. 하지만 금속 외피를 가진 거미는 말 그대로 이빨이 없고, 꽃도 물리는 순간 스스로 잎을 절단하여 시귀화를 막는다. 그리고 여러 ..

<199화> 메이드 인형 시작합니다

토끼는 달을 보고 울부짖는다③    기보산 마을을 습격한 다음 날, 도적들은 도망친 아이를 잡으러 간 동료들을 기다렸지만, 시간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는 그들을 못마땅하게 여긴 도적들은 현재 붙잡은 아이만 인신매매에 팔아넘겼다. 돌아오는 길에, 팔러 갔던 이들은 도망친 아이를 찾으러 갔던 일행의 변해버린 모습을 발견했다. 어젯밤에 동료를 한 명 죽인 것에 대한 앙갚음으로 괴롭히는 줄 알았는데, 그 반대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에 일행은 당황했다. 그 와중에도 도적의 머리 한 쪽은 냉정했다. 동료를 죽인 사람이 누구인가. 관료라면 시체를 남기지 않을 것이고, 한 명 정도는 살려서 정보를 흘리게 할 테니 그 선은 없다. 무사가 동업자인지는 알 수 없지만, 다행히도 일을 끝내고 연회를 위해 식량을 사러 갔..

<198화> 메이드 인형 시작합니다

토끼는 달을 보고 울부짖는다②    잠시 몸을 쉬었지만, 햇볕이 들지 않는 지하 동굴에서는 시간의 흐름을 알 수 없다. 지하 호수의 물로 목을 축인 후 출구를 찾기로 했다. 아무리 식수가 있다고 해도 이곳에 계속 머물러 있으면 결국 굶어죽을 수밖에 없다. 칼이 내뿜는 빛으로 앞을 비추며 지하 동굴을 벽을 따라 걷다 보니 어느새 사람이 한 명 정도 지나갈 수 있는 길을 발견했다. 이것이 어디로 통하는 길인지도 모르지만, 살기 위해 위험을 감수할 각오는 도적을 찔렀을 때 결심했다. 소녀는 칼을 내밀며 칼날에 비친 어둠을 헤치고 나아갔다. 구불구불한 길을 지나고, 언덕을 내려가고, 다시 돌아서 언덕을 오르고, 이를 반복하며 방향도 시간도 감각을 잃은 지 한참이 지났을 때, 긴 오르막길 끝에서 희미한 빛이 보였..

<197화> 메이드 인형 시작합니다

토끼는 달을 보고 울부짖는다①  거센 물살에 휩싸여 폐부까지 액체가 흘러들어온다. 숨 막힘과 온몸의 상처로 고통스러워하며, 온몸을 긁어대는데, 물은 사람을 놀려댄다. 그러나 대량의 물은 사람을 놀려대며 그 무력함을 조롱한다.(이런 ...... 그런데 ......) 의식이 멀어지고 온몸에서 힘이 빠진다. 입에서 기포를 내뿜으며 어둡고 깊은 물속으로 가라앉았다. 소녀가 이 세상에서 가장 먼저 이해한 감각은 '고통'이었다. 한때 자신이 이세계에 환생했음을 자각한 것도 지금과 같은 타격을 받았을 때였다. 부어오른 뺨, 찢어진 입 안, 부딪힌 등. 그것들이 괴롭히면서도 의식을 현실에 묶어둔다. 소녀가 벽에 기대어 내려다본 자신의 몸은 너무 작고 초라했다.“어이, 듣고 있는 거냐!” 고개를 들어보니 현세에서 아버지..

<196화> 메이드 인형 시작합니다

선혈신락(鮮血神楽)⑤   귀에 들어온 말을 천천히 곡씹어 먹으며 겨우 머릿속으로 이해했다.“블라드 드라큘라라니...... 블라드 3세라고?”“알아들었구나. 역시 너도 같은 세계에서 온 모양이군.” 무심코 내뱉은 중얼거림에 류카, 아니 블라드 3세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진짜야?”“네가 말하는 '진짜'란 무엇을 말하는 거지? 나는 두 번 죽었다. 한 번은 옛 세상에서. 두 번째는 이 세상에서. 지금은 이 세상의 자손의 몸을 빌려 쓰고 있을 뿐이다. 이런 몸에 진위 여부를 묻는다 해도 소용이 없지” 나나 루리와 마찬가지로 블라드 3세도 이 세상에 환생한 것인가. 하지만 생각해 보면 나 자신을 포함해 세 가지 예가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과거 미래에서 비슷한 일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고, ..

<195화> 메이드 인형 시작합니다

선혈신락(鮮血神楽)④   시간을 조금 거슬러 올라가 나탈리아 일행이 신사에서 시귀와 마주쳤을 때, 숲 속 깊은 곳과 장변제이 보이는 산 정상에서 둔탁한 인광이 흔들리고 있었다. 그것은 공중에 떠 있는 네모난 틀과 마법진으로, 아마추어는 물론이고 마법에 정통한 사람조차도 본 적이 없는 술식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막 개발된 이 마법은 현재로서는 누구에게도 공개되지 않았다. 이 마법은 공중에 떠 있는 틀에 멀리 떨어진 지점의 광경을 비추기 위한 것으로, 현재 그곳에는 제례전에서 춤을 추는 류카의 모습이 비춰지고 있었다. 유일한 사용자이자 개발자인 이츠키는 그것을 바라보며 감탄한 듯이 웃었다.“대단하군. 마력의 흐름이 여기서 이렇게 연결되는구나. 일부러 무리해서 온 보람이 있네” 마법 너머로 관찰하던 그는 ..

<194화> 메이드 인형 시작합니다

선혈신락(鮮血神楽)③  참배길로 내려가는 우리에게는 무거운 공기가 몰려오고 있었다. 원인은 내 앞을 걷는 루리와 올리비아 때문이었다. 두 사람은 루카를 도와주러 가고 싶었지만, 너무 분명하게 거절당하니 움직이기 힘들었다. 나도 걱정은 되지만, 마도 인형이 끼어들 여지가 없는 상황이었다. 올리비아와의 사이는 정리했지만, 대외적으로는 또 다른 이야기다.“하아” 선두를 걷던 루리가 크게 한숨을 내쉬며 앞머리를 긁적거리다가 뒤돌아보며 단호한 표정으로 선언했다.“여러분, 죄송합니다. 역시 가볼게요.” 그럴 줄 알았다. 어디로 가느냐고 물어볼 만큼 눈치 없는, 안하무인한 녀석은 없었다.“괜찮느냐? 지시를 어기면 처벌을 면할 수 없고, 최악의 경우 사형도 가능하지 않느냐?”“그건 뭐, 그래도 어쩔 수 없죠.” 펀이엔..

<193화> 메이드 인형시작합니다

선혈신락(鮮血神楽)②지난번에는 신종 코로나 발병으로 휴재했지만, 무사히 회복되어 포스팅을 재개합니다.걱정 끼쳐 드려 죄송합니다.이번 선혈신락②가 다음번 선혈신락③의 내용이 되었습니다.지적해 주신 댓글을 받고도 모르고 오랫동안 방치하고 있었습니다.죄송합니다. 먼저 대처하려고 한 것은 올리비아였다. 누구보다 빠르게 땅을 발로 차고 움직이는 시체의 머리를 때려눕혔다. 나는 해방된 무녀의 시체를 받아 땅에 눕혔다.“그 사람은 괜찮아?”“상처가 깊지만, 최대한 노력해 보겠습니다.” 회복약을 꺼내려고 수납공간을 열려는 순간, 불쑥 일어난 무녀가 내 목을 물어뜯었다.“앗!”“나탈리아!” 나는 재빨리 몸을 비틀면서 무녀를 떼어내어 던져버렸다. 구른 무녀가 일어나려고 하는 순간, 목이 공중을 날아가 땅에 떨어졌다. 목을..